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다이어트

잘 나가는 비만약은 왜 전부 ‘주사제’일까?

문성식 2022. 6. 21. 19:37

잘 나가는 비만약은 왜 전부 ‘주사제’일까?

 
 

GLP-1 유사체, 먹으면 소화기관서 소화
분자량 많아 경구형 변화도 어려워

 
주사
유사체는 분자량이 많아 경구용 제형 개발이 어렵다. 먹으면 소화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이어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개발한 제약사도, 개발 시점도 다른 셋의 공통점은 주사제형 당뇨약으로 개발된 비만치료제라는 점이다. 주사제는 먹는 약에 비해 투약이 번거롭고, 약하지만 통증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개발되는 비만치료제는 주사제형이 많고, 경구용으로 제형을 변경하려는 시도도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먹으면 소화될 수밖에 없는 GLP-1 유사체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가 모두 주사제인 것은 이들이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 1(GLP-1) 유사체 계열 약이라, 먹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음식처럼 소화돼버리기 때문이다. GLP-1(glucagon-like peptide 1)은 췌장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 호르몬으로 식욕 감소를 일으키는 뇌의 수용체를 자극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한다. 신체 열량 소모도 촉진해 체중감량의 핵심 공략요소로 지목된다.
 
GLP-1 유사체는 GLP-1과 비슷한 작용을 내는 약물이다. GLP-1 유사체는 펩티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펩티드는 위장에 들어가면 흡수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위에서는 펩신, 소장에선 말타아제와 펩티다아제 등 소화효소가 나온다"라며 "때문에 펩티드를 먹게 되면, 작용하지 못하고 위장에서 그대로 소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구용 GLP-1, 불가능하진 않지만… 주사제가 나을 수도
GLP-1 유사체를 먹는 형태로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경구용 GLP-1 유사체 등장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연세대 약학과 정진현 교수는 "GLP-1 유사체 자체는 생물학적 제제(바이오로직스)인데, 이를 경구용으로 만들 수 있으면 노벨상감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구용의 복약편의성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특정 성분은 생물학적 제제로만 존재하는 데 이유가 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약학과 최준석 교수는 "GLP-1 유사체는 39~40종류의 펩티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분자량은 4400여개"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경구용 약제의 평균 분자량이 1000개, 경구용 약이 되려면 분자량이 최대 1500개 이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GLP-1 유사체는 먹는 약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구용 GLP-1 유사체가 등장한다 해도, 주사제 형태가 더 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SNAC 성분을 추가해 경구용으로 출시된 GLP-1 유사체 '리벨서스'가 존재하지만, 이 약은 환자의 불편함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는 "리벨서스는 위고비와 성분이 같은 GLP-1 유사체이나, GLP-1이 장에서 소화되지 않도록 스낵(SNAC, Sodium N-(8-[2-hydroxybenzoyl Amino) Caprylate) 성분을 추가하다 보니 복용이 꽤 번거롭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반드시 공복상태에서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먹을 때는 물을 굉장히 많이 먹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있어 환자 입장에서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만약 시장 자체가 '주사제 대세'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상열 교수는 "최근 화제가 된 비만치료제들이 GLP-1 유사체라 주사제로 밖에 사용할 수 없어 주사제형이 두드러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주사제형 약물이 떠오른다고 해서, 앞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주사제형이 대세가 될 것이라 판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