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월이산(551.4m)충북 옥천군 이원면, 영동군 삼천면

문성식 2012. 11. 13. 20:43

충북 영동군ㆍ옥천군 
봄 바람에 국악 선율 흩날리는 능선길

글ㆍ사진 곽영조 기자 | 협찬 트렉스타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경계에 자리한 월이산(月伊山)은 ‘달이 떠오르는 산’이라고 해서 ‘달이산’으로도 불린다. 500m대의 육산으로 아기자기한 소나무들이 군락지를 이룬 월이산에선 지척인 국사봉을 비롯해 천태산, 대성산, 장령산, 서대산까지 켜켜이 쌓인 산자락들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한다. 능선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과 길게 굽이치며 도도하게 흐르는 금강을 조망하는 것은 월이산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산행은 옥천군 미원면에서도 가능하나, 원점회귀 산행을 위해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옥계동에 위치한 옥계폭포(玉溪瀑布)로 향했다.
옥계폭포는 4번 국도 영동군 심천면 구간에서 옥계교 방면으로 우회전해 비포장을 따라 옥계저수지를 거쳐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월이산 주봉과 서봉이 내달려 맞닿은 산등성이 아래 위치한 폭포는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3대 악성(樂聖)이라 불리는 난계 박연 선생이 어린 시절 이곳을 찾아 피리를 연주했다고 해서 일명 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박연 선생은 폭포수 밑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난초를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자신의 호를 난초 난(蘭)에, 시내 계(溪)를 붙여 ‘난계’라 지었다고 한다. 주차장과 정자를 지나자 높이 20여m로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주변경관과 잘 어우러진 폭포가 나타났다. 비단자락을 드리운 듯 곱고 기묘한 모습에 눈길이 쏠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여자가 누워있는 듯한 형상이다. 폭포 들어오는 초입의 천국사 뒤편 옥녀봉에서 월이산을 바라보면 마치 엄마가 아이를 낳고 있는 듯한 형세인데, 옥계폭포가 바로 아이가 나오는 곳이라고. 폭포 앞 용바위(양바위)라 불리는 작은 바위가 세찬 물살을 맞으며 솟아있는데 이 바위에 전설이 있다. 마을사람들이 폭포의 경관을 해친다고 해서 이 바위를 멀리 옮겨버렸는데 그 이후로 마을의 남자들이 객사하거나 사고로 죽자 폭포 앞에서 바위를 캐 처음 있던 곳에 놓았더니 변고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옥계폭포에는 이웃처녀를 사랑한 한 총각이 폭포 위 절벽 끝에 그네를 매고 놀다가 폭포 밑의 소(沼) 속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비록 폭포수가 폭포 상류에 있는 서재마을을 거쳐 내려오는 것이라 마실 순 없지만 시원한 폭포 소리와 그윽한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월이산 정상 너머 전망대에서 바라 본 월이산 주변 능선들 모습

 

