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고통 앞에서 神은 없다?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0. 2. 02:54

     
    
      고통 앞에서 神은 없다? 철학자 파스칼은 "신앙은 도박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神의 존재를 부인한 채 제멋대로 살다가 죽었는데, 정말로 신이 있어 하늘나라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그는 무서운 징벌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神을 믿고 착실하게 잘 살았는데, 막상 죽고 나니 신의 심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겠지요. 인간은 神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의심합니다. 파스칼의 말은 자신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믿는 쪽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얘기입니다. 인간은 극심한 고통을 겪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예기치 못한 죽음 앞에서 神 같은 건 없다며 울부짖습니다. 정의의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왜 이런 고통이 있는가? 사랑의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가? 자비의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나를 이런 불행의 구렁텅이에 내버려두시는가? 하며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심의 결과로 神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신이 없다는 전제 아래 고통과 불행을 바라보십시오. 우리는 그 고통이나 불행, 죽음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아낼 수 없습니다. 고통도 죽음도 맹목적입니다. 하지만 神의 존재를 받아들이면 그 고통과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원망이라도 할 수 있고 항의라도 할 수 있습니다. 뿐더러 고통과 불행, 죽음을 통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이고,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생각하게 되고 자기 삶도 성찰하게 됩니다. 고통이나 죽음이 없다면 아무도 神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두려울 것도 없고 바르게 살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 윤리도덕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인생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타락할 대로 타락할 것입니다. 인생에서 선(善)은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야 얻을 수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