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6.jpg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운평리에 있는 신라시대의 석탑 石塔. 높이 3.8m. 

 

중흥산성 서쪽 시냇가에 있는 3층 석탑이다. 중흥산성에는 신라 경문왕 때 도선대사가 창건한 중흥사(中興寺)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임진왜란 당시 왜병과의 격전끝에 승병들은 모두 죽고 절은 불에 타버렸다고 전한다.

이 탑은 원래 쌍사자석등(국보 제103호)과 함께 있었으나, 석등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기고 석탑만이 남아 있다.

 

2층기단 위에 3층탑신을 건립하고 정상에 상륜부를 놓은 일반형 석탑으로, 현재 상륜은 전체의 부재를 잃고 구형석(球形石) 하나가 있을 뿐이다.

 

넓은 지대석이 깔려 있는 위에 하층기단 하대석(下臺石)을 놓았는데, 하대와 면석은 같은 돌로 4매석을 결구(結構)하여 하층기단을 이루었다. 각 면에는 양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3주의 탱주(撑柱 : 받침기둥)가 모각되었으며, 두툼한 하층기단 갑석 상면에는 호형(弧形)과 각형의 굄대를 조출하여 상층기단을 받고 있다.

 

9287.jpg 상층기단 면석은 양 우주가 정연하며, 중앙 탱주로 양분한 구간에 인왕상(仁王像사천왕상(四天王像)·천부상(天部像) 등을 조각하였다.

특히, 기단부에서는 상층기단 면석을 하나의 탱주로 양분하였을 때 대개의 경우 팔부중상(八部衆像)을 조각하고 있으나, 이 탑은 전면에는 인왕상을 좌우에 새기고, 측면 2면에는 사천왕상을 2구씩 조각하였으며, 뒷면에는 보살상을 좌우에 배치하고 있다.

이 조각들은 얼굴 표정이나 의문(衣文)의 표현, 손에 가지고 있는 물건과 수인(手印) 등이 잘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사천왕상들의 갑옷은 장식적인 작풍(作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상층기단 갑석면에는 각각 모서리에 2개의 구멍과 중앙에 3개의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장식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갑석은 2매 판석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면에는 부연이 정연하고 상면에는 높직한 각형 2단의 굄대를 마련하여 탑신부를 받고 있다.

 

옥개석은 하면의 받침이 큼직하게 3단씩 각출되었으며, 상면에는 각형 1단의 굄을 조각하여 그 위층의 옥신석을 받고 있다. 낙수면이 평박하고 모서리는 예리하며, 네 귀퉁이의 전각에 반전이 강하게 나타나서 짜임새있게 보인다. 탑 앞에는 안상(眼象)이 조각된 배례석(拜禮石)이 놓였는데 안상 수법이 특이하다.

 

이 석탑은 양질의 화강암으로 건립되었으므로 보존상태가 좋고, 따라서 여러 조각상의 조식도 명확하다. 건조시기는 신라 하대로 추정되며,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