재미있는 섹스
"남편이 어제 아주 끝장을 보더라고. 거길 애무해 주는데 평소에는 잠깐 하고 말았었거든. 그런데 내가 결국 싫다고 그만하라고 애걸을 할 때까지 묵묵히 해주는 거야." 친구들은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고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거기라니 밑을 말이야?"
"그렇지. 너무 오래 받다 보면 그 상태로도 그냥 몇 번을 사정하게 되거든. 거의 기절상태로 서너 번 정도? 사실 나오는 대로 계속 먹어 버려서 정확히 몇 번이었는지 잘 모르겠어" 강도가 너무 셌는지 얼마 전에 결혼한 J양은 자리를 뜨고 일어나려는지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결혼 5년 차가 되니까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아. 여자가 원하는 게 뭔지 몸으로 저절로 깨닫게 되는가 봐.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원하는 걸 알아채는 것 같아. 우리 섹스에 요즘 재미 들었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결말을 보고야 마는 성격 덕을 보는 거겠지. 결혼 생활이 이래서 좋다는 걸 거야. 이래서 오래 살고 봐야 한다는 건 가봐. 이렇게 저렇게 애무해 보다가 오늘은 여기가 딱 이다 싶으면 승부를 봐야 해. 남편은 그런 애무로 날 꼼짝 못하게 하는 거 있지. 오늘 밤은 어떤 느낌일까 너무 기대돼.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내 남자. 너무 사랑스럽지 않니?"
K양의 남편 자랑이 끝나질 않아 퇴근 후까지 이어졌다. 여자들은 정말 한 번 애무 받으면 끝장을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 반면 아닌걸 알면서 멈추지 않는 남자의 뺨을 갈기고 싶을 때도 있다. '그만, 계속해'를 꼭 말로 해야 아는 남자가 그래서 답답하다는 거다.
"난, 목이나 귀, 어깨는 아무리 해도 싫지가 않아. 남편이 가슴이나 다른 곳으로 까지 벌써 진도가 나가더라도, 목과 어깨에 키스는 멈추지 말아 줬으면 좋겠거든."
"너무 멋진 키스 아니니? 꼭 영화에서처럼 여자의 목에 키스하면서 온 몸을 마구 능숙하게 주무르는 남자. 그런데 남편들은 보통 그렇게 못하잖아. 한 군데 밖에 신경 못쓰는 단순한…" K양 옆에서 열번을 토하던 L선배가 불만을 토로했더니 K양은 바디 사인을 제대로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비결을 알려주었다.
"바디 사인을 제대로 했어야지. '됐다 그만해라', '그만 좀 해' 라는 식의 짜증 나는 말투로 하지 말고, 아니다 싶으면 자세를 확 뒤집어서 남편의 똑 같은 곳을 애무하는 거야. 남편이 하는 식으로 똑같이 해 봤다가, 내가 원하는 식으로 다르게 해봤다가 해보라구."
여자들도 성적으로 흥분하면 남자와 똑같이 충동적으로 변하지만, 시간이 지속되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섹스를 즐기고 싶어한다. 빨리 사정을 해야 하는 남자들의 속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섹스를 하는 동안 섹스 이외에 다른 많은 생각들을 하고 싶어한다는 걸 이해해 주길. 그러므로 애무 시간을 길게 가지는 것이 공통된 소망인데, 이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여자들이 원하는 애무부위는 따로 있다. 특히 하루 종일이라도 받고 싶은 애무부위도 있다.
남자들은 아내의 최고의 성감대가 가슴부위라고 생각하지만, 가슴애무를 너무 오래 받는 것은 여자로서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가슴은 부드럽게 다뤄야 하고 직접 손이나 입으로 강하게 애무를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주는 편이 더 좋다. 목, 어깨, 허리 부위는 남자의 힘을 느끼면서 강하게 애무 받고 싶은 부위이다. 때로는 터프하게 끌고 잡아당기거나, 자국을 남길 정도로 강한 키스를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부분은 성기이다. 장기간 애무를 할 거라면 손 보다는 혀를 이용해주어야 한다. 연약한 속살이 벗겨져 상처를 남기기 쉬우므로 타액을 사용하거나, 윤활제를 발라 주는 것도 좋다.
