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虛)의 여유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라
생각지 말라"는 말이있다.
바깥 소리에 팔리다 보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바깥의 지식과 정보에 의존하면
인간 그 자체가 시들어 간다.
오늘 우리들은 어디서나
과밀 속에서 과식하고 있다.
생활의 여백이 없다.
실(實)로써 가득 채우려만 하지,
허(虛)의 여유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삶은 놀라움이요, 신비이다.
인생만이 삶이 아니라
새와 꽃들, 나무와 강물, 별과 바람,
흙과 돌, 이 모두가 삶이다.
우주 전체의 조화가 곧 삶이요.
생명의 신비이다
삶은 참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
누가 이런 삶을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제도가 이 생명의 신비를
억압할 수 있단 말인가.
하루해가
자기의 할 일을 다하고 넘어가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이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맑게 갠 날만이 아름다운 노을을 남기듯이,
자기 몫의 삶을 다했을 때
그 자취는 선하고 곱게 비칠 것이다.
남은 날이라도 내 자신답게 살면서,
내 저녁 노을을
장엄하게 물들이고 싶다.
= 법정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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