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식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신호철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의 대부분은 소위 '식물성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여성 호르몬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었다면 식물성 여성 호르몬은 의사 처방이 필요하지 않아 여성 호르몬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식품 업계에서 중요한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조명 받았다. 게다가 요즘은 같은 비타민제라고 하더라도 '여성용' '노인용' 등 특수 계층을 위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기법이 보다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광고 대상 역시 단순 종합 비타민제보다 특정 목적을 띤 비타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명한 소비자라면 특수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청량음료나 담배 광고에 '라이트(light)'라는 말을 넣어 건강에 좀 더 유리한 듯 느껴지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여성 건강에서 호르몬 분비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성이 일생 동안 가임 능력을 처음 깨달으며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자각하게 되는 신호가 초경이다. 초경은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의 기능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초경 이후 50대 초반까지의 여성은 정기적인 배란과 월경을 경험하며 가임 시기를 보낸다. 대개 30대 후반부터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서서히 감소되고 40대 중반을 전후해 분비 기능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소위 '폐경 주변기'를 보낸 후 50대 초반 폐경을 맞는 것이 일반적이다. 호르몬 분비와 관련, 여성들이 겪는 건강 문제는 많지만 가임기 여성의 건강 문제로 최근 부각되는 질환 중 하나가 월경전증후군이다. 폐경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30대 여성의 70% 정도가 경험하는 증상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경전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정상적인 난소의 호르몬 분비 변화가 중추신경계와 다른 인체 조직에 생화학적인 변화를 유도해 생기는 증상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규칙적인 운동·스트레스 조절과 같은 생활습관 조절과 비타민E ,감마리놀렌산·미네랄 등의 보완대체요법, 경우에 따라서 항우울제·이뇨제·경구피임약 등의 약물 치료 등이 있다.
폐경을 준비하는 시기인 폐경 주변기에도 폐경기 때와 같이 안면홍조, 발한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월경이 불규칙하게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시기에 마지막 생리가 있은 후 1년이 지나도록 월경이 없다면 비로소 폐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폐경 주변기나 폐경기 이후 결핍되는 여성 호르몬을 보충하면 각종 증상이 호전되고 골다공증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호르몬의 장기적 사용이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식물성 여성 호르몬제가 중요한 여성용 건강식품으로서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식물성 여성 호르몬을 건강식품으로 섭취할 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식물성 여성 호르몬은 기존 여성 호르몬에 비해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같은 식물성 여성 호르몬이라고 해도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성 여성 호르몬 이외에 다른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이해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식물성 여성 호르몬의 대표적 구성 성분 중 하나가 이소플라본인데, 이소플라본이 어느 식물에서 추출됐는지에 따라 종류와 효과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대두에서 추출되는 효험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소플라본의 약효를 좌우하는 제니스테인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용 건강식품을 생각할 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또 한 가지는 여성 호르몬 대사과정이다. 인체의 여성 호르몬은 간에 작용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물질을 생성시키는데 그중 하나가 '16 알파 히드록시 에스트론'이다. 정상적인 여성 호르몬 대사물질이지만 유방암·난소암·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일부 식품에 포함된 '인돌 3 카르비놀'이라는 성분은 16 알파 히드록시 에스트론의 생성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인돌 3 카르비놀을 많이 함유한 식품으로는 브로콜리나 양배추 등이 있다. 최근에는 여성용 건강식품 중에도 이 성분을 포함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이유로 가임기나 폐경 주변기, 또는 폐경기에 이른 여성의 경우 본인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여성용 건강식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성용 건강식품을 무작정 선택하기보다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본인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신호철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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