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3.jpg 청동 불상 표면에 도금한 높이 38.2㎝의 불상으로 간송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좀 서툰 듯하면서도 각명(刻明)한 인상이 우선 우리의 눈을 끈다. 특히 불상의 얼굴은 알맞게 살찐데다가 입을 오므리면서 눈을 쓱 감고 얼굴 전체에 가득한 웃음을 띠어, 보는 이에게 무한한 감명(感銘)을 준다.

이 얼굴은, 눈을 약간만 크게 떴더라면 바로 저 유명한 구황리(九黃里) 순금여래입상(純金如來立像)(국보(國寶) 제(第)79호(號))의 그것과 같을 것이며, 얼굴이 조금 길어진다면 연대가 훨씬 올라가는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延嘉七年銘金銅如來立像)의 얼굴로 변할 것이다. 그런만큼, 이 얼굴은 삼국기(三國期)의 고격(古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여기 나타난 이러한 꾸임없는 미소야말로 이 불(佛)의 격(格)을 승화시켜 주는 요체라 할 수 있다. 나발(螺髮)의 머리에는 팽이 같은 육계(肉계)가 높이 솟았는데, 이것 또한 연가칠년명불(延嘉七年銘佛)과 같은 고격(古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랫배를 조금 내밀고 서 있는 신체는 결코 당당한 편은 아니나, 부드러우면서도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런 수법은 의습(衣褶)에도 여실히 나타나 있는데, 가지런한 듯하면서도 오른쪽 어깨의 옷이 곧 흘러내릴 듯하다든지 서툰 듯한 의문(衣文)의 표현은 엄격한 좌우대칭(左右對稱)에서 탈피하려던 경향임에 틀림없다. 이런 기법(技法)이 더 굳어진다면 국립박물관의 금동약사여래입상(金銅藥師如來立像)(보물(寶物) 제(第)388호(號)) 과 같이 되겠지만 그러나 아직 이 불상은 그 얼굴과 강인한 옷, 자유로운 포즈에서 오는 정신적인 불(佛)의 힘이 생동하고 있다.

말하자면 계단식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중첩(重疊) 의문(衣文)은 계미명삼존불(癸未銘三尊佛) 같은 고졸(古拙)한 양식-북위(北魏) 양식-에서 온 것이며, 발목 위로 쑥 올라간 납의하단(衲衣下端)은 거의 치마 주름처럼 변해 버렸으나 구황리(九黃里) 순금여래입상(純金如來立像)의 그것과 기본적으로 통하고 있다. 이런 수법들은 얼굴의 표현과 함께 북위(北魏) 양식이 생경한 과도기(수(隋))적인 영향을 거쳐 출현한 새로운 스타일임이 분명하다.

대좌(臺座)는 아랫부분이 8각이며 각 면에는 초기불(初期佛)에서는 보기 드문 새(鳥) 모양의 안상(眼象)이 있고, 그 위에는 8엽(葉) 단판앙련(單瓣仰蓮) 받침과 8엽(葉) 복판복련(複瓣伏蓮) 받침이 있다. 이 복련(伏蓮)의 짧은 판(瓣)이라든지 좁고 날카롭게 올라간 반전(反轉) 등은 구황리(九黃里) 순금여래좌상(純金如來坐像)의 복련과 거의 같다. 앙련(仰蓮)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앞에서 지적한 여러 점과 함께 이 불상의 조성연대(造成年代)(7세기말)는 거의 명백해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