난계 박연 선생의 혼이 서린 옥계폭포
산행은 옥계폭포를 기점으로 천화원 가는 갈림길에서 우측 능선으로 월이산을 올라, 월이산 남서쪽에 위치한 서봉을 거쳐 445봉에서 서재마을 방면으로 진행됐다.옥계폭포 앞 정자를 끼고 오른쪽에 놓인 가파른 구간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지름 30cm가량의 대형 관이 가파른 길을 따라 설치돼 있다. 날이 가물 때 저수지의 물을 폭포 위로 끌어올려 다시 흘려보내서 폭포의 수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가파른 구간이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 가 싶더니 이내 내리막이다. 폭포 위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이 옥계폭포 바로 위 ‘예저수’로 모였다가 떨어진다. 예저수는 옛날 이무기가 살았다는 웅덩이로 서재마을 사람들이 웅덩이의 물을 모두 파냈더니 기다란 몸을 가진 정체불명의 동물이 나왔다고 전한다. 예저수를 거슬러 올라 다리를 건너 한적한 오르막 구간을 통과하니 이내 서재마을과 월이산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거창할 것도 없는 소박한 안내판이 조용한 산세를 잘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했다.
삼거리를 지나자 잠깐사이 산이 얼굴을 바꾸기 시작한다. 경사 심한 돌길이 가파르게 치달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산세에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던 일행들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쉴 만한 정자가 나온다”는 최향숙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를 위안삼아 거친 숨길을 내가며 오르는데, 몽글몽글 진분홍 꽃망울을 다투어 피어낸 진달래가 힘든 산객들을 반기며 위로해 줬다. 답답했던 산세도 조금씩 트이며 도왔다.
서재마을 가는 삼거리에서 나지막하게 자란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올라 30여분 만에 월이정이라는 현판을 단 정자에 도착했다. 먼저 산행중이던 다른 일행들과 함께 월이정에서 여유를 만끽한다. 월이정은 주변에 있는 나무를 정리하고 평탄한 능선 가운데에 만들어져 영동지역의 주변 산제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충북 영동군은 신라시대 때 길동(吉同)군이라 불렸다. 삼국시대 이후 왕조의 교체가 이뤄지면서 행정구역의 개편과 아울러 여러 지방의 지명도 바뀌게 되었는데, 삼국사기에 의하면 지증왕 이전까지는 왕명에서도 거서간,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 등 우리말을 사용했으나 경덕왕 때에 고유지명을 모두 한자식으로 표기하여 군현의 명칭을 비롯해 토박이말 이름을 2자원칙(二字原則)으로 개칭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서 영동군은 「영동현본길동현(永同縣本吉同縣)」으로 기록됐다. ‘길’은 우리말 길다(長)의 형용사를 훈차해 한자로 길영(永)이 되고, 뒤  의‘동’은 그대로 쓰면서 영동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지명과 관련해 두 물줄(二水)이 이곳에서 합쳐(永)져 하나(同)로 금강의 상류가 된다는 뜻의 영동(永同)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월이정에선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거북이의 등을, 옥녀봉은 머리가 되어 마치 거대한 거북이 한 마리가 영동 읍내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한 이채로운 풍경도 조망된다.
월이정 아래로 금강이 S자로 굽이쳐 흐르며 곡류천을 형성한 모습이 뚜렷하다.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군산만에서 서해와 만나기까지 395.9km를 흐르는 금강을 영동에선 호수같이 잔잔하다고 해서 금호강 또는 양강이라 부른다. 양강은 강이 흐르는 양산면 지역의 명승지 8곳에 양산8경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냈기도 했다. 한편 금강은 무주구천동 구간에선 설천, 무주읍 근처에선 남대천, 금산에선 적벽강, 부여를 지날 땐 백마강으로 불린다. 영동에서 나고 자라 이제껏 살고 있다는 최향숙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으로 낯설었던 영동의 산과 들의 역사들과 마주했다. 4대강 사업으로 많은 양의 모래톱이 깎여나가고 그로 인한 지형과 동식물들의 서식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월이정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틈틈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지대도 이어진다. 능선 오른쪽으로 멀리 경부고속철도를 지나는 고속열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부드러운 능선 위로 신록의 봄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대며 시원한 풍경을 펼쳐냈다. 가파르지 않은 소나무 숲길이 월이산 전위봉인 448봉으로 이어진다. 원동방면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월이산은 진행방향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안내 팻말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치 않다.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가려 월이산 정상이 조망되지 않는다. 448봉에서 좌회전해서 월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갈림길이 없고 완만한 경사길이라 부담이 없다. 448봉 동쪽 아래 옥천군 이원면과 영동군 경계선 자락에 물맛이 좋기로 알려진 태고종 송학사가 있다. 1955년 6월에 건립된 것으로 대웅전과 산신각으로 이뤄졌다.

난계 박연 선생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옥계폭포. 일명 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옥계폭포~월이정~정상~서봉~서재마을…약 9km
월이산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길 가에 여러 기의 무덤들이 나타난다. 비석까지 세워져 있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은 탓인지 무덤 가운데 커다란 나무들이 잡초들과 엉켜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모두 상태가 비슷했는데 월이산은 사유지라서 지자체 차원의 관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무덤들 바로 위쪽이 월이산 정상이다. 448봉에서 약 20여분 거리다.
월이산 정상은 옥천군에서 세운 월이산 정상석과 울산 박씨의 묘, 헬기장, 1983년 설치한 기준점이 널찍한 공간에 놓여있다. 할미꽃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다. 정상 주변은 웃자란 나뭇가지들로 조망이 어려운 대신 북쪽으로 트여, 옥천군 이원면은 물론 그 너머로 도덕봉, 장용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300여m 지점 떨어진 곳에 봉수대 터가 있다. 조선 초기에 건립되었던 월이산 봉수대는 영동 박달산과 대전의 계족산 봉수대를 중계하던 곳으로 지금은 그 터만 남았다. 안내판에 영동현 소속의 봉수대로 33㎡정도의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남서쪽 표지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능선길을 따라 서봉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난 길로 내려가면 숯가마골이나 원동리, 현리마을로 이어지지만 인적이 드물어 하산로가 뚜렷치 않으므로 주의한다. 정상에서 20여m쯤 지나 짧은 바위구간을 통과하면 월이산 일대는 물론이고 지척인 국사봉을 비롯해 멀리 천태산, 대성산, 장령산, 서대산 등이 켜켜이 쌓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가운데에 함양 박씨의 묘가 있다. 전망대를 벗어나면 가파른 내리막이 100여m 이어진다. 경사진 데다 미끄러운 마사토 구간이라서 주의를 요한다.
가파른 구간이 끝날 즈음 왼쪽으로 산에 둘러싸인 서재마을이 조망되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서쪽에 재가 있다는 뜻의 서재마을은 현재 14개 가구가 산다. 전망대 200여m 아래에 서재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팻말과 등산로가 선명한 갈림길을 통과해 ‘천모산 안내판’을 지나면 서봉으로 이어지는 로프가 설치된 암벽구간이 있다. 로프를 잡지 않고 올라도 될 정도다. 로프 구간 위가 투구봉이다. 서재마을에서 바라볼 때 투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범바위라고도 불린다. 커다란 한 개의 바위로 이뤄진 투구봉에선 고즈넉한 서재마을의 정취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서재마을 오른쪽으로 서봉, 일명 천모산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연이은 봉우리들이 높이를 제각기 달리하며 솟아있음이 확인된다.
투구봉에서 서봉까지는 10여분 거리의 오르막 구간이다. 서봉 정상엔 나뭇가지에 ‘국사봉, 술목재, 마니산’방향을 가리키는 손바닥 크기의 판자가 걸려있다. 판자가 가리키는 왼쪽방향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간행한 1:25000 지도상엔 서봉 정상 오른쪽 능선에서 대동저수지 방면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지만 능선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구간이 명확치 않다.
15분 정도를 내려가면 445봉으로 오르는 능선길과 서재마을 방면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길을 따라가면 391봉을 지나 마곡리에서 들어오는 임도를 따라 다시 서재마을로 돌아와야 하므로 서재마을 방면 왼쪽 길을 택해 내려갔다. 10여분 더 내려가니 445봉에서 갈라져 나온 지능선을 따라 휘어진 등산로가 비석이 없는 무덤이 있는 지점에서 등산로가 다시 나뉜다. 두 구간 모두 완만한 내리막 구간으로 20여분이면 마을과 임도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마당에 호수정원이 있는 천화원의 별채 건물을 지나 임도와 만난다. 이어진 임도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서재마을이다.
서재마을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진 논둑길을 따라 10여분 걸어 내려오면 일지명상센터 천화원이다. 일지명상센터를 가로지르는 개울물을 따라가면 옥계폭포 상류지점의 첫 번째 갈림길로 폭포 옆길을 따라 내려가 산행을 마무리한다. 천화원에서 옥계폭포까지는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다.. ⓜ

