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올산 (858m)

문성식 2012. 11. 13. 20:57

                     충청도의 산 / 올산 (858m)

 

 

 

소백산과 월악산 사이에 우뚝한 바위산
미끄러운 마사토 길과 낡은 고정로프 주의해야


전날 예보와 달리 국지성호우 소식과 함께 사흘 내리 비가 온다는 예보다. 벗들과의 통화 끝에 산행을 강행하기로 한다.

올산(858.2m)의 도상거리가 짧아 잘하면 비를 피하겠다는 계산과 여름산에서 만나는 장쾌한 빗발과 조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래저래 발끝이 짜릿해진다. 

새벽 6시, 지독한 습도를 체감하며 비안개를 헤치고 단양으로 달린다. 한 달 만에 만난 벗들과 밀린 안부를 나누는 사이 단양IC를 빠져나간 차는 927지방도를 타고 깎아지른 사인암 앞을 지난다. 예천 방향을 향해 얼마가지 않아 산행기점인 미노교가 보인다. 미노교 직전의 서울가든모텔 맞은편 빈터에 주차공간이 있다.

▲ (위)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황홀경을 자아내고 있는 810봉. 발아래는
    깎아지른 벼랑이다. (아래)전 구간의 암릉에 설치된 로프가 많이 삭아 있어서
    시급한 교체가 필요하다. 로프가 교체될 때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뚝할 올(兀)자를 쓴 올산(兀山)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예천군 상리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북으로 약 4km에 위치한 산이다. 소백산과 황장산, 도락산, 흰봉산 등 주변의 큰 산에 가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큰 산에 못지않게 골짜기가 깊고 산세가 웅장하다.

올산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올산리고개를 들머리로, 미노교를 날머리로 삼는다. 해발 580m의 올산리고개에서 출발할 경우 약 30분이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닿고 미노교까지 넉넉잡아 3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반대로 해발고도가 낮은 미노교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시간과 힘이 훨씬 더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지성호우가 예보된 상황에 수십 길 바위를 타며 미끄러운 마사토 길로 하산하는 것은 위험하다.

전날 지도를 보며 윤태동(충북등산학교 강사)씨와 논의한 대로 미노교를 기점 삼아 산을 오른다.   

미노교를 건너 오른쪽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비구름이 자욱한 칠월의 산촌, 절정을 달리는 녹음이 낭자하다.

여름산행은 어차피 젖기 마련.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젖는 건 마찬가지다. 산세와 지형을 미리 숙지하고 우장을 잘 갖춘다면 여름 우중산행의 매력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다. 경험과 안전 확보를 바탕으로 했을 때의 얘기다.

분지골로 들어서자 왼편 언덕 위에 두꺼비 바위가 보인다. 올산을 지키는 수문장 같다.

측면에서 보는 것보다 정면에서 봤을 때 두꺼비의 형상이 더 뚜렷하다. 바위 위에는 분재 같은 소나무가 한 그루 솟아 있다.

멀리 분지골 골짜기 끝으로 보이는 산세가 범상치 않다. 사방이 첩첩산중이다. 오늘 안으로 이 깊은 산중을 벗어날 수 있을지 살짝 두려움이 몰려든다. 낮게 드리운 비구름 탓이다.

사과밭과 사방댐 표지석을 지나 오른쪽으로 개울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여기서 개울을 건너지 않고 분지골을 계속 따라 오르면 옥석산업 현장사무실터와 채석장터를 지나 올산 정상으로 오르게 되나, 숲이 깊고 이정표가 없어 자칫 고생하기 십상이다.

▲ 1.산행 후 돌아본 사인암.
    2. 사인암 앞 계곡 암반에 새겨진 장기판과 바둑판.
    3. 바위굴을 지난다. 일명 산부인과바위라고도 부른다. 여러 개의 거대한
       바위가 서로 엇갈리며 층을 이뤄 만들어진 바위. 배낭을 벗어야만 몸을
       뺄 수 있다.
    4. 악천후를 뚫고 정상에 오른 기쁨에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일행들.

시작부터 입자가 굵은 마사토가 발밑에서 구슬처럼 굴러 길은 내내 미끄럽다. 미노교→올산리 코스는 5~6시간이 소요되지만 중요한 건 다만 올산을 다녀가는 게 아니라 느릿느릿 유감없이 산을 즐기는 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위를 안고 산을 오르는 편이 낫겠다는 윤의 권유를 따르기를 잘했다.

