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
세상의 권력자는 힘을 믿습니다.
물질적 부의 힘과 칼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힘을 믿고 그리스도를 죽인 빌라도 총독도 죽고,
빌라도가 속한 로마 제국도 무너지고,
그 후에도 막강한 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국도 다 멸망했는데,
마굿간에서 가난하게 태어나고 만인의 조롱을 받으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역사가인 웰스(Wells)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가로서 동전 한 푼이 없는 가난뱅이 설교가인 예수가
역사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가 역사의 중심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전 세계가 예수 탄생을 기원(紀元)으로 하고 있는 데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탄생을 기점으로 기원 전(BC)과 기원 후(AD)가 갈립니다.
도대체 예수가 누구이기에
십자가에 처참하게 피 흘리며 죽은 후 역사의 중심이 되었습니까?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이것이 그 이유입니다.
우리 영혼이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이런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메시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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