여자는 여러 번 사정이 가능하다지만, 두어 번의 사정 후에는 남자들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사정 횟수가 어느 정도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여자의 몸은 남자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끝없이 샘 솟는 신비의 샘과도 같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테니까.
섹스를 맛있게 하려면..
혀로 아랫입술을 터치한다 혀로 기분을 나타낼 수 있다. 섹스를 하기 직전 서로의 욕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신호로 가장 좋은 것은 혀끝을 내밀어 자신의 아랫입술을 적신다. 이때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런 동작을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입술을 적신다
입술을 촉촉하게 적시는 것도 좋은 섹스 사인의 하나. 섹스를 하기 전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게 된다. 아직 욕구가 강하?않아 할 듯 말 듯 하다면 입술을 이용해 강력한 섹스 사인을 보낸다. 입술이 塏改構? 젖어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남자가 없다. 굿 사인이다.
관계중 고개를 높이 쳐드는 행위는 현재의 섹스에 만족하고 있고 몹시 자극을 받고 있다는 사인이다. 또?좀더 자극적?것을 기대 한다는 의미도 있어 좋은 섹스 사인이라 할 수 있다. 파트너의 눈과 눈 사이를 쳐다본다 눈과 눈을 마주치며 섹스하는 것은 상대방의 반응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섹스 사인이다. 눈을 마주친 후 눈의 표정이 변화하는 것을 읽어가는 것도 매우 자극적이다. 만일 수줍은 편이라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다면 눈과 눈 사이를 쳐다 본다. 이런 행위 만으로도 흥분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어깨의 힘을 빼고 약간 뒤로 젖힌다
다른 포즈를 취하기 전 만족감을 표현하는 사인으로 가장 좋은 것은 어깨의 힘을 빼고 약간 뒤로 젖히는 것. 이런 모습은 여성의 가슴 부분을 섹시하게 연출한다. 더욱 강한 흥분을 유발시킬 수 있다.
가슴을 앞으로 내민다
가슴을 앞으로 숙이는 사인은 파트너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게한다. 또한 가슴을 앞으로 모으면 가슴의 크기가 부풀려져 보여 아름다운 여성미를 연출한다.
손을 앞으로 내민다
결합이 갑자기 풀어져 다른 새로운 체위를 시도해야 할 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이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손을 앞으로 내밀어 상대방의 의견을 구하는 포즈를 취하는 것이 좋다.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사인이다.
손을 잡는다
호흡이 잘 맞고 있다면 대화 도중이건 섹스 도중이건 파트너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 보거나 마주잡아 본다. 섹스중 손은 대부분 애무를 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손과 손이 마주칠 기회가 사실상 별로 없다. 만족감이 강할 때 이런 사인을 보내면 그 느낌이 고스란이 전달될 것이다.
허벅지를 살짝 벌린다
전희를 통해 섹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면 구체적인 사인을 보내도 좋다. 삽입하기를 원한다면 허벅지를 약간 벌리는 것이 좋다. 너무 큰 각도를 벌리는는 것은 천박한 느낌을 주어 오히려 남자의 기분을 망칠 수 있으므로 남자가 눈치챌 정도로만 각도를 벌리는 것이 효과적.
