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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 (639m )

문성식 2012. 11. 13. 20:30

경북 문경시
붕어 한 마리가 하늘 향해 입을 벌렸네

글 . 사진  조원구  사진작가   협찬  TrekSta

천주산은 경북 문경시 북쪽으로 충북 단양군과 접한 동로면의 간송리와 노은리에 자리한 산으로 높이는 836m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 남쪽면이 거대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벼랑이 많고 숲 또한 울창한 때 묻지 않은 조용한 산이다.
주변의 산과는 달리 천주산은 홀로 떨어져 우뚝 솟아있어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받친 기둥처럼 보인다 하여 ‘하늘받침대’, 천주(天柱)라 이름 붙었다. 지형도에는 천주봉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옛 기록과 문경시에서는 천주산으로 호칭하고 있다. 천주산은 또한 멀리서 보면 큰 붕어가 입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붕어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천주산의 정상은 큰 바위들로 어우러진 좁은 능선길이다. 하지만 조망은 매우 빼어나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북쪽으로는 작성산과 대미산, 남쪽으로는 경촌호가 조망되고, 서쪽의 공덕산과는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천주산 산행을 나서는 산객들은 대부분 공덕산을 함께 묶어 종주를 하는 편이다.
천주산을 오르는 길은 모두 세 가지다. 산 남동쪽의 천주마을에서 시작해 천산정을 지나 너덜지대의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거나, 천주마을에서 975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1km 떨어진 천주사 입구에서 시작해 천주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 그리고 산 북쪽의 노은리에서 남쪽의 큰 사태골을 타고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은 좁고 경사가 심하며 정상 인근의 등산로에서는 암벽과 바위를 올라야 하기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산이다.

천주산 정상 작은 봉우리. 작은 표석 뒤로 아스라이 경천호가 누워있다.

천주사를 거쳐 천주산으로 가는 길
문경 점촌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동로행 버스로 40분여. 경천호를 따라 달리던 버스는 천주마을 정류장에 닿는다. 천주산 산행 기점이다. 하지만 버스에 오르며 천주산 입구에서 내려달라 부탁을 했다면 기사님은 천주마을을 지나쳐 고개를 하나 넘어 내려주신다. 천주마을 정류장에서 고개를 하나 넘은 곳, 천주산 천주사 입구다. 버스 정류장은 아니지만 천주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대개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스를 내리면 길 건너편에서 ‘천주산 천주사’라 새겨진 커다란 입석이 산행객을 반긴다.
천주사 들머리인 ‘천주산 천주사’ 입석을 뒤로하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 점차 가팔라지는 경사를 20여분 오르면 천주사에 닿는다. 처음부터 조금은 힘겹게 오르는 길이다. 하지만 만약 차량을 가져간다면 절 바로 밑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할 수도 있다.
주차장을 지나 천주사 경내에 들기 직전, 왼쪽 편에 서있는 이정표와 어지럽게 매어진 리본들을 보게 된다. 절을 거치지 않고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산객들은 거의가 천주사에 들려 식수를 준비하고 대웅전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따라 오른다. 대웅전 뒤의 영탑공원을 들러 천연 암반에 부조되어 있는 마애관음보살의 입상 앞에서 한 걸음 쉬고 산에 드는 것이다. 이곳 마애불이 있는 곳이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이다.
천주사 마애관음보살을 지나 20여분 가파른 경사와 바위를 오르면 사람 키만큼 높다랗게 쌓여있는 열댓 개의 케른 무더기를 만난다. 누가 쌓았는지 모르지만 그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케른 더미를 지나면 다시 암벽이 막아서고, 길은 암벽의 왼편으로 이어져 너덜지대를 지난 후 바위에 매어있는 밧줄을 잡고 올라서게 된다. 그러면 다시 두 개의 케른을 마주하게 되는데, 천주사 마애불 앞에서 보이는 것만큼 전망이 좋은 지점이다.
이곳에서 길을 따라 고개를 들면 나무 사이로 가파른 바위 슬랩에 줄이 매어있는 것이 건너다보인다. 두 무더기의 케른에서 1분여 거리로, 케른을 뒤로하고 살짝 내려서면 커다란 소나무에 밧줄이 매어있는 슬랩 아랫부분에 서게 된다. 이곳은 천주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슬랩에 놓인 밧줄을 잡고 약 30~40미터 오르면 줄이 끝나면서 또 다른 밧줄이 슬랩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계속 위로 오르지 말고 슬랩을 가로지르는 줄을 따라 오른쪽으로 100여 미터 진행한 후, 다시 슬랩에 걸쳐있는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야 한다. 이곳은 경사 가파른 바위 슬랩을 오르는 구간이라 설치된 밧줄을 꼭 잡고 올라야 하는, 매우 조심해야 할 곳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천주산 정상 다음으로 멋진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슬랩에서 돌아보는 전경이 빼어나 산 아래 간송리는 물론, 멀리 수평리 일대와 경천호수까지 한 눈에 시원스레 조망된다. 경촌호는 낙동강 지류인 금천을 막아서 만든 경천댐에 의해 생겨난 호수로 문경시 동로면, 산양면, 산북면, 영순면과 예천군 예천읍 등 2개 시군의 9개 읍면, 75개 동리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호수다.

