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아내의 외도

문성식 2011. 3. 16. 15:14

질문 ‘만약 당신의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기 ①당장 이혼한다 ②설득해 마음을 돌려 놓는다

 

생뚱맞은 질문과 보기에 당황하셨는가. 아마도 내 아내는 절대 그럴 리 없기에 아예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꽤 비관적이다. 보기 중 ①과 ②에서 골라야 할 수도 있다.

1996년에 드라마 ‘애인’의 신드롬이 몰아친 지 9년이다. 그때는 내용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애인’이 ‘보통 생활’이 돼버렸다. 실제 조사결과도 그렇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미즈넷에서 24~35세 네티즌 기혼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편 이외에 사귀는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무려 43.3%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더 있다. 성균관대 가정관리학과 양다진씨가 ‘기혼 남녀의 혼외관계에 관한 연구’란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여성 196명을 대상으로 혼외관계 여부에 대해 조사해보니 40.3%의 유부녀가 과거나 현재에 혼외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즈넷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은 있지만 2001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 여성의 41%가 혼외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애인 없는 경우 능력 없는 여자 취급

 

현재 연하의 애인을 사귀고 있는 결혼 15년차 김모씨(42)는 “주변에 나처럼 외간남자를 만나는 유부녀가 많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계모임에서 외간남자와 사귄다면 ‘미친X’으로 취급받았지만, 현재는 애인이 없으면 능력없는 여자로 취급당할 정도라고 한다. 논문을 위해 직접 수백명의 유부녀를 만난 양다진씨는 “여성들이 혼외관계가 있음을 설문지에 써넣으면서 그다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당당했다”고 소개했다. 미혼인 양씨는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주변에서 외도를 흔히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상당히 많은 유부녀가 외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드라마 ‘애인’을 훨씬 뛰어넘는 수위의 외도가 대한민국에서 실제상황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도하는 유부녀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결혼관의 변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결혼관이 달라지면서 결혼의 영속성을 믿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현재의 남편과 언제든지 이혼할 수도, 그리고 다른 남성과 재혼할 수도, 혼자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애정에 대한 의식이 과거보다 자유로워졌다”면서 “이제 애정을 남편하고만 주고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 더이상 유부녀들이 ‘정조’라는 구속의 틀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동창 사이트가 혼외관계 상당한 영향

 

‘애인’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서 봇물처럼 등장한 ‘아내의 외도’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도라는 ‘금기사항’이 아름답게 미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인터넷의 발달이다. 외도는 인터넷만 깔리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채팅을 통한 외도는 직접 얼굴을 보지 않아 죄책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동창 사이트를 통해 동창들과 만나면 급속도로 혼외관계가 진행된다. 조경애위원은 “모 동창 사이트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면서 “이로 인해 아내가 가출했다는 상담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조위원은 “초등학교 동창들은 10년이 넘게 못 본 사이지만 쉽게 친해진다”면서 “남편보다 먼저 만났다는 생각에 전혀 죄의식이 안 생겨 관계가 깊어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아내들이 외도를 하는 이유는 역시 가정 불화다. 남편의 폭행·외도나 불화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외도를 하기도 하며 남편과 성생활이 불만족스러울 때도 그 해결책으로 외도를 고려한다. 삼성서울병원 윤세창교수(정신과)는 “남편들은 일에 빠져 있고, 남편의 심리적 울타리 안에는 아내가 들어갈 여유가 없다”면서 “적극적인 성향을 가진 여성들은 여기서 생긴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행동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도현의 오규호변호사는 “이혼소송 중에 아내의 외도 때문인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남편의 폭행이 외도를 초래했다”고 소개했다. 양다진씨는 “설문조사과정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외도를 통해서라도 ‘만족’을 얻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면죄부를 주는 경우도 있다. “네 남편이 외도를 했는데 너도 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듣고 충동적으로 외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내들의 외도가 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뾰족한 대책이나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부부간에 해결해야 하는 사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조경애위원은 “부부가 꾸준히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세창교수는 “사회가 남편들을 일과 직장으로부터 가정으로 되돌려 줄 수 있다면 ‘아내들의 반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도녀1

 