비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사위가 어둡다.

553봉을 앞에 두고 이종려, 나순결씨는 553봉을 직등하고 오늘 처음 합류한 이영순(유통업)씨와 윤과 나는 553봉을 오른편으로 끼고 우회한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우회 길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한참 만에 만난 두 사람에게 전망이 어떻던가를 물으니 세상에 다시없는 전망이었다는 당연한 대답을 한다.

맞은편 분지골 위로 채석장터가 보인다. 흰 속살을 드러낸 채석장터는 제 스스로 제 상처를 싸매고 있는 중이다.

몇 해 가지 않아 적당한 수목으로 속살을 가릴 것 같다. 짧은 숲길과 탁 트인 암릉 위를 번갈아 지나는 산길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으나 어두운 하늘과 짙은 운무로 인해 주변의 큰 산 조망이 어렵다.

안부를 지나 일명 산부인과 바위라고 불리는 바위굴 앞에서 잠시 당황한다. 암릉 위로 그대로 진행하다가 되돌아선다.

분명 바위굴이 이쯤일 텐데… 살펴보니 바위 아래로 급하게 길이 나 있다.

바위굴을 통과하며 산부인과 바위라고 불리는 이유를 살펴본다. 초입에 모태 안의 아기가 산도를 빠져나오며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써야 하는 좁은 문 같은 곳이 있다. 배낭을 벗어야만 몸이 빠져나간다.

우리는 좁은 문을 통해 다시 모태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인가. 바위굴은 일자형이다가 삼각형이다가 사선으로 길게 뚫려 있기도 하다. 굴 밖 세상이 자못 궁금해지게 생겼다.

바위상단으로 올라가 이 멋진 바위의 전체적인 윤곽을 확인하고 싶지만 무서운 기세로 몰려드는 비구름에 쫓겨 발길을 재촉한다.

바위굴을 통과한 후 완만한 경사의 숲을 걷는다. 울창한 수목으로 인해 숲속엔 바람 한 점 없다.

팥죽 같은 땀이 줄줄 흐른다. 20여 분 이어지는 숲길에 발걸음이 한정 없이 늘어질 때 산마루에 당도한다.

바람이 부니 살 것 같다. 더 이상 걷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쉼터는 나오고 바람은 달려와 땀을 식혀준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가.

잠시 쉬자고 앉았던 자리에서 아예 도시락을 꺼낸다. 상추쌈과 곰취쌈으로 점심을 먹고 뜨거운 커피까지 한 잔씩 하고

나서 비옷을 찾아 입는다. 오래 참았다는 듯 드디어 비가 쏟아진다.

비 오는 날에도 산에 가냐고 묻던 영순씨는 물 만난 고기처럼 빗속을 유영하듯 매끄럽게 앞장서고 있다.

비 내리는 산의 속삭임에 홀려 다들 말이 없다.

 

719봉 직전의 내리막 암릉 구간에 매인 로프가 몹시 낡아 있다.

당장 끊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시급한 교체가 필요하다.

폭우 속에 719봉을 정신없이 지나고 나서야 719봉을 지났음을 깨닫는다. 남으로는 소백산에서 남진하는 백두대간이, 서쪽으로는 대흥사 계곡 건너로 황정산과 도락산 능선이 운무 속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다.

길이 갈릴 때마다 알맞게 걸려 있는 표지기들, 악천후의 오지에서 만나는 선답자의 흔적처럼 반갑고 고마운 게 또 있을까.

▲  미노교를 건너 오른쪽 소로에
   접어들면 사방댐 직전에 오른편
   으로 두꺼비바위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810봉의 거대한 암릉 위에 놓인 로프도 역시 심하게 삭아 있다. 일행의 안전을 돌보느라 긴장한 윤이 앞장 서 일일이 줄을 당겨보고 확인하며 심하게 삭은 곳은 자신이 줄이 되어 일행을 올려 보낸다. 비구름이 버라이어티쇼를 벌이는 하늘 아래 다들 침착하게 수십 길 암릉 위를 기어올라 환희의 순간을 맞는다. 비도 잠시 멈추었다.

비구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소백산 도솔봉을 조망하고 있는데 윤이 묻는다. “은숙씨는 잘 걷고 있겠지요?” 백두대간 소백산구간종주를 떠난 팀원 권은숙씨 얘기다.