파트너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머리카락은 성감이 매우 발달된 부위다. 섹스중에 이부분을 애무하는 것은 높은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남성을 좀더 가까이 밀착시키고 싶다면 그의 머리카락에 손을 집어 넣고 쓸어 넘기면 뭔가 더욱 애틋한 결합을 원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엉덩이를 움켜 잡는다
어떤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성감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부분은 유방, 엉덩이, 등, 목 등이다. 이곳은 성감이 발달되어 있어 작은 자극에도 높은 흥분을 일으킨다. 여성이 남성에게 뭔가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엉덩이를 다소 세게 잡은 후 손으로 느낌을 전달하면 된다. 더 빨리 피스톤 운동을 하기를 바란다면 엉덩이를 움켜잡은 손을 위 아래와 양옆으로 움직인다. 또한 너무 피스톤 운동이 빨라 참을 수 없다면 엉덩이를 잡은 손으로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한다. 이런 사인 이라면 남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현재의 섹스 상태에 만족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교성과 같이 소리로 내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고 또 다른 방법은 하체를 움직여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파트너가 상체 부분을 애무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 하체 부분으로 관심을 돌리고 싶다면 다리를 엇갈렸다 풀었다는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이곳으로 옮길 수 있다. 이런 행위는 흥분하여 곧 삽입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남자를 흥분시킬 수 있다.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오르가슴을 느낄때의 여성의 표정은 마치 고통을 당하는 사람처럼 일그러지게 된다. 남성이 사정을 했는데도 성교시와 같은 표정을 짓는다면 곤란하다. 고통을 참아내는 표정을 지을수 없다면 적어도 얼굴에 만족한다는 의미의 표정을 짓는 것이 좋다. 이런 작은 표정에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엉덩이를 조금씩 위로 올린다
삽입된 상태에서 남성을 흥분시키려면 결합을 풀지 않고 남성이 피스톤 운동을 하는 방향과 리듬을 맞추어 함께 엉덩이를 위와 아래로 움직인다. 남성과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면 결합이 깊어지면서 페니스에 자극을 준다. 너무 지나치게 움직이면 남성이 피스톤 운동을 하기 어렵다. 피스톤 운동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로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남성이 반응이 좋으면 보다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서로 움직임을 주고 받는 섹스 사인은 두 사람을 곧 황홀경으로 이끌 것이다.
두 다리를 들어올린다
절정감에 이르기 직전 여성들의 몸은 정상위로 남성이 압박을 하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엉덩이를 상하, 좌우로 움직이다가 흥분이 더욱 높아 지면 다리를 높이 쳐들게 된다. 더 깊이 삽입해 달라는 사인이다. 이런 포즈를 보면 남자는 더욱 전진하여 삽입하게 된다. 삽입을 깊게 한 후 피스톤 운동을 하면 남녀 모두 절정감에 사로 잡히게 되는것. 어깨를 살짝 깨문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때론 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섹스중에는 표현을 다소 강하게 해야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다. 남성의 어깨를 살짝 깨무는 행위가 바로 그것. 아픔으로 비명을 지를 정도로 하라는 말이 아니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살짝 깨물면 이런 자극이 촉발되?강하게 돌진하게 된다.
아내가 섹스를 거부해요
Q 42세 직장인입니다. 결혼한 지 22년 됐고, 두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외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가정은 화목하고 아이들도 잘 큽니다. 문제는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는 겁니다. 아이 둘을 낳을 때까지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가 피곤하다며 관계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성을 밝히는 편은 아닌지라, 처음에는 혼자 자위도 하고 했지만 이젠 그것마저 시들해졌습니다. 아내를 봐도 예전처럼 흥분되지 않고 덤덤합니다. 언제부턴가 발기도 시원치 않습니다. 이러다가 영영 성불능이 되는 게 아닌가 더럭 겁이 납니다. 우리 부부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주변 사람이나 환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부부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는 커플이 많다. 심한 경우 신혼 초가 지난 뒤부터 결혼생활 내내 성관계가 없다는 커플도 있다. 시작은 어느 한쪽에서 피로 등의 이유로 관계를 거부하는 데서 출발한다. 상대방은 한동안 화를 내거나 조르면서 관계를 시도하다가 이윽고 포기 상태에 이른다. 자연스레 두 사람은 서로의 성에 대해 무관심해진다. 성관계 없이 무덤덤하게 생활만을 공유하는 부부다. ‘생활만을 공유하는 부부’라는 말에서는 어쩐지 건조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부부는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함께’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부터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리고 두 사람의 내면생활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부부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드러낼 수 없었던 내면의 비밀스러운 욕동(欲動)을 풀어놓고 상대를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가까울 수 있고, 서로에게 합치감과 완성감을 줄 수 있는 소중한 반려자인 것이다. 그런데 부부로 살면서 내적 생활은 각자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외적 현실만을 공유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하겠다.
