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사랑
글. 용혜원 / 낭송. 김춘경
단 한 번 이라도
동그라미를 그려본 사람은 안다
완벽한 원을 그린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것은 없다
비단 우리가 완벽한 원이라 여기던 것도
기실, 알고 보면 완벽에 가까운 원일 뿐
완벽한 원은 아니다
한 때 나는 각이 없는 사랑을 꿈 꾸었다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두 단어의 밑 받침처럼 그렇게
ㅁ을 ㅇ으로 다듬는
삶의 조각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
그렇다 원에는 각이 없다
각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이미 원이 아니므로
그러나 또 기억해야 하리라
완벽에 가까운 원 조차도
그 처음은 하나의 각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그 인고의 모서리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모여서야
비로소 온전한 동그라미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아 자꾸만
모서리가 는다고 걱정하지 말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사랑도 조금씩 원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신호
세상 구르는 것이 모두 원이 아니듯
너와 나의 사랑이 아직 원이 아니라 해서
어디 그리 쉽게 멈춰진다 하드냐?
세상 어디에도 단 한번의 손짓만으로
완벽한 원을 그린 사람은 없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우리 사랑 원이 아니라 해도
영원히 원이 되지 못한다 해도
나는 기쁘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잠든 그대를
원 없이 사랑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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