누가 어떤 기원을 담아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성을 짐작할 수 있는 케른 탑

금천은 댐이 들어서기 전부터도 메기, 피라미, 꺽지 등 담수어의 1급 낚시터였던 곳이었던 만큼 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경천호 역시 맑은 물과 주변의 수려한 경관으로 피서지를 겸한 낚시터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우며 봄이면 호수 주위로 진달래가 피고, 여름에는 수상스키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문경 8경의 하나다. 그래서일까. 경촌호에는 수평리라는 지명과 관련된 전설과 댐 축조와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동로면 수평리에서 3대째 머슴을 살던 단양 장씨(丹陽 張氏)가 있었는데, 천주사 스님의 가르침으로 당대에 천석꾼이 난다는 명당자리에 묘를 썼다. 그리고 9대까지 이곳을 찾지 말라는 말에 따라 예천으로 이사를 가자 가산이 늘기 시작하여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훗날 댐의 제방 장소를 장씨 묘소로 정하고 수십 개소에 암반층 탐사작업을 벌였지만, 지하 18m를 내려가도 암반층을 만나지 못해 지금의 위치에 댐을 쌓고 담수를 하자 호수의 물이 묘소 앞까지 차 들어와 정말 스님의 말대로 명당에 걸 맞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수평(水平)리는 무드리라 하였는데, 지명대로 평평한 물, 즉 물들이 되었으니 옛 선조들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다.

정상 주변 급경사는 산행 시 주의 필요
슬랩을 통과해서 짧은 너덜을 걸으면 다시 밧줄이 매어진 바위 아래 닿는다. 밑에서 보기에는 바위를 오르면 바로 정상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가파른 날등을 약 2분여를 더 가야 정상에 서게 된다. 좁고 짧은 능선으로 큰 봉과 작은 봉이 이어져 있는 천주산의 정상. 철 난간이 설치된 큰 봉에 서면 시선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방으로 거침없이 펼쳐지는 전경이 그 어느 큰 산 못지않게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큰 봉에서는 운달산, 공덕산, 대미산, 문수봉, 작성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시원스레 펼쳐지고, 큰 봉에서 약 1분여 떨어진 작은 봉우리에는 천주산 정상 표지석이 산불감시 초소와 마주보고 작지만 당당하게 서있다.
정상에서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바위에 밧줄이 매어있다. 공덕산, 노은리로 향하는 길이다.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바위 경사를 약 40~50미터 내려가는데, 바위를 내려서도 더욱 가파르게 밑을 향해 떨어진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바위벽에 걸린 밧줄. 바위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지점이다. 이곳의 밧줄은 미끄럽기까지 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줄을 내려서도 급경사는 바뀌지 않는다. 더구나 먼지 풀썩이는 마른 흙길이라 여차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꽤 긴 급경사 길을 내려가야 하는 데도 왜인지 여기에는 밧줄이 매어있지 않다. 이곳 역시 꽤 위험한 구간임에도 말이다. 그렇게 급경사를 내려 안부에 닿은 길은 비로소 능선을 타고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산책하듯 능선의 숲을 걷는다. 그렇게 약 10여 분을 가면 작은 봉우리를 넘어 넓은 능선 안부 4거리에 내려선다.
정상부터 이곳까지는 꽤 거친 하산 길이다. 7~8분여의 능선 길을 제외하면 정상에서 능선 안부까지, 그리고 다시 능선에서 이곳 안부4거리까지는 무척 가파른 바위와 급경사의 미끄러운 흙길이라 충분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부에서 능선을 타고 계속 진행하면 공덕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노은리로의 하산길이다. 산행객 대부분이 이곳에서 하산하기 보다는 공덕산까지 종주를 하는데, 공덕산 아래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아 개인 산객들은 적잖이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안부4거리부터 노은리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며 계곡을 따라 내린다. 노은리로 하산하는 산객이 적어서일까? 길은 뚜렷하지만 잡목과 넝쿨로 가득하다. 안부에서 약 20분여 내리면 콘크리트 포장 도로에 닿고 여기서 다시 15분여를 걸어야 마을에 들어서는데, 마을에 이르기까지 주변은 온통 오가피나무다. 나중에 알았지만 동로면 일대는 모두 오가피 농원으로 이곳의 특산물이 오가피란다. 천주산 산행을 마치고 마을에 들어서며 돌아보면 정말 하늘을 향해 입을 내밀고 있는 붕어 한 마리가 보인다. ⓜ

노은리에서 바라본 천주산. 붕어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입을 삐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