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정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세요

문성식 2015. 5. 14. 10:38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세요 하루에 서너 번 매일같이 엄마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엄마들에게 그의 트위터(@suhcs)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려주는 '커닝페이퍼', 때로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위문편지'가 된다. 서 원장을 만나 140자로는 전할 수 없었던 엄마들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트위터를 통해 부모들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육아 메시지를 전하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원장.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팔로워(follower) 중인 육아 트위터계의 스타다. 계정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그의 메시지를 구독하는 팔로워 숫자만 2만7000여 명에 이른다. "우연한 기회에 트위터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지저귀는 말'을 아이 키우며 사느라 바쁜 부모들이 귀담아들어줄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공간이더라고요. 무엇보다 멘션에 대한 반응이 빨라 '아, 부모들이 듣고 싶은 말, 필요한 말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생생히 느낄 수 있었죠."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수는 정해져 있지만 여기서만큼은 가늠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의 메시지는 짧지만 그 울림은 길다. '부모니까 무엇을 해야 한다'고 겁을 주지 않고 불안한 마음에 충분히 공감한 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안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아이 입장에서 일기를 써보라든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려면 아이와 나눈 대화 중 기억해야 할 것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메모하라고 말한다. 수많은 팔로워들이 그의 메시지를 리트윗(Retweet)하거나 즐겨찾기 해두는 것도 이런 이유일 터. 한 신문의 육아 담당 기자가 그에게 "육아서를 읽다 보면 실용서가 아닌 판타지 장르를 읽는 것 같다"고 털어놓더란다. 육아서적에 나온 방법대로 완벽하게 실천하는 부모가 있다면 꼭 한 번 특별 취재 대상으로 삼고 싶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아이를 당장 바꾸려는 욕심부터 버릴 것 "시중의 육아서적들은 부모들을 야단치고 주눅 들게 만들어요. 이 정도는 알아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겁도 주고요. 지금 당장 아이를 바꾸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절박함에 베스트셀러 육아서를 찾아 읽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전과 다름없는 생활로 되돌아가는 부모가 90% 이상이에요. 책에서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몹쓸 부모가 된 것 같고, 아이를 위한 일조차 실천 못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기도 하죠." '육아서적을 볼 때는 하루에 서너 장만 읽으세요. 그리고 읽은 시간만큼 조용히 생각하세요. 그럴 때 더 남는 게 더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나와 내 아이를 비춰 생각해보고 작은 결심이라도 다져야 합니다. 만약 어떤 결심도 없다면 책을 읽어봐야 한 달 후 나도 아이도 비슷할 겁니다'라는 그의 트윗 메시지에 많은 부모들이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뜨끔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서천석 원장은 최근에 그간 좋은 반응을 얻었던 트위터 멘션들을 모아 <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 (BB Books)를 펴냈는데 팔로워들의 폭발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출간 일주일 만에 육아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을 펴낸 계기는 지인이 보여준 수첩. 지인은 그 수첩에 서 원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인쇄해 붙여놓고 매일 한 구절씩 읽으며 자신을 돌아본다고 말하더란다.순간 이 시대의 부모들이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자기 자신을 달래줄 말 한마디를 절실하게 여기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그런 부모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을 결심했다. 원래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첫아이가 태어날 무렵 소아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병원에서 성인 환자들을 만나며 '어릴 때 전문적인 치료나 상담을 받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이다. 2년간 소아청소년정신학을 더 공부하고 종합병원 임상강사를 거쳐 개인 병원을 개원한 지 7년. 그동안 수많은 아이와 부모들이 병원을 더 다녀갔다. 그를 찾았던 부모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물론 육아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전문의로서, 선배 아빠로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불안'을 없애는 게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는 부모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정신없이 변하는 사회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아이에게 '너 이렇게 살면 노숙자 된다'라고 말하는 부모들도 생겼을 정도니까요. 당장 내일 일도 쉽게 예측할 수 없으니 누구나 불안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부모가 아무리 불안하다 해도 아이가 빨리 자랄 수는 없습니다. 방법은 그냥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어요. 빨리 배우면 '제대로' 배울 수가 없으니까요." 부모는 배에 아이를 태우고 바다를 향해하는 '선장'이다. 긴 시간 항해하다 보면 배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때론 거센 파도를 만나기도 하지만 선장이 먼저 항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승객'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어야 할 임무가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놓는다고 혼을 내도 내일 당장 아이의 행동이 변하지는 않지만, 하루에 두 번씩 한 달 정도 아이와 '옷 빨리 걸기 시합'을 하다 보면 아이의 눈빛과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꾸준함에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를 '당장' 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변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더 길게 보고, 더 꾸준하게, 더 계획적으로 부모의 인생을 걸고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모는 대개 "너 왜 그래?"