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거리낌 없는 무애의 미

문성식 2015. 6. 14. 05:05

 
      거리낌 없는 무애의 미 아름다움에는 또 거리낌 없는, 무애(無碍)의 미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미륵반가사유상」과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이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륵반가사유상」에는 고요와 평화와 잔잔한 미소가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앞에 서 있으면 고요와 평안과 잔잔한 미소가 우리에게 스며듭니다. 반면에 「생각하는 사람」은 그저 무거운 고요만이 있을 뿐입니다. 「미륵반가사유상」에는 어디에도 거리낌이 없는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데 「생각하는 사람」에는 무애의 미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무겁고 답답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작가의 혼이 작용한 겁니다. 철학자 야스퍼스가 「미륵반가사유상」을 보고 그토록 격찬한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무애의 미가 있는 시를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달이 연못에 들어도 물에는 흔적 없네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야보 선사 송입니다. 뛰어난 장인은 자취를 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인, 도인들은 작품 속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시회에 갔을 때 아무런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없이 빈 마음으로 보면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퍼내도 퍼내도 다함이 없이 솟아납니다. 그러나 가꿈이 없으면 솟아나지 않습니다. 그저 솟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안으로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내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은 가꾸지 않으면 솟아나지 않습니다. ㅡ 법정 스님의 [소유와 아름다움]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