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4.jpg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 용담사지에 있는 고려시대의 불상. 높이 6m.

 

용담사는 백제 성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사찰로, 전설에 의하면 용담천 깊은 물에 이무기가 살면서 온갖 행패를 부리자 이를 막기위해 신라말 도선국사가 절을 창건하여 용담사라 이름을 지으니, 그 뒤로는 이무기의 나쁜 행동이 없어졌다고 한다. 전설을 뒷받침하듯 절 안의 대웅전은 북쪽을 향하여 용담천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불상은 중창할 때 본존불로 봉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타원형의 자연석을 이용한 대좌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이 불상은 마멸이 심하여 세부적인 판독은 어려우나 고려시대 불상으로는 매우 양감 있게 표현하였다.

 

몸의 굴곡도 역시 마멸이 심하여 잘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측면에 남아 있는 의습(衣褶 : 옷주름)을 보면 굵고 간략한 음각선으로 새겼고, 발목 부분은 세로줄의 옷자락 무늬를 보여 주고 있다. 두 손은 복부 근처에 대고 있으나 마멸 때문에 분명하지 않다.

 

광배는 일종의 거신광배(擧身光背) 형태로, 불상과 같은 동일한 돌로 조각하였다. 광배 바깥쪽 주위는 불꽃무늬를 돌렸는데 많은 부분이 결실되었다. 이 광배의 양 팔 앞으로 오른쪽에는 원형, 왼쪽으로는 사각형의 구멍이 있는데 이것은 목조가구(木造架構)의 흔적으로 생각된다.

 

대좌는 타원형의 자연 거석으로 발밑의 촉을 끼워서 신체와 연결하고 있다. 이 불상은 거·장신의 체구로 간략한 조각 수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의습에서나 광배·대좌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서 고려 초기 제작으로 추정하게 한다.

 

이러한 거구의 불상으로는 안동이천동석불상(安東泥川洞石佛像, 보물 제115호)·함양마천면마애여래입상(咸陽馬川面磨崖如來立像, 보물 제375호)·파주용미리석불입상(坡州龍尾里石佛立像, 보물 제93호) 등이 있으며, 이 시기 거구 불상들의 제작 과정을 알 수 있는 좋은 예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