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인플루엔자(독감) 합병증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정작 만성질환자는 인플루엔자 국가 무료접종 대상자에선 제외돼 있다. 만13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만65세 노인만 무료접종 대상자이다. 그 때문에 만성질환자도 인플루엔자 무료접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등이 서면질의한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 계획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성질환의 종류를 명확하게 설정하기도 어렵고, 과거에 만성질환 상병코드를 받았다 해서 지금도 만성질환자라고 장담할 수 없어 '만성질환자'의 범위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만성질환의 범위는 굉장히 다양하다. 만성질환이라 하면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정도를 떠올리기 쉬운데 질병관리청은 사람 간 전파가 없는 모든 비감염성 질환을 만성질환으로 정의한다. 또한 만성질환은 크게 심혈관계질환(심근경색·뇌졸중), 암, 만성 폐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그 때문에 인플루엔자 접종 시점에선 만성질환자가 아닌 경우가 상당수 존재할 가능성이 커진다.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만성질환자는 연령대 접종대상자와 달리 실제 유병을 확인할 수 있는 행정적 정보가 제한적이라, 만성질환자에 대한 명확한 구분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는 "상병코드만으로는 대상자 선정이 어려워 만성질환 대상자 구분 방법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보건당국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만성질환자 확대 필요에 공감하며, 연령을 기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만약 인플루엔자 지원 대상자를 확대한다면, 만 50세~64세로의 일괄 확대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므로 만 60세~64세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함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연령별 대상 확대는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지는 않으나, 비용효과성은 확인된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연구 결과에서는 만50∼64세 뿐만 아니라, 만 60세~64세 인플루엔자 접종 지원의 비용-효과성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플루엔자는 단순한 감기와 달라 감염자에게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될 경우, 만성 기저질환을 악화하고, 폐렴이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해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인플루엔자는 폐렴 발생위험을 최대 100배 높이고, 독감 발생 일주일 이내 급성 심근경색 발생위험을 6~10배, 뇌졸중 위험을 3~8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인플루엔자에 걸릴 경우, 일반인보다 입원율이 6배 이상, 사망률이 5~10% 이상 증가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