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평생 잊지 못할 황홀한 밤 만들기

문성식 2018. 12. 29. 16:48
평생 잊지 못할 황홀한 밤 만들기(장소 체위 준비)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동네 할아버지 이발관 앞에서 바둑 두듯 무료하게 보내다 보면 진정 내 청춘의 ‘정점’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고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료한 일상처럼 남자 친구와도 시들해지기 쉽다. 일상이 돼버린 ‘밤‘을 ‘섹시 빅 나이트(sexy big night)’로 돌려놓기 위해 살펴야 할 몇 가지.



어디서건 바지를 내리려 드는 성급한 남자의 손이 당신 손에 잡혀 있다면 이제부터 그를 멀리하라고 충고하겠다. 다만, ‘반복에 의한 단기적 학습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면 희망을 갖고 교육시킨다. 당신이 어떤 곳에서 그를 ‘받아들이고’ 싶어하는지 기억시키는 것. 괴이한 장소를 찾을 필요는 없다. 한적한 건물 옥상, 다들 쉬는 날의 빈 사무실 책상, 고속도로 갓길, 터널의 입구나 출구 옆 빈 공간, 인기 없는 영화의 월요일 1회 상영 시간, 극장 화장실. 사람들이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장소는 없다. ‘안전빵’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여름이면 극장에서 돈 줘가며 찾는 ‘스릴’만은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

스릴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특이 취향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공간, 바로 그의 방이다. 남자의 자취방은 당신 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 궁금하다면 그가 어제 입었던 셔츠를 잠시만 머리에 뒤집어써 보라. 딱 그 정도로 냄새가 난다. 당신이 도전해야 할 곳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그의 방’이다. 아직은 학생인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야릇한 상황이 돼버렸다는 회사원 김은혜 씨. 남자 친구의 가족들이 갑자기 돌아온 그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신발을 숨기는 것이었다. 발목 근처까지 내려갔던 옷들이 다시 위로 올라오기엔 시간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에야 남자 친구 방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스릴 만점이었어요.” ‘숨죽인 밤’이 ‘숨막히는 밤’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남자 친구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덤이다. 그의 유아적 발상의 근원인 ‘방’에서 성년식을 치르듯 해보는 은밀한 밤은 분명 탐낼 만한 것이다.

이런 일상의 공간이 싫다거나 ‘분당과 불광동’ 정도로 두 사람이 멀리 살고 있다면 러브호텔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비디오방에 들어가자마자 블라우스 단추를 푸는 ‘소개팅녀’에게 놀라 도망쳤다는 남학생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인테리어 업계에 종사하지 않음에도 ‘모텔 인테리어’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취재의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킨 몇몇 ‘선구자’들에 의해서 ‘지역별 추천 모텔 리스트’가 자료 사진과 함께 인터넷을 떠도는 시대가 됐다. 이런 선구자들의 업적에 힘입어 이제는 모텔업자들이 업그레이드에 앞다퉈 나섰다. 덕분에 러브호텔은 PC방+비디오(DVD)방+여관+목욕탕 등의 기능들을 합친 ‘멀티엔터테인먼트’의 장(場)이 됐다.

“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그런데, 여관이나 예전 모텔은 딱히 자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잖아요. 요즘은 편하게 영화를 보기도 하고 심지어 컴퓨터로 리포트 쓰는 것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대학생 허수원 씨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제는 러브호텔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보다 러브호텔에 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할 시대다.



선교사가 아닌 바에야 정상위 하나로만 초지일관할 필욘 없다. 그가 리드하는 대로 따르던 수동적 태도만 벗어나면 잠자리가 두 배는 즐겁다. 체위는 주도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권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자가 알아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고 하면 남자들이 싫어했던 것은 우리 부모들 세대 아니었던가요?” 백댄서인 김세황 씨는 ‘잠자리의 재미는 함께 찾아가는 것’이라고 간결하게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으니, 하나는 정상위만 아는 여자와 정상위는 안 하는 여자다. 일단, 위치 선정의 묘미를 알면 왜 정상위에 목맸나 싶다는 것. 위치 선정 잘해서 성공한 홍명보의 예를 잘 되새겨보자.

『미개인의 성생활』을 쓴 폴란드 민속학자 마리노스키에 따르면, 옛날에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왼쪽에 누운 여자가 오른다리를 들어올리고 남자는 허리를 여자 다리 사이에 넣는 자세로 섹스를 했다고. 그러던 것이 ‘문명’ 이라는 이름으로 더 불편하고 재미없는 ‘정상위’가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 ‘미개인’ 들이 했다는 ‘측와위(옆으로 눕는 자세)’ 가 오히려 두 사람 모두 체력 소모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세다.

“사실 이 자세는 남자 쪽에서 머릴 잘 써야 돼요. 응용력 부족한 경우에는 앞으로 올라타려고만 들죠. 적당히 손을 이용해서 유도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 이것만은 절대 하지 마세요! ★

1.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모처럼 집이 빈다고 놀러 오라는 남자 친구의 얘기에, ‘이거 속옷 챙겨 가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녁 먹을 때쯤 맞춰서 갔더니 분위기 낸다고 촛불에 와인까지 준비해놔서 약간 감동했죠.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흘러나오는 음악이 ‘케니 G’. ‘어,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이 인간 날 일으켜 세우더니 갑자기 왈츠도 아니고 ‘블루스’도 아닌 애매한 춤을 추려고 하는 거예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푸하하’ 웃다가 침 튀는 바람에 남자 친구가 토라져서 달래느라 혼났어요. 그런 밤엔 케니 G나 김건모 같은 건 안 어울리잖아요.


2.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구요
아버지 차 몰래 타고 나온 남자 친구와 내친김에 밤바다가 보이는 해안까지 내달렸어요. 파도 소리 들리는 텅 빈 해수욕장 주차장에 있다 보니 분위기 묘해지더군요. 사람들 올까봐 엔진은 끄고 음악만 켠 채로 한참 뜸들이고 있는데, 노래가 갑자기 꺼져버리더라구요. 배터리가 방전된 거였어요. 깜깜한 밤중에 비는 내리고, 보험회사 긴급출동 부르느라고 남자 친구는 아버지한테 다 들통나고.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데, 왜 나는 ‘서비스’ 안 해주는 건지.

3. 잡지 따라 하다 큰일날 뻔했어요
목석 같은 남자 친구 때문에 ‘처녀귀신’ 되겠다 싶어서 잡지에 나와 있는 방법을 따라 해보기로 했어요. 디카로 야시시한 셀프를 찍어서 메일로 보낸 거죠. 그런데, 메일 발송해놓고 확인해보니 아뿔싸, 아이디 뒤에 붙는 숫자를 잘못 써서 엉뚱한 사람한테 메일이 간 거예요. 그 사진 인터넷에 돌아다니면 어떡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생각해낸 방법이 ‘스팸메일’로 위장하기. 그날 이후, 남자 친구 몰래 딴 남자한테 ‘야시시 메일’을 1주일간이나 보냈지 뭐예요. 답장도 없고 수신 확인에 ‘삭제’라고 뜨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했죠. 특별한 날 만들어보려다가 큰일날 뻔했어요. 남자 친구 대신 그 남자가 재미 좀 봤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