라고 즉각 반응하며 바로 그 순간 아이를 설득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당장은 아이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내 아이의 '그 지점'을 찾는 것이다. 문제는 부모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 진료실에서든, 사적으로든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를 만날 때마다 하루에 10~15분 매일 시간을 정해 아이를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이른바 '육아 명상'을 하는 것.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가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는 선배 아빠의 입장에서도 '강추'하는 육아 노하우다. "요즘 부모들은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 게 너무 바빠 '닥치는 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루에 단 5분, 10분도 좋아요. 조용히 앉아서 현재 육아의 힘든 부분을 꾸준히,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결국 스스로가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가 돌 되기 전 밤새 울었던 때와 '왜'라는 질문을 짜증날 정도로 해대던 세 살 무렵이 고비였어요. 아이의 심리나 발달을 머리로는 잘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부모 노릇 진짜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때 그 짤막한 '육아 명상' 시간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아빠의 '위로'가 절실한 엄마들 트위터를 통해 전국의 많은 부모들을 만나며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참 많이 외롭구나'를 새삼 느꼈다는 서천석 원장. "식당에 가면 심하게 떠들거나 마구 돌아다니는 아이가 한 명쯤은 있어요. 주변 사람들은 '왜 이런 곳에 아이를 데려오는지 모르겠다'든지, '어째서 엄마가 제대로 아이를 컨트롤하지 못하냐'고 수군대죠. 그 순간 대부분의 부모들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듯한 창피함을 느껴요. 아이를 통해 자신이 주변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오버'해서 큰 소리로 아이를 잡고 그럴수록 아이는 더 난폭해져요."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 10명 중 다섯은 누가 키우느냐에 관계없이 잘 자란다. 반면에 인격적으로 성숙한 부모라 하더라도 키우기 힘든 10%의 아이도 있다. 이것은 부모가 아닌 '아이의 문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부모는 별 노력도 없이 어깨를 으쓱대고, 반대로 어떤 부모는 무수한 고생에도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왜 이런 아이가 나에게 왔을까' 마음이 괴로운 부모는 비난의 화살을 아이에게 돌리고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 엇나간다. '아이의 기질'에 대한 사회의 몰이해가 악순환의 첫 번째 고리인 것. 서 원장은 많은 육아서적에서 아이가 보이는 부정적인 행동의 근원을 '부모가 잘못 키운 탓'으로 몰아가지만 실제로 부모 탓인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자식이 잘하면 '내가 운이 좋구나' 감사하고, 못하면 '내가 더 도와줘야지' 결심하면 그만이에요. 아이가 잘났다고 잘난 체할 필요도, 부족하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어요. 아이도 부모도 모두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요."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 양육자는 '엄마'다. 기본적으로 육아는 힘들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는 엄마는 아빠보다 훨씬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다. 그만큼 불안감이 높고 억울한 생각도 든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엄마는 아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니 말이다. "애한테 대체 왜 그래?"라는 남편의 지적에 엄마는 생각 외로 깊은 상처를 받는다. 서 원장은 아빠가 아이를 목욕시킨다거나 청소를 하는 등 물리적인 역할 분담을 자처하는 것보다 아내의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많은 아빠들이 "제 아내는 아이들에게 짜증만 내요. 칭찬할 줄을 몰라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와 헤어질 작정이 아니라면 아내의 한계를 인정하고 좋은 점을 칭찬해야 한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동지'의 지지와 격려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자연히 아이를 대할 때 짜증이 줄어들고 결국 아이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를 인정해야 육아가 편하다 "마음이 아픈 아이와 그 부모들을 만나다 보면 정말 이런 동상이몽이 없어요. 부모는 '우리 아이가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는데 정작 아이는 '엄마와는 말이 안 통해요'라며 답답해해요. 정말 엄청난 간극이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머릿속에는 온통 '빨리 가서 만화를 봐야겠다'란 생각밖에 없는데, 엄마는 응당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부터 해야 한다'고 여긴다. 갈등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엄마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아이와 자신의 정신세계가 연결돼 있으리라는 '착각'. 내가 낳았고 지금껏 키웠으니 당연히 내 뜻에 맞춰 움직여줄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때로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이나 불만스러운 점 등을 아이를 통해 실현하거나 개선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는 세상에 없다.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세요. 부모와 아이는 그냥 '각각'이에요.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엄마도 아이도 편안합니다. 결국 육아란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에요.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문제가 생기죠. 무언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아이와 함께 진창을 구르는 것이 '진짜 육아'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