 

그토록 갈망하던 일이니 지금쯤 건너편 대간 길을 펄펄 날고 있을 것이다. 은숙씨 생각도 잠시, 일행은 비구름이 펼쳐내는 황홀경에 취해 다시 말이 없다. 지나고 보니 양쪽으로 수십 길 가파른 벼랑이다.

810봉에서 올산 정상은 잠깐이다. 수목에 가려 조망은 없지만 스릴을 만끽한 쾌감에 다들 함박웃음을 웃는다.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까맣게 농익은 버찌를 따먹으며 폐채석장터를 지나 올산리로 내려오는 길에 슬그머니 비도 멈춘다.

폐광된 채석장터엔 간벌사업의 흔적 속에 흰 자작나무들이 마구 베어져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작나무들을 다시 제 자리에 세워놓고 싶다. 올산리 고갯마루 외딴집에서 산행을 마감한다.

산행길잡이
○ 미노교(서울가든)~사방댐 건너~515봉~ 553봉(암릉)~큰안부~바위굴~719봉(암릉)~안부~810봉(암릉)~정상~폐채석장터~올산리고개(927지방도)

○ 올산리고개~폐채석장터~정상~810봉~719봉~바위굴~큰안부~553봉~515봉~사방댐~미노교

○ 미노교~ 사방댐~옥석산업 채석장터~북릉~정상~810봉~719봉~바위굴~553봉~사방댐~미노교

산행가이드  미노리에서 올산리 고개까지 약 8km로 도상거리는 짧으나 곳곳이 암릉구간인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 구간의 암릉에 설치된 로프는 심하게 삭아 있어 교체가 시급하다. 올산리→미노교 코스는 산행시간을 3시간 이내로 단축시켜 주는 반면 미끄러운 마사토 길을 2시간 이상 내려가야 한다.

 

올산리→미노교 코스보다는 미노교→올산리의 역코스를 추천한다.

미끄러운 마사토 길과 암릉 구간을 앞으로 안고 산을 오르는 것이 보다 안전한 까닭이다.

느긋하게 주변 풍광을 조망하기에도 그 편이 낫다.

553봉에서 719봉으로 이어진 능선에 길찾기 애매한 곳이 있으나 이정표가 없는 대신 시그널이 적재적소에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곳곳에 치마폭처럼 흘러내린 화강암 암릉은 완만한 경사이나 바위에 핀 회색이끼는 밟으면 매우 미끄럽다.

짧은 시간에 큰 산을 걷는 기분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산이다. 비행접시바위, 떡바위, 산부인과바위, 족두리바위 등 기암감상하는 재미가 각별하다.

 

노약자나 초심자는 노련한 경험자의 인솔에 따라야 하는 산이다.

산행 후 지척의 사인암과 청련암을 돌아보는 일은 잘 차린 코스요리 후에 나오는 정갈한 디저트 같은 기분이 든다. 산행이 끝나는 올산리에서 미노교까지는 4km다.  


교통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단양시외버스터미널 간 버스가 1일 12회 운행한다.

 

2시간 30분 소요. 강남터미널에서 제천까지 1일 25회, 2시간 30분 소요 후 단양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대전에서는 청주를 거쳐 단양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1일 25회, 3시간 30분 소요된다.

단양시외버스터미널(고수대교)에서 06:15, 13:45, 16:30, 18:30 저수령, 미노리, 올산회관 행이 있고, 나올 때는 저수령에서 출발하는 14:50, 올산회관에서 15:40, 19:15 버스가 있다.

 

올산리에서 미노리까지는 버스로 5분이 소요된다.

대강면 개인택시는 043-422-0004, 단양시내버스 043-422-2239

승용차 
중앙고속도로 단양IC~장림사거리에서 927지방도 진입~사인암~미노리~ 올산리  

숙식 (지역번호 043)
단양관관호텔(423-7070), 대명콘도(420-8311) 등의 숙소가 있다.

 

미노교 옆에 서울가든모텔(421-1135)은 단체숙박과 함께 식사(매운탕, 토종닭, 오리, 불고기)를 할 수 있다. 

인근 사인암 앞에 향토음식전문점이 즐비하다.

/ 글·사진 차은량 수필가. 산문집 <꽃멀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