섹스를 통한 유대감 강화는 인류 진화의 산물
“에로티시즘은 죽음에 이르도록 황홀한 생의 찬미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 조르주 바타유가 한 말이다. 많은 예술가는 성관계에서 극치감에 이르는 순간을 인간이 살아가며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으로 묘사하곤 한다. 굳이 예술가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구나 성욕이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일찍이 프로이트는 성적욕동(sexual drive)이 인간의 욕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섹스를 통해 우리는 활력과 기쁨을 얻고 동시에 자신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완성됐다는 느낌, 상대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안도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선물받는다.
물론 섹스의 본질적인 목적은 종족 번식이다. 남성이나 여성의 오르가슴은 모두 수태가 더 잘 되도록 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섹스의 다른 기능까지 발달시켰다. 파트너와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유지하는 기능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식능력이 없는 긴 유년기를 보낸다. 이 기간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양육과 아버지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은 섹스를 통해 부부간의 상호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인간에게 섹스를 통한 종족 번식과 유대감 강화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똑같이 중요하다. 성행위를 하면서 두 사람이 느끼는 친밀감도 성적 쾌락 못지않게 가치 있다는 뜻이다.
에로틱한 욕동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즐거움을 추구한다. 즐거움의 대상은 다른 사람으로, 관통하거나 침범하고 싶은, 또는 관통당하거나 침범당하고 싶은 존재다. 에로틱한 욕동 속에서 사람은 상대방과 친밀함과 합침 그리고 섞임을 열망한다. 서로의 경계를 강하게 넘어 들어가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이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을 보며 희열을 강화한다. 자신의 성적 욕망에 상대가 사랑으로 반응하면 인간은 황홀의 극치를 경험하게 된다. 이 순간에는 성을 구분하던 일반적인 경계가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치감을 통해 자신이 남성이면서 동시에 여성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남녀의 성기가 합쳐지고 감싸지면서 즐거움과 완성감을 느끼게 된다.
에로틱한 욕동의 세 번째 특징은 성의 오이디푸스적 구조에서 유래된 금기를 극복하는, 일종의 반란의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스탕달이 지적한 대로 옷을 벗는 행위는 수치심이라는 사회적 관념을 무효화한다. 성행위 후 다시 옷을 입으며 우리는 관례적인 수치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또한 성행위는 상대의 경계를 깨뜨리고 파고듦으로써 상대방을 관통하고 먹어버리는 공격성의 의미도 갖고 있다. 이러한 공격성은 사랑과 결합해 안전하고 즐거운 것이 된다. 그래서 사랑은 피할 수 없는 행복감과 미움의 양가감정을 거뜬히 담아내는 틀이 된다.
멕시코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옥타비오 파스는 사랑을 구성하는 삼위일체적 요소로 배타성, 운명의 끌림, 영혼이면서 동시에 육체인 인간을 꼽았다. 그는 “사랑은 존재의 위험과 불행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고,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주지도 않지만, 시간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사랑을 ‘인간 존재와 실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정의했다.
사랑은 두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한 운명이다. 영혼과 육체가 펼치는 이중주 안에서 인간은 시간의 속박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틈을 발견한다. 그래서 사랑은 ‘지구상에서 축복받은 자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된다
섹스리스 부부는 왜 생겨나는가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점점 늘고 있다. 20~40대 부부의 10%가 섹스리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의사나 변호사 펀드매니저 같은 고스트레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에 섹스리스 커플이 많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부부의 30%가 섹스리스라고 하니 점차 우리 생활에서 섹스가 추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섹스 문제에 관한 한 정답은 없다. 얼마에 한 번씩 해야 한다는 원칙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30대는 주 2회, 40대는 주 1회, 50대는 2주에 1회씩 성관계 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장기간 섹스를 하지 않고도 부부 사이에 아무런 불만이나 문제가 없다면 섹스리스로 보지 않는다. 보통 1~3개월간 섹스를 전혀 하지 않은 부부를 섹스리스 부부라고 하는 것은, 이 경우 흔히 부부 사이에 섹스리스로 인한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 섹스가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부부간의 갈등이다. 성이 본능이라고 해도 상대가 밉고 싫은데 욕구가 생길 리 없다. 성행위란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욕구나 환상을 상대에게 여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 받기도 쉽다. 만일 성행위 도중 한쪽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욕구만을 채운 뒤 뒤돌아 자버리면 배우자는 성적 모욕감 및 좌절감에 빠진다. 또 성행위 뒤에 상대로부터 “애걔~ 난 간에 기별도 안 갔는데?”라는 조소를 받으면 성적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의 성적 능력에 대한 회의도 생기게 된다. 이 경우 상대에 대한 분노는 섹스 거부로 이어지기 쉽다.
