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당뇨병 환자, 운동할 때도 ‘조심 조심’

문성식 2011. 2. 11. 13:57

당뇨병 환자, 운동할 때도 ‘조심 조심’

약 복용해도 혈당 조절 잘 안될 땐 되레 위험

규칙적인 운동은 혈당을 떨어뜨려 당뇨병의 발병과 진행을 억제한다.

지난 2001년 핀란드 연구팀이 당뇨병 직전 단계인 ‘내당능(耐糖能)

장애자’ 522명을 4년간 조사해 국제학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 그룹은 4년 뒤 11%만 당뇨 환자가 된 데 비해, 그렇지

않은 그룹은 두 배가 넘는 23%가 환자가 됐다. 당뇨병 전문의가

‘이구동성’으로 운동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운동이 화근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운동 때문에 당뇨 합병증이

심해지거나 갑작스런 혈당저하로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운동도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해서

해야 한다.

 

◆ 차라리 운동하지 않았더라면…

10여년째 당뇨를 앓고 있는 강모(52)씨는 최근 겨울철 부족했던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며칠 동안은 별 이상이 없었으나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자 마치 잉크 한 방울을 물에 떨어뜨렸을 때

퍼져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시야게 뿌옇게 흐렸다. 서울

A병원에선 당뇨 때문에 망막 주위에 핏줄이 새로 생겼는데 그것이

터졌다고 진단했다. 강씨는 현재 안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시력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병원에선 보고 있다.

박모(여·64·경기 포천)씨는 등산을 하다 한쪽 발 발가락을 모두

잃었다. 남편과 주2회 정도 등산하는 과정에서 발에 상처가 났는데도

계속 등산한 게 문제였다. 혈관이 막혀 피가 잘 통하지 않는 데다 상처가

낫지 않고 썩어 들어가 하는 수 없이 지난 겨울 서울 K병원에서 한쪽 발

절반 정도를 잘라냈다.

 

◆ 운동하면 역효과가 나타나는 사람

공복시 혈당이 250㎎/㎗를 초과하는 등 약을 복용해도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는 운동을 하면 안 된다. 강동성심병원 내과 김두만

교수는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지나치게 낮아 혼수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당뇨 때문에 신장이나 심장 합병증이 생긴

환자, 발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환자(당뇨병성 신경병증), 눈 망막에

신생(新生) 혈관이 많은 환자(당뇨병성 망막병증)도 무리한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망막에 신생 혈관이 많은 환자는 얼굴을 허리 아래로

숙이기만 해도 혈관이 터져 심하면 실명한다. 따라서 팔굽혀펴기, 역기,

아령 등 피가 몰리는 운동은 금물이며 조깅, 골프, 수영 등도 삼가는 게

좋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홍영재 교수는 “당뇨 눈 합병증은 증상이

없으므로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지 않으면 합병증이 생긴 줄

모른다”며 “운동을 하다 망막 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혈압이 높거나 동맥경화가 있는 당뇨 환자,

인슐린을 투여받고 있는 환자 중 식사가 불규칙한 환자도 운동을

조심해야 한다.

 

◆ 철저한 사전 준비와 검진한 뒤 운동해야

당뇨병 환자는 운동 전 전문의 상담·검진이 필수적이다. 당뇨병의 유형,

당 조절 상태, 심전도 검사, 안저(眼底)검사, 혈압측정, 합병증 평가

등이 필요하다. 특히 발이 차갑게 느껴지거나, 운동하면 종아리가

아프거나, 발 등의 피부가 반질반질하게 변했거나, 발등·발가락의 털이

빠지는 경우는 발에 피가 통하지 않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므로 혈관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는 “등산처럼 한번에 운동하는 시간이 긴 운동은 당뇨 환자에게

좋지 않으며, 30분 정도 걷는 것이 가장 좋다”며 “매일 운동 전

자각증상과 맥박수, 혈압 등을 체크해야 하며, 운동 중 두통, 식은 땀,

가슴 통증, 맥박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그 밖에 위급할 때를 대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운동할 것 ▲운동 강도를 갑자기 높이지 말 것 ▲다음날까지 피로하지

않도록 할 것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운동을 쉴 것 ▲운동 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것 ▲추운 날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운동할 것

▲운동 전후 혈당을 체크하는 습관을 들일 것 등을 권하고 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