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1.jpg 전라북도 정읍시 농소동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7.5m.

 

망제(望帝)마을의 서쪽 산기슭을 천곡사터라고 일컫는데 이 석탑도 이 사찰에 소속되었던 것으로, 현재의 위치가 원위치이고 형태도 원형으로 생각된다. 화강암으로 건조되었으며, 기단부와 탑신, 상륜부의 순으로 건조된 일반형 석탑이다.

 

기단부는 몇 개의 장대석으로 짜여진 층단형을 이루고 있다. 지대석은 자연석에 가깝도록 거칠게 다듬은 여러 개의 돌로 이루어졌으며 그 위에 1단의 기단석을 놓았는데 이 기단석은 2매석으로 결구되었으며 지대석보다는 잘 다듬어졌다.

이 기단석에는 측면에 아무런 조식이 없고 다만 상단부에 갑석모양의 굽을 둘렀는데, 이것은 면석과 갑석이 같은 돌로 조성된 일면을 보이고 있다. 상면은 약간의 경사를 두었으며 중심부에는 낮은 몰딩(moulding : 테두리장식)을 조출하여 탑신굄대를 마련하고 그 위에 7층의 탑신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기단구조는 전대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형태이다. 탑신부는 초층옥신과 2·3층 옥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옥신과 옥개석이 각기 한 장의 돌로 조성되었다. 초층옥신은 유난히 세장(細長)하고 방주(方柱)와도 같은 4매석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면에는 우주의 표현이 없다.

그 위의 2·3층 옥신석은 2매석으로 조성되었고 그 이상의 옥신석들은 1석씩으로 되었으며, 각 면에는 양 우주가 각출되어 있다. 옥신에서 초층이 매우 높은 데 대하여 2층 이상도 체감률이 적어서 이 때문에 전체가 고준(高峻)해졌다.

 

옥개석은 초층부터 7층까지 같은 형태로 조성되었는데, 너비는 좁고 두꺼워서 둔중한 느낌을 준다. 옥개석 상면은 평박하여 낙수면과 우동(隅棟 : 탑 옥개석의 귀마루)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나, 합각머리의 선은 예리하다.

그리고 정상면에 한 단의 각형 굄을 각출하여 그 위층의 옥신석을 받고 있는 것은 7층이 공통된 점이다. 각 층 옥개석의 하면에는 수평으로 전개된 추녀에 얕은 낙수홈이 모각되고 받침부에는 연화문이 조각되었다.

 

옥개석 하면에 층단형 받침 대신 연판을 조각한 예는 전라북도 남원의 실상사백장암삼층석탑(實相寺百丈庵三層石塔, 국보 제10호)에서 볼 수 있으나, 이것은 통일신라시대에 속하는 건조물이며 고려시대에는 이와 같은 유례가 없다.

또, 층마다 옥개석 하면 전면은 앙련(仰蓮)으로 채웠다. 이 연판은 추녀부분의 측면부터 하저면(下底面)까지 가득히 채워졌으므로 세장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1변에 4판씩 도합 16판의 앙련이며 판내(瓣內)는 아무런 장식도 없다. 상륜부는 모두 없어지고 7층 옥개석 위에 노반석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이 석탑은 각 부의 석재결구에 있어서 매우 치졸함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기단부 구조는 더욱 그러하다. 조각 또한 세련되지 못하고, 무질서하고도 변형된 각 부의 양식과 조성수법으로 보아 이 석탑의 건조시기는 고려 중엽 이후로 보인다.

 

이 석탑은 옥개석의 양식이 특이하여 이형석탑(異形石塔)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석재결구가 매우 간략화 되고, 연화문의 조각 또한 치졸함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안정감이 결여된 세장 · 고준함 등으로 보아 고려 중엽 이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