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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앞에 사람이 있다.
내 앞에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보고 있지 않다.
두눈은 멀쩡히 뜨고 있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기까지
내 시선에 담겼던 것 들.
그 중에 무엇하나 기억해 낼 수 없는 것은
그냥 건성으로 보고 건성으로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앞만보며 걷는다.
오로지 자기 갈 길만 부지런히 갈 뿐이다.
꽃이 피는지, 바람이 부는지 주변에 대한 관심도 도통 없다.
그렇게 해서 어디를 가려는지,
또 무엇 때문에 가려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물론 더 큰집, 더 좋은 승용차,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잃어 버리는 것이 많다면?
그 잃어 버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에 있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지하철을 탔을 때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이기 일쑤다.
멍 하니 허공만 응시할 뿐주위에 별 관심이 없다,
하기사 주위에 관심을 가졌다가는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쩌다 시선이 마주쳐도 얼른 고개를 돌려 피해 버리고 만다.
상대방에게 괜한 오해를 사고싶지 않은 까닭이다.
어떤 때는 정말 숨이막힐 것 같다.
볼 것만 보고 자기일이 아닌 것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기는 세상이,
그래서 너나 없이 가슴을 꽉 닫아두고 있는 세상이..
창문을 닫으면 햇볕이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젠 좀 마음의 창문을 열고 서로에게
가벼운 눈 인사라도 나눴으면...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의 안부도 묻고,
몸져누운 옛 은사의 병문안도 갔으면,
옆집에 누가살고, 그 사람은 무얼 하는지
주변에 관심도 좀 가졌으면...
그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알이 모여
하나의 백사장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따로따로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야 진정한 삶이라 할수 있으리라.
내가 너의 배경이 되어주고, 네가 나의 배경이 되어주는 삶.
그렇게 모여 살아야 또 풍성할 수 있으리.
모래알이 많을수록 더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되는 것 처럼..
다만 내 손을 조금 뻗는 것만으로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할 사람이 바로 내앞에 있다.
바쁘다고 그냥 지나치려는가?
ㅡ 이정하 / 지금 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 아닌것 처럼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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