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산후는 분만으로 인한 용력과다와 출혈로 인해 기혈(氣血)이 허약하고, 진액(津液)이 부족하여, 사기(邪氣)에 쉽게 침범되기 때문에 적절한 조섭(調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는 독특한 문화적 질병인 산후풍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국내 산모들은 산후풍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적절한 산후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의료지원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일환의 하나로 2017년부터는 한방 산후건강관리 지원사업이 시행되어왔다. 서주희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장(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부회장) 연구팀은 해당 사업에 참여한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의약 산후건강관리 경험을 분석한 질적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에서는 인터뷰에 참여한 8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한의약 산후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하면서 사업에 대한 기대감, 치료에 대한 효과와 장점, 그리고 개선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도출된 4개의 범주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함’, ‘산후풍 증상 관리 효과’, ‘산모를 위한 전인적 한의약 관리’, ‘한의약 산후건강관리사업의 개선점’이었다.
처음에는 모호한 기대감으로 참여했지만 불편하던 산후풍 증상이 개선됨을 느끼고, 진료과정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불편한 부분이 치료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만족도가 커지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4가지 영역으로 (1)오로배출, (2)통증 및 냉감 감소, (3)몸이 따뜻해지고 기력이 보강됨, (4)입맛이 돌고 속이 편해짐을 경험하여 한의약 산후관리만이 가진 효용성을 파악하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의사와 상담과정을 통해 공감과 이해에 대한 경험을 했다.
개선점 또한 존재하였는데, 특히 지속적 치료가 필요함에도 신생아를 둔 산모들이 내원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방문 진료와 비대면 화상진료에 대한 필요가 강조되었다.
서주희 한방신경정신과장은 "이번 논문을 통해 산후풍에 대한 한의 치료가 산모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고, 산후조리 시기에 한의치료를 받으러 의료기관에 내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산후풍 증상 관리 및 산후조리에 한의치료가 도움이 되고 적합하다는 점, 한의사와의 진료시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논문의 제 1저자인 이도은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이전에 탐구되지 않았던 국내 산모들의 한의약 산후관리 경험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하였음에 의의가 있는 논문”이라 하였으며, 교신저자인 서주희 한방신경정신과장은 “산후관리에 있어 한의학적 개입이 산모들에게 의미가 있었기에 이후에도 한의약 산후관리에 대해 다양한 후속 논문이 필요하며, 한의약 산후 방문관리나 비대면 화상 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확인되었기에 추후 정책적 수립을 통해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SCI(E)급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