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원하는 혹은 여자가 원하는 Sex fantasy
상상 속에서는, 그러니까 무엇이든지‘다 된다’. 드라마 같은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로또에 당첨되어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다. 상상한다는 것은 그 상황이 이루어질 수 없을지언정 막연히 기대한다는 뜻이다. 섹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상, 이른바 판타지가 있다. 누군가의 판타지는‘제법’현실적이어서 삶에 적용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판타지는 꺼내놓으면 딱 욕먹을 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태생이 다르듯, 남녀의 판타지가 다르다는 것인데…. 이름만 기억될 뿐, 소리 없이 막을 내린‘올드미스 다이어리’라는 영화가 있었다. 어수룩하고, (그 나이에) 지나치게 순진하고, (물론 자신의 생각이겠지만) 귀여운 삼십대 노처녀가 젊고, 잘생겼으며, 능력 있는 매력남과 연애를 하게 되는 설정의 영화다.
여성이 아주 능력과 외모가 뛰어났다면 모를까, 단언컨대 현실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을 그린, 노처녀를 위한 판타지 영화다. 최민식이 출연한‘파이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한 참하고도 어여쁜 여인이 평생 동안 자신을 마음에 품고 순결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다는, 남자들의 판타지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영화다.
당시 남자 관객들은 크게 감동을 받았으나, 여성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 이유다. 위의 두 영화는 섹스라는 주제와 딱히 관련이 없다. 하지만 두 영화는 남자와 여성의 판타지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어쩐지 가능할 법하지만 도무지 현실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판타지의 속성을 보여준다.
물론 두 번째 의미에서는 그러니까 판타지인 것이지만.
섹스 판타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자와 여성의 판타지가 무척 다르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과연 여성은 어떤 섹스 판타지를 꿈꾸고, 남자는 또 어떤 섹스 판타지를 꿈꾸는가. 그리고 각각의 판타지가 이성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지고, 그것을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현실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왜냐하면 막연한 기대인 판타지의 실현, 혹은 유사 체험은 그 무엇보다 강한 자극이며, 또한 성적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내내 감추어 두었던 섹스 판타지의 이야기 보따리를 당신의 파트너에게 풀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여성들이 꿈꾸는 가장 대표적인 섹스 판타지는 이름 모를 장소에서 낯선 매력남과 벌이는 격렬하고 동물적인 섹스일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곧게 뻗은 어깨선과 걷어 올린 소매 밑으로 펄떡이는 힘줄을 지닌, 그러나 결코 굵지 않은 허리선은 미끈하며 말랑한 엉덩이와 단단한 허벅지를 가진 잘생긴 남자와의 짧지만 강렬한 섹스를 말이다. 물론 더 크고 광대한 판타지라면 이런 남자와의 섹스 이후 서로 강렬하게 이끌려 아예 인생 마저 바꾸게 되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건 섹스의 범주를 넘어서므로 논외로 치자.
이름 모를 장소에서 낯선 매력남과 벌이는 격렬하고 동물적인 섹스라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판타지는 또 다른 판타지로 심화되기도 한다. 예컨대 대개의 여성들은 수동적인 성 역할에 만족하면서도 때론 한 번쯤 남자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자들 중에는 자신이 섹스하거나 자위하는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 더욱 흥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노출 페티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성들의 섹스 판타지가 남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사실 섹스를 감정의 한 영역으로 간주하는 여성과 달리 남자들의 섹스는 쾌락을 즐기는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남자들은 충분한 합의만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여성들의 섹스 판타지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여성들의 섹스 판타지는 아주 정확한 실현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체험까지는 가능하다.
예컨대 낯선 남자와의 동물적인 섹스에 대한 판타지의 경우 우연인 것처럼 밖에서 만나 무조건 처음 발견하는 모텔로 들어가 섹스를 나눈 뒤 헤어지고 나중에 다시 만나도 없었던 일처럼 하는 식의 이벤트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노출 페티시에 대한 판타지의 경우 캠코더를 활용하여 더욱 자극적인 섹스를 즐기고, 나중에 함께 시청하는 것도 서로에게 또 다른 자극제가 될 것이다.
남자들의 섹스 판타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섹스 판타지로는 단연‘스리섬’, 그러니까 세 명이 즐기는 1대 2 섹스를 들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야동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스리섬에 대한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저렴하고 후환도 없는 동남아나 중국으로 날아가는 남자들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스리섬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여성들은 도무지 1대 2 섹스가 어떤 자극과 쾌락을 제공하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더구나 1대 2 섹스라면 상식적으로 남는 한 명은 별만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경제 효율적인 측면에서 따지더라도 굳이 스리섬을 즐긴다면 남자 1명 대 여성 2명이 아니라 여성 1명 대 남자 2명이라야 맞다.
속옷의 스트링에 대한 동경은 판타지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깝다. 여성의 속옷 면적이 더욱 좁아지기를, 그리고 두께는 더욱 얇아지기를, 더욱이 끈만 풀면 바로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야릇한 속옷에 대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판타지를 꿈꾸게 마련이다.
이처럼 여성들의 섹스 판타지가 보다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라면 남자들 의섹스 판타지는 자못 괴팍한 구석까지 엿보인다. 인류의 발전은 무한한 상상력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따라서 판타지는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유익하다. 남녀의 섹스 판타지가 비록 서로 판이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선에서 서로의 섹스 판타지를 충족해 준다면 보다 윤택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꿈은 이루어져야 맛이아닌가.
일러스트|안우정 에디터|김영우(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