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5.jpg 청동 불상 표면에 도금한 불상으로 간송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머리에는 인동무늬 비슷한 장식이 새겨진 보관(寶冠)을 쓰고 있으며 얼굴은 긴 편이다. 얼굴의 표현은 매우 특징이 있는데, 가늘게 찢어진 눈과 앞으로 내민 입술,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어울려 토속적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삼도(三道)가 없는 긴 목, 원통형의 몸은 삼국시대 불상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옷자락은 양쪽에 대칭으로 뻗쳐서 새의 날개깃처럼 표현하였는데 매우 인위적이고 도식적이어서 사실감이 없다. 양 어깨에 걸쳐서 내려오는 큼직한 구슬장식은 허리 밑에서 X자 모양으로 교차되는데, 너무 밑으로 쳐진 느낌이다. 도금이 많이 벗겨져 있는 대좌(臺座)는 원형으로 단층이며, 끝이 비교적 날카로운 8잎의 연꽃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인동문(忍冬文) 비슷한 장식의 보관(寶冠)을 쓴 이 보살상의 얼굴은 매우 길쭉하지만, 덕수궁미술관(德壽宮美術館)의 방형대좌(方形臺座) 금동미륵보살반가상(金銅彌勒菩薩半跏像) (보물(寶物) 제(第)331호(號)) 처럼 근엄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두 볼을 아주 두드러지게 하고 입은 작고 봉긋하게 표현하여, 눈이나 얼굴 전체가 마냥 웃음짓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상은 일본(日本) 법륭사(法隆寺) 석가삼존상(釋迦三尊像)의 보살이나 구고관음상(救苦觀音像)의 그것과 다소 비슷하나 중국(中國)의 것과는 판이한 독특한 것이다.

여기 나타나 있는 삼도(三道) 없는 긴 목이라든지 원통형(圓筒形)인 몸은 이 보살상의 시대적인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지만, 특히 관옥(管玉)과 주옥(珠玉)을 연결하여 X자형을 만든 연주(連珠) 장식이라든지 옆으로 날리고 있는 옷자락이 극단적으로 형식화된 점 등은 6세기 말엽의 과도기적(過渡期的)인 중국 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법이다.

10454.jpg 긴 목이 그대로 가슴과 직결되도록 민틋하고, 이것이 그대로 전신(全身)에 계속되어 있는데 이 민틋한 것은 물론 천의(天衣)이며 이 천의는 몸에 밀착되어 있다. 그러나 몸의 굴곡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런 수법은, 원통형적인 자세와 V자형 목걸이며 형식화된 천의(天衣) 자락과 함께 이 보살상의 인상을 딱딱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원래는 두광(頭光)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아직도 그것을 꽂았던 고리는 남아 있다.

대좌(臺座)는 원형(圓形)의 단층(單層)이며, 판단(瓣端)이 비교적 날카로운 8엽(葉) 단판연화문(單瓣蓮華文)이 조각되어 있고, 도금(鍍金)은 신부(身部)와는 달리 대부분 벗겨져 있다

경남(慶南) 거창군(居昌郡)에서 출토되었다고 만 전해질 뿐, 확실한 유래(由來)를 알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원형대좌(圓形臺座)라든지 신체 각 부의 묘사는 백제(百濟) 양식을 강하게 시사(示唆)해 주고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