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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 1 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제 1 장 인간의 존엄성

문성식 2021. 10. 9. 11:03

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 제 1 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제 1 장 인간의 존엄성.

▶ 제4절 인간 행위의 도덕성.

▶ 제5절 감정의 도덕성.

 

제4절 인간 행위의 도덕성.

1749 인간은 자유로써 도덕적 주체가 된다. 인간이 의도적인 행동을 할 때, 그는 이를테면 그 행위의 주인이 된다. 인간의 행위, 곧 의식의 판단에 근거하여 자유로이 행한 행위들은 도덕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그것들은 선하거나 악한 것이다.

I. 도덕성의 근원.

1750 인간 행위의 도덕성은 다음과 같은 것들에 달려 있다.

 

- 선택된 대상.

 

- 의도하는 목적이나 의향.

 

- 행위의 정황.

 

대상과 의향과 정황은 인간 행위의 도덕성의 ‘근원’, 곧 구성 요소가 된다.

 

1751 선택된 대상이란 의지가 의도적으로 지향하는 선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 행위의 질료이다. 선택된 대상은 이성이 인지하고 그것이 참된 선에 부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함에 따라서 이루어진 의지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규정한다. 도덕성의 객관적 기준들은 양심에 따라 입증된 선악의 합리적 질서를 일러 준다.

 

1752 의향은 대상과는 대조적으로 행위의 주체 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의향은 행위의 자발적 근원과 가까운 것이면서, 목적을 통해 그 행위를 결정짓기 때문에 행위의 도덕성을 평가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목적은 의향의 첫 번째 귀결점이며 행위가 추구하는 목표를 가리킨다. 의향은 목적을 향한 의지의 움직임이며, 행위의 귀결점과 관련된다. 의향은 의도된 행동이 기대하는 선을 지향한다. 의향은 우리의 개별 행위들의 방향을 잡아 주는 데 머물지 않고, 여러 행위들을 동일한 목적으로 향하게 할 수 있고, 또 삶 전체를 궁극적 목적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봉사는 이웃을 돕는 것이 목적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모든 행위의 궁극적 목적인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고무될 수 있다. 상대방의 호의를 얻거나 또는 자랑하기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경우처럼, 동일한 행동도 여러 가지 의향을 지닐 수 있다.

 

1753 선한 의향(예를 들어, 이웃을 돕는 것)은 그 자체로 무질서한 행동(거짓말이나 비방)을 선하게 하거나 정당화하지 않는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국민을 구하는 합법적 수단으로 죄 없는 사람을 단죄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반대로, 그 자체로는 선한 행위일 수 있지만(자선 행위와 같은 것) 나쁜 의향(예컨대, 허영)이 개입할 경우에 그런 행위는 악한 행위가 된다.41)

 

1754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는 정황은 윤리적 행위의 부차적 요인이다. 정황은 인간 행위의 윤리적 선악을 가감시킨다(예를 들어, 도둑질한 돈의 액수). 또 정황은 행위자의 책임도 가감시킨다(죽음의 공포 때문에 저지른 행위 등). 정황 자체가 행위의 도덕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정황은 악한 행위 자체를 선하게 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

II. 선행과 악행.

1755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대상과 목적과 정황이 모두 선해야 한다. 악한 목적은 행위의 대상 자체는 선하더라도(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나 단식) 그 행위를 타락시킨다.

 

선택의 대상은 그 자체로도 행위 전체를 그릇되게 만들 수 있다. 어떤 구체적 행위들 ─ 간음과 같은 행위 ─ 의 선택은 언제나 잘못이다. 그 선택에는 의지의 무질서, 곧 윤리적 악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1756 그러므로 행위를 일으키는 의향이나 그 행위의 테두리를 이루는 정황(환경, 사회적 압력, 행동에 대한 강제나 필요성 등)만을 고려하여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황이나 의향과는 관계없이 그 대상 때문에 그 자체가 심각한 잘못이 되는 행위들이 있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과 거짓 맹세, 살인과 간통 등이 그러하다.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간추림.

1757 대상과 의향과 정황은 인간 행위의 도덕성의 세 가지 ‘요인’이다.

