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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기억하는 향기 / 청원 이명희

문성식 2019. 1. 18. 09:54


가슴이 기억하는 향기     청원 이명희
누가 알까
건조한 하루는 꿈도 그리움도 사치라고
그 환한 봄날이 다 가도록 
아무것도 담지 못해 말라가는 가슴을 
허망하게 시드는 꽃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다
바쁜 듯 떠밀린 듯 끝없이 파도치는 일상
그저 산다는 건 오로지 견디는 것이었다
어느날 무심코 눈에 밟힌 푸르디푸른 신록 
도시의 후미진 담벼락에 비스듬히 핀 넝쿨장미
안개 속 안개 같은 마음 낮은 곳으로 스미게 한다 
삶의 고통이 날 붙잡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 세월 스스로 그 고통을 붙잡고 
있었음을  왜 몰랐을까 
가슴 속 반란 긴 여운
봄날 벚꽃 지듯 못 견디게 견디는 줄기마다 
초록빛 그리움이 움을 틔우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