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자 다가오는 이별
결혼한지 어느덧 반세기를 접어들고 있다.
젊어서는 철이 없어 사회생활에만 열중하다보니
가정생활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다.
남자들은 대개 하루에 1만2,000 단어를 사용한다는데
이것을 밖에서 다 소비하고 집에 들어오면 피로가 쌓인다.
반면 아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화를 시작하지만
남편들은 받아줄 기력이 없어 그 결과로 불평 불만이 싹트기 시작한다.
대화가 가정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식 못하면
장차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옛말에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산다”고 했듯이
아무리 속으로 깊은 뜻을 가지고 있어도 외부로 표현을 못하면 소용이 없다.
아내는 내게 늘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도 좋지만
대화의 2/3만 사용하고 나머지 1/3은 가정의 몫으로 돌림으로써
따뜻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반세기를 같이 사는 동안 아내는 어머니 같고 친구같이 일인삼역을 한다.
또한 모든 것을 다 드러내놓은 상태이니 자존심이며 체면, 위신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아내는 따뜻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였다.
아내 얼굴의 주름살은 점점 늘어나며 머리는 흰색으로 변하고 있으니
50년 동안 고생시킨 산 증거가 아닌가.
노년이 되니 이제 나를 상대해 줄 사람은 아내뿐이며 여행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마음만 일치하면 텐트를 싣고 무작정 떠난다.
RV 한대를 마련해서 그동안 못다한 것을 다소나마 메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살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철 들자 이별이다.
말년에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이혼을 하는 비극을 주위에서 본다.
평소에 가정에 충실하였다면 부부는 인위적이 아닌
주어진 수명으로 이별을 할 것이다.
내일 일은 모르지만 가는 날까지 부부가 함께 따뜻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있을 때 잘해” 노래가사가 마음에 더욱 와 닿는다.
= 이재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