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뇌 지키는 혈압은? “정상 수치보다 더 낮춰라”

문성식 2022. 11. 29. 11:29

뇌 지키는 혈압은? “정상 수치보다 더 낮춰라”

 
 

호주 연구, 혈압 110/70이 뇌에 최적

 
혈압계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최적 혈압은 정상 혈압 수치보다 낮은 수축기 혈압 110mmHg, 이완기 혈압 70mmHg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상 혈압 수치는 수축기 혈압 120mmHg에, 이완기 혈압 80mmHg미만이다. 그러나 혈압이 이 구간에 있다고 너무 안심하면 안 되겠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최적 혈압은 정상 혈압 수치보다 낮은 수축기 혈압 110mmHg, 이완기 혈압 70mmHg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뇌 노화 늦추는 최적 혈압 따로 있어
호주국립대 노화·건강웰빙연구헨터 니콜라스 체르빈(Nicolas Cherbuin) 교수팀은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뇌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44~76세 성인 686명의 뇌를 12년간 추적했다. 혈압을 측정할 땐 뇌가 얼마나 건강한지 MRI 스캔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정상 혈압보다 10mmHg 정도 낮은 110/70mmHg(수축기혈압 /이완기 혈압)이 뇌 건강을 위한 최적 혈압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적 혈압을 유지한 그룹은 정상 수치보다 혈압이 높은 사람에 비해 중장년에 이를 때까지 뇌 연령이 6개월 이상 젊었다. 정상 혈압 범위에 있던 사람들도 최적 혈압보다 높다면 뇌 노화가 비교적 빨리 진행됐다. 체르빈 교수는 "고혈압이 생겼을 때 갑자기 뇌가 건강을 잃는 것은 아니고, 생각보다 더 일찍부터 높은 혈압이 수년에 걸쳐 축적돼 뇌에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젊을 때부터 뇌 건강을 위한 최적 혈압을 110/70mmHg이라 여기고 혈압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나이에 고혈압을 앓으면 뇌 부피가 줄어들고,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69%까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 연구 결과도 있다.
 
강박적으로 110/70mmHg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 이승화 교수는 "아직 혈압이 높은 사람이 110/70mmHg로 낮췄을 때 실제로 뇌 노화가 늦춰졌는지 증명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실제로 혈압은 뇌 건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혈압이 높은 편이라면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론 피로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저혈압(100mmHg 이하/60mmHg 이하)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뇌 부피 줄이며 노화 촉진
혈압이 높으면 왜 뇌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걸까? 이승화 교수는 "혈압이 올라가면 뇌 속 미세혈관이 손상돼 뇌가 위축되고, 독성물질이 나와 뇌 장벽이 불안해지며, 신경성 염증 물질도 다량 생성되면서 뇌 노화가 빨라진다"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뇌졸중이 발병할 소지도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 노화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연결망 수가 줄고,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뇌 속 신경세포끼리 정보 전달이 잘 안되면서 기억력 감퇴, 정보처리 능력 저하, 행동반응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고혈압은 이런 뇌 구조 변화를 촉진한다. 대뇌 속 부분인 백색질엔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수십억 개의 가느다란 신경섬유가 연결돼 있는데, 고혈압이 이곳의 미세혈관을 파괴한다. 혈압이 높아져 혈류가 거세지면 얇고 섬세한 미세혈관들은 형태를 유지하면서 버티기 힘들다. 결국 미세혈관이 파괴되면, 신경섬유는 영양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끝부분 두께가 얇아진다. 신경 섬유 간 연결이 끊기고,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서 백색질이 수축하게 된다. 결국 인지 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고혈압이 뇌 노화를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혈압을 공격적으로 치료해봤더니, 치매 전조 증상인 경도인지장애 발병 위험이 낮아졌다는 미국 국립신경장애·뇌졸중 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생활 습관 교정으로 혈압 낮출 수 있어
혈압은 생활 습관 교정으로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혈압이 높은 상태라면 가볍게 달리는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근육 운동은 운동 중 혈압을 급격하게 올려 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근육 운동을 하고 싶다면 가벼운 운동기구를 15~20회 정도 반복해 들어 올리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운동 전과 후에는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해야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상혈압이라면 근력 운동을 해도 혈압이 뇌에 안 좋을 만큼 크게 오르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외에도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고
▲음주를 멀리하고
▲칼슘·칼륨·마그네슘이 든 음식을 많이 먹고
▲카페인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보통 체중을 유지하고
▲담배를 끊고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베리류를 먹고
▲명상과 심호흡을 자주 하면 혈압을 낮출 수 있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이 진단되지 않은 일반인도 최소 2년마다, 고위험군이라면 1년마다 혈압을 측정하라고 권고한다.
=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