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상식

산림욕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문성식 2011. 5. 16. 01:09



산림욕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5%가 산과 숲으로 이뤄져있다. 세계적 산림국인 스웨덴의 숲 비율이 68%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가히 ‘산림국’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에게 이런 보물같은 숲이 최근 단순한 휴식차원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 ‘치유의 숲’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고, 국립산림과학원은 질병에 대한 숲의 치료효과를 입증하겠다고 했다.

싱그러운 6월, 숲의 품속으로 들어가보자.

피톤치드란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가면 숲 특유의 상쾌한 향이 나는데, 이것이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그리스어로 식물을 의미하는‘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치드(Cide)’를 합성한 말이다.

피톤치드는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것은 은은한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톤치드의 방부효과를 활용해 잘 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뽕나무잎에서 나오는 흰 즙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민간요법은 피톤치드의 항균작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할 때 얇은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는 것이나 나무 욕조를 사용하는 것은 피톤치드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숲에 가면 감기가 뚝!

피톤치드의 다양한 효과 중 특히 항균효과와 면역력 증강효과는 과학적으로 잘 증명돼 있다.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 실험결과에 따르면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는 폐렴, 고열, 설사를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은 95%, 여성 질염의 원인인 칸디다균은 80% 살균했다. 병원감염의 원인인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MRSA)도 50% 정도 살균하는 효과가 있었다.

일본 니혼 의과대학 리큉 교수와 삼림총합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피곤에 지친 도시 직장인에게 일정 기간 산림욕을 하게 한 뒤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하는‘NK(Natural Killer)세포’의 활성도를 조사한 결과, 산림욕 전 18%였던 NK세포 활성도가 첫째 날에는 21%, 둘째날에는 26%로 증가했다.

숲 연구 전문가인 일본 치바 대학 환경건강필드과학센터 박범진 교수는“숲에 가면 암이나 감기 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무나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보내는 다양한 종류의 피톤치드와 숲의 좋은 환경이 인체의 생리적 화학반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생활습관병이여 안녕~!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심장병이나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혈압과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소나무·잣나무·편백나무·화백나무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를 닭에게 주입한 뒤, 2시간 동안 15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나무 네 그루에서 추출한 피톤치드 모두 5~7% 닭의 평균 동맥압(動脈壓)을 떨어뜨렸다.

혈압강하 효과는 화백나무가가 장컸다. 또다른 동물실험에선 피톤치드가 최소 10%에서 최고 100%까지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영과 유리화 박사는“앞으로 피톤치드 성분을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과 숲속에서 호흡을 통해 자연스레 피톤치드를 흡입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를 즐겁게 하는 숲

피톤치드는 우울증은 물론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이 전기 자극을 가한 흰쥐들을 소나무·잣나무·편백나무·화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를 뿌린 방 안에 넣었더니 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방안에 넣기 전에 비해 25~70% 감소했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는“피톤치드의 중추신경계에 대한 진정작용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정상인뿐만 아니라 우울증 환자도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보다 숲에서 치료받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잘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클리닉이 우울증환자 6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숲과 병원에서 주 1회, 3시간씩 4주 동안 똑같은 치료를 시행한 결과, 숲에서 치료받은 환자는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0.113㎍/dL에서 0.082㎍/dL로 37% 감소했다. 이에 반해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0.125㎍/dL에서 0.132㎍/dL로 오히려 증가했다.

 

<나무가 주로 함유하고 있는 성분과 기능>


편백나무 : a(알파)-cadinol 충치예방
녹나무 : camphore 국소자극, 청량감
장미 : citral 혈압강하, 항히스타민 작용
타임(초본) : thymol 가래제거, 살균
소나무류 : terpentine oil 가래제거, 이뇨작용
측백나무, 나한백, 대만편백 : hinokitiol 살균작용, 발모
가문비나무 : borneol 졸음방지
박하(초본) : menthol 진통, 청량감, 국소자극
감귤류과피, 로손편백 : limonene 콜레스테롤계 담석 용해

참고서적《내몸이좋아하는삼림욕》(넥서스), 《숲으로떠나는건강여행》(지성사),

《피톤치드의비밀》(역사넷), 《실내식물이사람을살린다》(중앙생활사)

출처 : 헬스조선 2010.06.25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사진 신지호기자
도움말 유리화(국립산림과학원산림경영과박사), 강하영(국립산림과학원화학미생물과과장), 우종민(서울백병원신경정신과교수), 박범진(일본치바대학환경건강필드과학센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