 

1758 선택된 대상은 이성이 그 대상의 선악을 분별하여 판단함에 따라 의지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규정한다.

 

1759 “선한 의향으로 행한 악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42)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1760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대상과 목적과 정황이 모두 선해야 한다.

 

1761 어떤 행위들은 그 선택에 무질서한 의지, 곧 윤리적 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잘못이다.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제5절 감정의 도덕성.

1762 인간은 자신의 자유로운 행위로써 행복을 지향하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passio)이나 느낌은 행복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고, 그를 위해 도움이 되기도 한다.

I. 감정.

1763 ‘감정’(passio)이라는 말은 그리스도인들의 유산에 속한다. 느낌이나 감정은 선하거나 악한 것으로 느끼고 상상한 것을 행하거나 행하지 않게 하는, 한쪽으로 기우는 정서나 감수성의 움직임을 가리킨다.

 

1764 감정은 인간 심리의 자연적인 요소로서, 감성적 생활과 정신적 생활을 영위하는 장(場)을 마련해 주며, 그 둘 사이의 통로를 보장해 준다. 우리 주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감정이 솟아나는 원천이라고 일컬으신다.43)

 

1765 감정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가장 근본적인 감정은 선에 대한 이끌림에서 일어나는 사랑이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선에 대한 갈망과, 그 선을 달성하려는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이 움직임은 얻은 선에 대한 즐거움과 기쁨으로 충족된다. 악에 대한 지각은 앞으로 일어날 악에 대한 증오와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이 움직임은 현존하는 악에 대한 슬픔이나 거기에 대항하는 분노로 결말이 난다.

 

1766 “사랑은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다.”44) 다른 모든 애정의 근원은 선을 향한 인간 마음의 원초적인 움직임이다. 사랑해야 할 것은 오직 선뿐이다.45) “사랑이 악하면 감정이 악하고, 사랑이 선하면 감정이 선하다.”46)

II. 감정과 도덕적 삶.

1767 감정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감정은 실제로 이성과 의지로 일어나는 한에서만 도덕적 평가를 받는다. 감정은 “의지의 자극을 받기 때문에, 또는 의지가 막지 않기 때문에”47) 의지적인 것이라고 불린다. 이성으로 감정이 조절되는 것은 도덕적 또는 인간적 선의 완전함을 드러내는 것이다.48)

 

1768 고상한 감정들이 인간의 도덕성이나 성덕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도덕적 삶이 표현되는 표상과 감정의 고갈되지 않는 창고와 같다. 감정이 선한 행위에 이바지할 때에는 도덕적으로 선하며, 그 반대 경우에는 악하다. 올바른 의지는 감각적 움직임들을 받아들여 선과 행복을 향하게 하지만, 악한 의지는 무질서한 감정에 굴복하며 이를 격화시킨다. 감성과 감정들은 덕행 안에 받아들여지거나 악습으로 바뀔 수 있다.

 

1769 주님의 지극한 고뇌와 수난에서 드러나듯이, 성령께서는 몸소 인간의 고통과 두려움, 슬픔을 포함한 인간 전체를 움직이심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서 당신의 일을 완수하신다.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감정은 하느님의 자비와 행복을 통해 완숙해질 수 있다.

 

1770 인간은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시편 말씀처럼, 자신의 감각적 요구로도 선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도덕적 완성을 이룬다. “살아 계신 하느님을 향하여 제 마음과 제 몸이 환성을 지릅니다”(시편 84〔83〕,3).

간추림.

1771 ‘감정’이라는 말은 열정이나 감성을 가리킨다. 인간은 자신의 정서를 통해서 선을 예감하고 악을 예측한다.

 

1772 주요한 감정들은 사랑과 증오, 욕망과 두려움, 기쁨, 슬픔, 분노이다.

 

1773 감각적 충동으로서 감정은 도덕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러나 감정이 이성과 의지로 일어날 때, 그 안에 선이나 악이 존재하게 된다.

 

1774 정서와 감정들은 덕행 안에 받아들여질 수 있고 또는 악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

 

1775 도덕적 선이 완성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도 선으로 나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