또 다른 이유로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상대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출산 후에 가속화되는데, 육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서로에 대한 긴장의 끈이 풀리면 부부끼리 더 이상 성욕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로는 성행위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 있다. 남자의 경우 ‘발기가 잘 안 되면 어쩌나’ 혹은 ‘조루가 생기면 어떡하나’ 같은 불안감이 들면 성욕이 떨어진다. 스트레스도 성욕을 감소시킨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뇌에서 프로락틴이라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말초혈관의 수축을 가져와 남성 음경의 평활근을 수축시키고 성기능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활성화산소를 증가시켜 호르몬의 주성분인 아미노산을 파괴하기도 한다. 여자는 분비물이 적거나 조이는 힘이 약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성적인 쾌감과 반응을 떨어뜨린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기의 근육이 수축돼 성기능이 떨어진다.
섹스리스의 넷째 원인으로는 배우자의 외도를 꼽을 수 있다. 외도는 상대방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신감과 분노, 절망감 등을 일으킨다. 이 경우 섹스리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심리적인 억압 등의 개인적인 문제가 섹스리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섹스는 우리가 즐겨야 할 생의 선물
섹스리스 상태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 특히 여성의 경우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상대방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심리적 박탈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경우 성적 능력의 저하로 인한 섹스리스 상태에 놓이면 ‘부인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못난 남자’라는 자괴감 때문에 위축되기 쉽다. 이러한 갈등은 부부 대화의 단절을 가져온다. 또 자신의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확인받기 위한 수단으로 외도를 할 수 있어 가정생활이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높아진다.
섹스리스가 계속되면 부부간의 갈등도 증폭된다. 섹스를 하는 동안 뇌에서는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는 각각 사람에게 기쁨과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행복한 성행위를 하면 웬만한 부부 갈등쯤은 눈 녹듯 사라진다. 섹스리스 관계가 이어지면 부부는 상호간의 갈등을 녹일 수 있는 따듯한 난로를 잃게 되는 셈이다.
섹스는 두 사람이 나누는 신체적 대화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환상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비밀스러운 대화이기도 하다. 이 대화를 통해 부부는 서로의 몸뿐 아니라 영혼에까지 더욱 가까워진다. 물론 섹스 없이도 이런 관계는 가능하다. 그러나 섹스를 포기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생명력의 기쁨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성기능은 다른 모든 기능과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섹스를 무시하고 살다 보면 훗날 다시 성욕이 생겨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섹스리스가 지속되면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고민 의뢰인의 경우 부인이 성적 불만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한다.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느꼈던 성적 욕구를 밝히고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에 대해서도 털어놓자. 아름다운 음악을 틀어 긴장을 이완시킨 뒤 애무를 하면서 서서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다. 자신의 성감대와 배우자의 성감대를 알고 자극하는 것은 서로에게 배려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이때 상대방에 대한 찬사와 칭찬 등을 통해 서로를 북돋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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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배우자가 섹스를 거부한다면 혹시 그동안 성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는지, 자신의 배려가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를 묻고 그러한 면을 개선해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서로의 몸을 향해 한발씩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 부부는 다시금 남성과 여성으로 태어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고, 그들의 가족은 은밀한 기쁨으로 더욱 더 단단히 맺어질 것이다. 섹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리고 우리가 즐겨야 할 귀중한 생의 선물이다.
김혜남│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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