 

서재마을 입구에 있는 돌탑. 매년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뒷쪽 능선 오른쪽으로 솟은 봉우리가 월이산 정상이다.

산행길잡이
○ 숯가마골~정상~449m봉~ 옥계폭포~ 주차장 <3~4시간 소요>
○ 옥계폭포~정상~투구봉~서봉~445m봉~서재마을~천화원~옥계폭포<3~4시간 소요>
○ 현리~월곡사~서재마을~정상~448m봉~449m봉~옥계폭포<4~5시간 소요>
○ 중산~대동리~월정사~정상~448m봉~449m봉~옥계폭포<3~4시간 소요>
옥천군 이원면과 영동군 심천면의 경계에 위치한 월이산은 옥계폭포 주변 외에는 이정표가 거의 없으나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4번국도상의 원동2리 원동보건지소 옆길로 진입하는 숯가마골 들머리에는 산행안내판이 없고 마을사람들에게 물으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옥계폭포 위에 가파른 협곡을 따라 내려가면 제2폭과 용소가 있으나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라 길 찾기가 어렵다.

옥계폭포에서 천화원(일지명상센터) 쪽으로 천손고개에 장승군이 있고, 천화원을 지나 월이산자락에 분지로 이루어진 서재마을을 돌아오는 등로는 경관이 아름답고 길이 좋아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권장할 만하다.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한 천화원 주변은 특정 종교의 분위기가 물씬하며 투구봉을 지도에 없는 천문산이라 불러 산객들이 혼선을 빚기도 한다. 숯가마골에서 옥계폭포까지 남북으로 곧게 뻗은 등로는 숲도 아름답고 조망이 뛰어나다. 좀 더 긴 산행을 원하는 이들은 투구봉과 서봉을 거쳐 마니산까지, 또는 국사봉 종주코스를 찾기도 한다. 옥계폭포는 일명 박연폭포, 국악의 거성 난계 박연이 즐겨 찾았다는 명소로 충청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폭포로 알려져 있다.

교통

○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옥천까지 하루 4회 운행. 소요시간은 2시간. 옥천에서 이원까지는 군내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군내버스로 원동보건지소 앞에서 내린다.
○ 자가용
경부고속도로→옥천IC→4번국도(김천, 영동 방향)→원동리 보건지소. 혹은 심천면 옥계리 옥계폭포 주차장

숙식(지역번호 043)

월이산 부근엔 숙소가 마땅치 않다. 옥천이나 영동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옥계폭포 아래 폭포가든(742-1777)은 우렁이 쌈밥집으로 유명하고 택시기사가 추천한 월이산가든(732-8999)의 칼국수는 맛과 양이 특별하다. 이원면에 있는 한일식당(731-8118)은 내장전골과 소 양무침으로 인근의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청산면의 선광집(732-8404)은 47년째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볼거리

4번국도상 김천 방면으로 진행하면 영동군에서 조성한 국악의 거리가 있다. 난계국악박물관과 국악체험전수관, 난계사와 국악기 제작촌이 있다. 한천팔경의 하나인 황간의 월류봉과 천태산의 영국사도 여기서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