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숨 막혀"… 일상 파고드는 '밀집 공포증'
밀집 상황 대처요령
이태원 참사 이후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다중 밀집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이 혼잡을 빚었던 당시에도 “사고가 날 것 같다”, “열차가 꽉 차 숨을 못 쉬겠다”, “혼잡이 너무 심해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 등과 같은 신고가 10건 이상 접수됐다.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다중 밀집 상황에 대비하려면 평소부터 행동요령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권투 선수처럼 무릎 굽히고 팔 앞으로… 숨 쉴 공간 확보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다중 밀집 사고 대처방법에 대한 여러 군중관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군중이 밀집한 상황에서 움직임이 멈출 경우 우선 가슴을 보호하고, 팔을 옆구리에서 떨어뜨려 숨 쉴 수 있는 자세를 확보해야 한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서있되 군중의 힘에 맞서선 안 되며, 전체적인 움직임에 따라 함께 몸을 옮기는 것이 좋다. 이후 사람들의 움직임이 잠잠해지면 대각선 방향으로 조금씩 몸을 움직여 가장자리까지 이동한다. 군중 관리 전문가인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마틴 에이머스 교수는 “밀집 상황에서는 흐름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한 명이 많은 사람들의 힘을 이겨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두 팔이 옆구리에 고정되지 않도록 살짝 들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밀집도가 심해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팔짱 끼듯이 양팔을 잡고 들어 ‘방패’를 만들어야 하며, 메고 있는 가방이 있다면 앞으로 돌려 메 가슴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군중 안전 전문가 폴 워트하이머는 “권투 선수처럼 두 발을 벌리고 한 발은 앞에 둔 상태에서 무릎을 약간 구부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떨어진 물건 주우면 안 돼… 넘어진 사람 도와야
키가 작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호흡이 제한될 위험이 높다. 특히 아이들은 다중 밀집 상황에서 질식 위험이 높으므로 가급적 사람이 밀집된 곳에 데려가지 않는 게 좋고, 이미 밀집 상황에 처했다면 아이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리도록 한다. 힘이 약한 아이를 강하게 팔로 잡아끌면 아이가 넘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밀집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소리를 지르면 에너지와 산소가 더 빨리 소모되기 때문이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머리를 들어 올려 산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 지갑 등 물건을 떨어뜨렸을 경우 줍지 말고 그대로 둬야 한다. 물건을 집어 들기 위해 몸을 굽히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넘어졌을 때는 최대한 빨리 일어나는 것이 좋고, 당장 일어날 수 없다면 공처럼 몸을 말아서 머리를 보호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주변에서는 넘어진 사람이 일어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야 한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힘에 밀려 넘어질 수 있다.
◇소리·움직임… ‘밀집’ 신호에 주목하라
다중 밀집 사고를 피하려면 몇 가지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밀집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면 밀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점차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군중 밀도가 1㎡당 5명을 넘어서면 잠재적 위험 상황이며, 이 정도 밀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면 갇힌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곧바로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 에이머스 교수는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고 느껴진다면 즉시 가장 확실한 탈출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사람이 밀집되는 곳에 방문한다면 사전에 탈출 가능한 출구·경로와 좁은 골목길, 막다른 골목 등을 확인하고,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발을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신발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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