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정

자녀 공부에 대해 알아둬야 할 서너가지

문성식 2014. 11. 19. 19:48


    자녀 공부에 대해 알아둬야 할 서너가지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부모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다. 하지만 아이가 잘하기를 바라면서도 부모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 바람만큼 크지 않다. 학교나 학원의 몫으로 돌려버리고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가 하면, 때로는 간섭이 지나쳐 막 피어오르려는 싹을 짓밟아버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학습장애를 치료하는 상담기관이나 학습증진클리닉에서 부모들이 털어놓는 첫마디는 “애가 머리는 좋은데 왜 공부를 못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부족함 없이 해주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지능지수(IQ)나 환경 외에도 학습동기나 의욕, 적성, 공부하는 방법·습관, 부모의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되찾게 하라 중학교 때까지 우등생이었던 영호(가명)는 고교에 진학하면서 성적이 떨어지더니 1학년 말에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처음 성적이 떨어졌을 때 크게 충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공부가 겁나기 시작하더니 좋지 않은 성적이 이어지자 아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우울증도 겹쳤다. 상담과 함께 학습 습관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는 언제인지,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인지, 하루동안 학습량은 적당한지, 교재는 실력에 맞는 것인지 등등. 부모님도 거들었다. 공부를 하는지 안하는지 수시로 방을 들여다보던 태도를 고치고 영호의 자율에 맡겼다. 또 영호가 공부하는 시간 동안에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함께 책을 읽기로 했다. 영호가 함께 보기를 원하는 시간에만 텔레비전을 켰다. 공부에 다시 재미를 붙이자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5개월째, 영호는 할아버지댁에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달간 연습량을 늘려가더니 16시간을 달려 목표를 달성했다. 되찾은 자신감은 생활도 바꿔놓았다. 아이의 관심을 존중하라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한 기준(가명)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나가놀기 바빴다. 공부는 물론 숙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또래도 아니고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과 놀았다. 또래들은 기준이를 저능아 취급했다. 기준이는 심지어 동생까지도 자신을 바보 취급하자 스스로도 하찮게 생각했다. 강아지나 새, 거북이를 기르고 싶어했지만, 번번이 “공부도 못하는 게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꾸지람만 받았다. 상황이 악화하자 부모는 상담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감을 찾아주고 아이의 관심 영역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거북이를 정성껏 기르면서 잘 관찰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그랬더니 모르는 것을 묻기도 하고, “거북이는요…” 하며 말수도 늘어갔다. 칭찬을 받은 어느날 “선생님, 저는 태어나서 칭찬은 처음 받아봐요”라고 했다.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 혼났던 시간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이는 “커서 동물을 돌보는 일이나 생물 관련 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부모에게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생활에서 겉도는 시간이 줄었다. 혹시 학습장애? 지능이 평균에 뒤지지 않고 다른 수학능력은 모두 정상인데도 주의력이 모자라거나 읽기·독해·셈 등에 장애를 겪는 아이들도 있다. 전체의 3~5% 정도로 추정되니 소수이긴 하지만, 한 반에 한두명 꼴이라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학습장애의 대부분은 읽기 장애다. 초등학교 3학년인 경진(가명)이도 그런 경우다. 더듬거리며 읽으면 아이들이 웃고 놀려 선생님이 시키실까봐 늘 불안했다. 읽는 속도가 느리기도 하고 읽더라도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호로 된 산수문제는 곧잘하면서도 글로 쓰인 응용문제는 자주 틀렸다. 검사를 해보니 읽기 능력은 여섯 살 수준이었다. 약 두달 정도의 치료 프로그램을 받은 뒤 눈에 띄게 나아졌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아이의 공부 때문에 병원이나 상담기관을 찾은 부모들은 보통 아이와 함께 치료를 받는다. 함께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기 아이보다 나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는 부모들이 변화를 가장 두려워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너무 욕심을 갖지 말라”거나 “기대 수준을 낮추라”고 충고하면, “아이를 포기하라”는 말로 받아들인다. 부모의 조급함은 아이의 잠재력을 깔아뭉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 잘못은 모두 내 탓'으로 여기면서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는 부모도 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는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너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배우는 것이 조금 느린 것 뿐이야”라고 격려하는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자란다. (한겨레 신문 2000.04.08)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