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을 해요 / 이 보 숙
산 넘어 달려오는
가을빛이(入秋)아름다운 날
그대 생각을 해요
긴 여름의 뒤안길에서
초가을 잎그늘에 숨어 핀
코스모스 같은 그리움으로
보고 싶을 때 쉼 없이 달려가면
번쩍 안을만큼 키가 큰 그대
해거름
긴 그림자 길어질 때
앞산 뻐꾸기 전설처럼 울어대면
선홍빛 매니큐어
곱게 바른 손톱에 자국난 듯
삶을 눈물로 녹여 내는 여린 마음을
살며시 안으며 사랑해라고 말해줄
가슴이 넉넉한그대
한 여름 밤을 하얗게 지새운
상처받은 가슴일랑 지워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우리 사랑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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