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방면에서 도시를 벗어나 지석천이라는 작은 강을 건너면 아늑한 시골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굴곡의 산세가 이어지고 넓은 들판에 작은 마을이 띄엄띄엄 박혔다. 가파름이 없는, 넓적 둥글한 들판을 지나 운주사에 도착했다.
운주사는 유명한 사찰이다. 하지만 불국사처럼 불교 역사를 대표하는 사찰로, 단박에 떠오르는 사찰은 아니다. 그 이유는, 운주사에 관한 유래ᆞ역사가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밝혀지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여행자 발목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에 찾고 다시 찾는 이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1940년대에는 석불 213기와 석탑 30기가 운주사 내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헌데, 현재 운주사 내에는 석불과 석탑을 합쳐도 100개가 채 되지 못한다. 본격적인 조사와 발굴이 실시되기 시작한 1980년대까지 보호나 관리를 받지 못해 생긴 결과다. 역사 속에서 천불천탑이라는 수식어로 통했던 운주사지만, 덕분에 오랜 세월 수탈과 유실의 목표물이 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현재는 9층 석탑, 석조불감, 원형다층석탑, 와불 등이 문화재로 지정, 관리 받고 있으며 운주사는 자체는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뼈아픈 세월을 겪어 온 운주사의 오늘은 어떨지 궁금하다.
타 사찰에서 흔히 접하던 '천년사찰' 현판이 보이지 않는 것도 운주사의 특징이다. 운주사 일주문 뒤편 현판에는 '천불천탑(千佛千塔)'이 적혔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관련 기록으로,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선 운주사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각각 천 개 있고, 또 석실이 있는데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있다라고 운주사에 대해 짧게 묘사했다. 또, 인조 10년(1632)에 발간된 [능주읍지]에서도 천불산 좌우 협곡에 석불 석탑이 천 개씩 있다는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천개로 딱 떨어지는 개수의 석불과 석탑이 있었는 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 규모가 대단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