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있는 그대로가 귀하다

문성식 2015. 6. 14. 05:00

 
      있는 그대로가 귀하다 누구나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투명한 감수성으로 아름다움을 찾아보십시오. 조각가가 아무런 표정도 없는 돌 속에서 아름다움을 캐내듯이 말입니다. 임제 선사의 어록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무사시귀인 단막조작(無事是貴人但莫造作)” ‘있는 그대로가 귀하다’는 겁니다.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으니 남과 비교해서 꾸미려 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꾸미는 것은 가짜입니다. 천연스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에도 거리낄 것이 없는 자연스러움에는 조화와 균형이 갖추어져 있어 귀하기까지 합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마다 자기 얼굴이 있습니다. 내 얼굴을 스스로 가꾸고 드러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얼굴은 사랑의 눈으로만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씨는 신용장이다.”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얼굴에, 맹목적인 열기에 속지 말라는 겁니다. 추천장은 믿을 것이 못 됩니다. 신용장인 마음씨가 고와야 한다는 말 기억해두십시오. 아름다움에는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동양화에서 여백은 그 그림의 격을 좌우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서양화에는 여백이 거의 없습니다. 덜 채워진 부분, 좀 모자라는 구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립고 아쉬움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 삶에도 여백의 미가 적용됩니다. 채우려고만 하면 욕망이 작용해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져 추해집니다. 그러나 덜 채우면 빈자리에 생기가 돌아 시들지 않는 품격이 감돕니다. 여유가 있고 공백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사는 일도 그렇습니다. 가득가득 채우려는 욕심은 결국 스스로를 걸려 넘어지게 만들고야 맙니다. 사는 맛은 좀 부족하고, 모자랄 때 나는 것입니다. ㅡ 법정 스님의 [소유와 아름다움]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