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무르익으면,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의 얼굴도 무르익는다. 누군가는 빨갛게, 또 누군가는 하얗게. 같은 술을 동시에 마셨는데, 얼굴색이 서로 다른 색으로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모든 사람은 술을 마시면 어느 정도 얼굴이 붉어진다. 온몸의 혈관이 일시적으로 확장돼 얼굴에도 혈액이 몰리기 때문이다. 다만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다면, 이는 몸속에 알코올을 처리하는 효소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 무해해지기 위해 두 차례의 반응을 거친다. 먼저 간에서 알코올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다. 이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ADLH)와 반응해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술이 몸에 나쁜 이유는 중간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서 독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혈관을 더욱 확장해 얼굴을 빨갛게 만들고, 메스꺼움을 느끼게 하며, 구토를 유발한다. 얼굴이 매우 빨갛게 변하는 사람은 ADLH가 부족해 몸속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오래 축적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약 16%가 음주 후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람들은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대장암, 방광암 등의 발병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가 다시 얼굴이 지나치게 새하얗게 변하는데, 이는 부교감신경의 오작동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이 강해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우리 몸은 이 반응을 상쇄하려고 부교감신경을 과 활성화한다. 그러면 붉은 빛이던 얼굴이, 혈관 수축으로 되레 새하얗게 변한다. 이런 사람 중 일부는 반대로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얼굴이 다시 빨개지기도 한다. 모두 자율신경계 반응으로 인한 것으로,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된 것은 아니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하면서 자율신경계 안정성도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이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술을 계속 마시면 위험하다.
음주 후 얼굴색에 큰 변화가 없는 게 가장 좋다. 붉어지더라도 알코올 분해 효소가 충분한 사람은 그 정도가 약하다. 금세 본래 혈색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