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jpg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천은사 극락전에 있는 탱화.
1776년(영조 52년) 작. 삼베 바탕〔麻本〕에 채색. 세로 360㎝, 가로 277㎝.

아미타불과 8보살, 10대제자, 사천왕(四天王) 등 수많은 청문중(聽聞衆)이 묘사된 대표적인 군도식(群道式) 구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불(佛)·보살(菩薩)·사천왕·10대제자 등에 각기 그 명칭이 적혀 있어 아미타불화 연구에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다.

거대한 화면 가운데, 아미타불의 원형 광배 안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길게 네모난 칸을 만들어 ‘光明普照壽命難思四十八大願無量壽如來佛(광명보조수명난사48대원무량수여래불)’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아미타불 가운데에서도 무량수불인 것이 분명하다.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에도 각각 ‘聞聲救苦觀世音菩薩(문성구고관세음보살)’, ‘攝化象生大勢至菩薩(섭화상생대세지보살)’의 명칭에서 상구보리(上求菩提 : 보리의 지혜를 구하여 닦는 일)·하화중생(下化衆生 : 아래로 중생을 교화하여 제도함)이라는 보살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이 위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普賢菩薩),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과 제장애보살(除障碍菩薩), 미륵보살(彌勒菩薩)과 지장보살(地藏菩薩)이 짝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8보살의 위치는 밀교 경전의 유행에 따른 8대보살만다라경(不空譯) 등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려 아미타구존도나 조선 아미타구존 형식에서 가장 흔한 배치 구도이다. 조선조에 들어와서 아미타불화에 등장하는 사천왕에도 칼을 든 지국천왕에 동방천왕(東方天王), 비파(琵琶)를 가진 다문천왕에 북방천왕(北方天王)이라 적고 있다. 이와 대칭하여 오른쪽에는 여의주와 용(龍)을 잡은 증장천왕에 남방천왕(南方天王)이, 위의 보탑과 창을 든 광목천왕에 서방천왕(西方天王)이라 쓰고 있다.

이와 같은 사천왕의 명칭과 일치하는 것으로서 같은 시대에 제작되었다고 추정하는 대영박물관의 사천왕도가 있다. 따라서 조선 불화의 사천왕상은 대부분 이 천은사 아미타극락회상도의 배치와 명칭을 따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좌 아래 본존인 아미타불을 향하여 무릎 꿇고 법문(法門)을 청하는 비구승의 두광(頭光)에도 ‘金利佛尊者(금리불존자)’라 쓰여 있다. 그래서 10대제자 가운데 한 분인 바로 사리불존자가 ≪아미타경≫을 설해 주기를 기원하는 장면임을 알 수 있다.

높은 보관에 본존인 아미타불을 모신 관음보살은 보병을 들었다. 보병이 강조된 보관을 쓴 대세지보살은 경책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보살들은 합장한 모습으로 조선 후기의 불화의 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지장보살은 민머리(승려 머리)에 망사와도 같은 투명한 모자를 쓰고 있다. 그래서 고려 이래 조선 전기까지 유행하던 피모지장상이 약간은 변형되었으나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을 이 일화를 통해서 분명히 지적할 수 있다. 또한 16세기 설법도의 원형 구도가 발전하여 복잡한 군도식 원형 구도로 완전히 정착하였으며 8보살과 사천왕상의 배치 및 명칭이 확정되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