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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하늘의 문이 열린 것을 보며 성령에 사로잡혀
어좌에 앉아 계신 분을 본다. 그 어좌 앞에는 하느님의 일곱 영이
일곱 횃불로 타오르고 있었고, 어좌 주위에는 네 생물이 있었는데,
끊임없이 ‘거룩하시다’고 외치고 있었다. 천상 예배의 모습이다(제1독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먼 길을 떠나는
귀족의 비유를 들어 하느님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경고하신다.
주인이 맡긴 돈을 애써 불려 놓지 않은 종에게 심판이 닥쳐오듯이,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복음).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4,1-11
나 요한이 보니 하늘에 문이 하나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들었던 그 목소리, 곧 나팔 소리같이 울리며
나에게 말하던 그 목소리가, “이리 올라오너라.
이다음에 일어나야 할 일들을 너에게 보여 주겠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나는 곧바로 성령께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하늘에는 또 어좌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어좌에는 어떤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거기에 앉아 계신 분은 벽옥과 홍옥같이 보이셨고,
어좌 둘레에는 취옥같이 보이는 무지개가 있었습니다.
그 어좌 둘레에는 또 다른 어좌 스물네 개가 있는데,
거기에는 흰옷을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쓴 원로 스물네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어좌에서는 번개와 요란한 소리와 천둥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좌 앞에서는 일곱 횃불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일곱 영이십니다.
또 그 어좌 앞에는 수정처럼 보이는 유리 바다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좌 한가운데와 그 둘레에는
앞뒤로 눈이 가득 달린 네 생물이 있었습니다.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습니다.
그 네 생물은 저마다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는데,
사방으로 또 안으로 눈이 가득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낮 쉬지 않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
어좌에 앉아 계시며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그분께 생물들이 영광과 영예와 감사를 드릴 때마다,
스물네 원로는 어좌에 앉아 계신 분 앞에 엎드려,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그분께 경배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의 금관을 어좌 앞에 던지며 외쳤습니다.
“주님, 저희의 하느님,
주님은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받기에 합당한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주님의 뜻에 따라 만물이 생겨나고 창조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1ㄴ-28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깊다 못해 쓸쓸함이 느껴지는 늦가을 밤에 본당 신부로서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어느 하루를 떠올립니다.
그날 아침 일찍, 저는 한 교우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마음이 안타깝고 착잡하지만 오열하는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날 정오에는 한 부부가 탄생되는 젊은 남녀의 혼인 미사를 거행하였습니다.
미사 중에 그들은 조금 긴장한 모습이나 행복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떠나는 이를 애도하고 그 가족을 안타까워하던 장례 미사의
그늘이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지만,
젊은이들의 구김살 없는 행복에 함께 물들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날 오후에는 아기들에 대한 유아 세례가 있었습니다.
아기들은 생명이, 탄생이 무엇인지를 존재로 보여 주었습니다.
세례수를 부으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순수한 기쁨이 번졌습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은 영적 생명력과 육신의 생명력이
모순 없이 일치하는 기적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운 순간에도 그날 아침 제 마음을 헤집은,
죽음과 이별이라는 인간 조건의 그림자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하루는 참으로 슬픔과 기쁨, 경이로움과 허무감이 그 경계를 알 수 없이
제 가슴속을 드나들면서 보람과 함께 버거움도 느끼게 하였습니다.
사제로 사는 가장 큰 매력은 탄생에서 죽음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만나고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한 선배 사제의 말이 기억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일에 깊이 감사해야 한다고 느끼며
늘 기도해야 함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그날 장례 미사 때 읽었던
영국의 뉴먼 추기경의 기도 시 ‘이끄소서, 온유한 빛’의 첫 구절을
오늘 밤 저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끄소서, 온유한 빛이여.
사방은 어두움에 잠기오니, 그대 나를 인도하소서.
밤은 깊고 집까지는 길이 멉니다. 나를 인도하소서. 내 발을 지켜 주소서.
먼 경치를 보려고 구하는 것이 아니오니, 한 발치만 밝혀 주시면 족하나이다.”
-출처 매일 미사-
저녁노을(모니카)
♬ Dans nos obscurities 어둠 속에 주님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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