부평에 사는 이모씨(45)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자모회 회장을 맡은 적이 있으며,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그런 그녀가 외도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이다. 남편의 직장은 부산, 따라서 이들은 주말부부다. 이런 상황이 그녀에게는 불만이다. 그래서 전화방에 드나들었다. 너무 외로웠던 것이다. 전화방에서 만난 외간남자에게 주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러다가 대화가 잘 통하는 유부남과 그만 육체관계를 맺고 말았다. 현재 그녀는 남편의 빚 때문에 집을 압류당했다. 이혼서류에 도장은 안 찍었지만 별거하면서 이혼상태나 마찬가지다. 간병인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김씨는 앞서의 유부남이 만나주는 횟수를 줄이자 다시 전화방에 가서 두명의 남자를 더 사귀게 됐다. 그녀는 처음에는 외간남자와 사귀는 것에 대해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으나 점차 사라져 이제는 스스럼 없이 만나 육체관계를 맺는다.

 

외도녀2

 

수원에 사는 이모씨(40)는 여대를 졸업하자마자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제 큰 아들이 고등학생인 그녀는 별 불만없이 살고 있다. 남편의 사업이 그런대로 잘 돼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한가지 불만이라면 남편이 그녀를 집안일을 하는 ‘가정부’로 여기는지 ‘사랑’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늦게까지 일을 하고, 출장으로 자주 집을 비우다보니 그런 면도 있지만, 남편의 행동에서 오랜 결혼생활로 권태기가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택한 것은 외도다. 물론 절대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다. 남편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모든 것이 ‘오케이’다. 그리고 인터넷 채팅을 시작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그녀에게서 인터넷은 좋은 도구였던 셈이다. 그녀는 남편이 출장을 간 틈을 이용해 채팅을 통해 사귄 남성을 만난다.

외도녀3

 

명문여대 음대를 졸업한 박모씨(39)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재력가의 딸인 그녀는 현재의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해 할 수 없이 결혼했다. 그러니 그녀의 결혼생활이 평탄할 리 만무다. 그녀가 외간남자를 만나게 된 것은 필연인 셈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결혼 후 교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등 남편이 참가하지 않는 일에만 전념했다. 또 그녀는 공무원인 남편의 경제력이나 성격에도 불만이 많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남자나 재력가를 선호한다. 사교적인 박씨는 이혼남인 모항공사 조종사와 사귀었고 인터넷을 통해 만난 유부남과는 육체관계까지 맺었다. 이밖에도 지방호텔 소유주나 은행지점장 등 재력가와 만나고 있다. 비록 딸이 둘이지만 이씨는 이들 유부남을 만날 때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 즉 본인과 상대 남성 모두 이혼하고 재혼하자는 것이다. 물론 자녀들은 그녀가 키울 생각이다.

 

외도녀4
의정부의 장모씨(37)는 남편이 노름을 좋아해 속앓이를 많이 했다. 남편이 동네친구들과 어울려 화투나 포커를 즐긴 것. 반면에 돈벌이는 등한시했다. 그러다가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평범한 그 남자는 남편과 너무 달랐다. 자상하고 얘기를 잘 들어줬다. 대화가 잘 통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육체관계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주로 그녀는 남편 얘기 등 집안얘기를 하며 그 남자를 만났다. 그러다가 남자의 제안으로 미용실을 차렸다. 그 남자가 계속 만나려면 자금도 있어야 하고, 서로 만나기 쉬운 상황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남편이 노름 외에 다른 여자와 바람까지 피웠다는 것을 안 그녀는 더욱 이 남자에게 열중했다. 노름에 빠진 남편에게 이혼하겠다며 회유해 음식점을 차려 다시 일을 하게 한 그녀는 가정을 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혼할 생각이 없는 장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그 남자를 만난다.

외도녀5
성남에 사는 황모씨(36)는 학습지회사에 다닌다. 영업직인 남편은 귀가가 늦은 데다 주말이면 고객관리 차원에서 골프·등산 등에 전념하면서 그녀에게 소홀했다. 비록 맞벌이지만 그녀는 가정을 최우선하기에 남편에게 불만이 쌓였다. 게다가 부부관계가 다소 형식적이 되면서 그녀는 항상 모자람을 느끼고 이것을 채우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유부남을 만났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만 육체관계를 맺게 됐다. 황씨의 외도는 단순하게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비록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지만 ‘외도녀3’처럼 재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