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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은 그대가 그립기만 합디다/ 受 天 김용오
그대여
갈바람을 타고 잎 새에 뿌려지는 햇살이 개구쟁이
애들의 미소만큼이나 해맑아서 한 줌 한줌 줍고파
무작정 어디론가 달아나고픈 시월의 아침입니다.
이런 날은 내 마음을 한 자리에 묶어둘 수 없는
날이지만 사람 사는 게 어데 그렇던가요 어제도
그러하듯 오늘도 하는 일이 한 두 가지여야지요.
이내 마음을 가다듬어 주저앉아야 하는 일상에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불러 거실에 앉혀놓고
커피를 마시며 햇살이 전하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어찌나 웃음이 나오는 얘기가 있었던지
깔깔거리고선 지금 웃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대여
그대의 생활 또한 별반 나와 다름이 없지 싶어
지금쯤은 그대 또한 차를 마시며 나를 생각하고
계실까 라는 그대 생각에 갈바람에 풀잎이 눕듯
제 입술이 누운 것이 그저 흐뭇하기만 하답니다.
그대여
내 몸이지만 내 몸 하나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내 자신에 있어 때론 서운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날 그대를 생각 할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내 자신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꼭 그렇게 미워 할 일만 아니더군요.
하여 오늘 같은 이런 날은 만사를 팽개치고서
그대나 만나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시골의 한적한 신작로 길이라도 두런두런 애기나
나누며 걸어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
그대가 그립기만 합디다.
그대여.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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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별따라 구름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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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