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와 같은
원초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의 정보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속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우리가 홀로 있다는 것은
온전히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지나친 접촉으로 인해
홀로 있는 시간을 거의 잃어버린다.
빽빽하게 꽂혀 있는 밀密에서
툭 트인 허虛를 익힐 필요가 있다.
무심한 경지가, 순수 의식의 상태가 아쉽다.
그러므로 홀로 있음은
보랏빛 외로움이 아니라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것은 당당한 인간 실존이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순수해진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궁리를 한다.
가장 올바른 것을 생각하고,
깊은 것을 들여다보고,
높은 것에 눈을 주게 된다.
또한 사람이 홀로 있을 때는
죽음이라든가 영원 같은
비일상적인 것을 헤아리게 된다.
저만치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자기 모습을 본다.
껍질에서 알맹이를 찾는다.
그래서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진공묘유라는 말은 텅 빈 데에
오묘한 것이 있다는 것을
텅 비우지 않고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자기 생명의 우물을 고이게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여과 과정을 통해
우리들은 자신의 무게와
존재 의미를 깨닫는다.
내가 지금 할 일이
무엇인가를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자기 생명을 펼쳐 나갈 수 있다.
= 법정 스님 <맑고 향기롭게>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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