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성교제에 대처하는 부모 매뉴얼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자녀의 이성 교제는 부모를 노심초사하게 만듭니다.
이성끼리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만 봐도 ‘혹시 우리 애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예나 지금이나
자녀의 이성 교제는 부모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입니다.
하긴 전과 달리 자기표현에 당당해진 요즘 아이들 이성 교제는
풋내 나는 순정으로만 치부하기엔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기도 합니다.
전교생이 다 아는 커플이라도 정작 부모들만 새카맣게 모르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자녀 이성 교제.
사각지대를 안전지대로 만들 수 있는 자녀 이성 교제 올 가이드.
취재 유병아·정주연 리포터 일러스트 홍종현
Part 01 | 10대 이성 교제를 둘러싼 팽팽 대립
아직은 일러! vs 지킬 건 지키는데 왜 안 돼!
요즘 아이들, 이성을 접하는 시기가 너무 빨라졌다.
초등학교 2학년만 되어도 커플링을 끼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는 그래도 귀여운 수준이지만, 청소년이 되면 성인을 모방한 신체적 접촉도 한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은 나와 다른 성에 관심을 보이는 일이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부모들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여러 문제 때문에 자녀들의 이성 교제가 반갑지만은 않다.
이성 교제를 둘러싼 부모와 자녀의 평행선을 들여다봤다.
취재 유병아 리포터 bayou84@naver.com
도움말 김미옥 팀장(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상담사업팀)·한국청소년상담원
내 아이에게 이성 친구가 생겼대요
# 제 딸은 중1인데 성적도 매우 좋고 성실하게 지내왔어요.
그런데 여름방학 즈음부터 어느 학교 회장이라는 오빠, 교회에서 드럼 치는 오빠,
유치부 지도하는 오빠가 멋있다고 자꾸 말하더니 한 오빠와 사귀기 시작했어요.
부끄러워서 말 못 하지만 그 오빠랑 손잡고 다니고 싶다고 일기장에 써놨더라고요.
우리 애는 이성 교제 해보고 싶단 생각 전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 1학년 때부터 줄곧 반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현희.
친한 친구들이 남자 친구 사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보다 예쁘지 않고 공부 못하는 애들도 남자 친구 있는데,
자기는 없다고 억울하다더니 남자 친구를 만들었대요.
이성 친구는 대학 가서 사귀는 거라고, 공부 신경 쓰는 애들은 이성 교제 할 리가 없다고,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했더니 엄만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화를 내네요.
괜찮아 보이는 남자 애들 하나도 없다고 말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바뀐 모양이에요.
어떻게 말려야 할까요?
# 학원 갈 일 없는 저녁이나 일요일이면 운동한다고 나가던 내 아들.
남자 아이들은 운동을 해야 딴생각도 안 든다기에 늦은 시간에도 흔쾌히 보내곤 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였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이성 친구 사귀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놓겠다고
웃음 반 진심 반으로 이야기하면 걱정 말라고 하더니 나 몰래 만나고 있었다니.
부모를 속이면서까지 만나야 할 정도로 좋다면 만나라 했더니
너무 뭐라 할까 봐 말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 친구 엄마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
내 아들이 여자 아이랑 어깨 끌어안고 다니는 것 봤다고.
이제 고2, 한창 공부할 나이인데. 얼마 전 학교에서 사귀는 애들끼리 스킨십하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정학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내 아이는 어느 정도인지 걱정됩니다.
동네에서 끌어안고 다니는데 나만 모르고
동네 엄마들은 다 알고 있었다니 정말 배신감에 어쩔 줄 모르겠네요.
엄마 아빠, 이성 교제 왜 안 되나요?
# 부모님이 아무리 나에게 잘 해주고 나를 이해한다고 해도 모두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부모님이 속상하실까 봐 그렇기도 하고,별거 아닌 것을 크게 생각하실까 봐 그런 면도 있죠.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데 동성 친구는 경쟁 관계가 되어 불편한 점이 있어요.
남자 친구는 생각이 깊어서 내 불만을 잘 들어줘요.
내 학교생활을 아니까 잘 이해해주고요.
저에게 스트레스 해소 창구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엄마는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 우린 그냥 친구예요. 성이 다른 친구.
여자 친구랑 팔짱 끼는 것처럼 팔짱 끼고 다니는 거고,
다른 친구들이랑 문자 메시지 주고받는 것처럼 문자나 전화하는 거예요.
다른 애들보다 좀더 친하게 지내는 것뿐인데,
부모님은 다그치고 나쁜 아이 취급하면서 잘못될까 봐 걱정하세요.
저도 지킬 건 지키고 사는데 부모님이 자꾸 그러면 공부 그만두고 비뚤게 나가고 싶어져요.
# 전교에서 상위권이던 두 학생이 사귀었어요.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우리는 부러워했죠.
근데 남학생 성적이 조금 떨어졌어요.
남학생 엄마가 학교로 여학생을 찾아와서는 따귀를 때리고 욕을 했어요.
내신 좋게 받으려고 일부러 자기 아들 꾀어서 성적 떨어지게 했다며 머리채를 잡고 난리법석이었죠.
그 남학생 그 일로 창피하다고 괴로워하더니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만난 건데 뭐가 어땠다고. 남학생 부모님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내 자녀 이성 교제 반대하는 이유
요즘엔 5년 주기로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부모 세대와 청소년이 세대 차를 느끼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남녀공학이 흔하지 않은 시절에 학교 다니면서 이성 관계에 대해
보수적인 교육을 받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이성에 대해 ‘쿨’하게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녀를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부모들이 청소년의 이성 교제를 반대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 공부도 때가 있다
모범생이고 보수적이던 이군.
교제를 요구하던 여자 아이의 기습 뽀뽀 한 방에 넘어가 사귀기 시작했는데,
매일 집에 데려다주고 귀가해서는 여학생과 문자 메시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 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떨어지는 성적만큼 자신감도 잃고 자책했다.
마음 추스르고 다시 공부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
그사이 전교 등수가 뚝 떨어져서 특목고 진학에 실패했다.
학생의 본분은 당연히 공부다. 이성 교제를 하면 학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성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고 만나지 않아도 공감할 시간이 필요하니 전화로라도 통해야 한다.
공부에 투자할 시간을 나눠야 한다는 결과다.
공부에는 때가 있는 법,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본인 몫이니 부모 입장에선 반대할 밖에.
이성에 대한 잘못된 호기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도
전학 온 중3 여학생.
친구에게 눈물 뚝뚝 흘리며 임신을 해서 강제 전학을 왔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시간 자신의 행동이 너무 바보 같아서 견딜 수 없었다지만 돌이키기엔 큰 상처로 남았다.
이성 교제를 하는 학생들 중에는 과도한 스킨십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잡는 건 기본이고 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 가슴을 만지거나
교실에서 남학생 무릎에 여학생이 앉아
서로 껴안기도 해서 보기 무안하다고 말하는 사례도 있다.
중3 졸업 여행 다녀오는 아이 마중 나갔는데 버스 뒤에 앉은 두 아이가
진한 키스를 해서 기다리던 엄마들이 기겁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성 교제를 하면 손도 잡고 호기심에 뽀뽀도 하고 그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는 행동도 할 수 있으니
아예 처음부터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반대하는 부모들 의견이다.
외모에 대한 관심으로 돈 낭비, 시간 낭비
이성에 관심이 있으면 외모에 신경 쓴다.
거울을 끼고 살고, 피부에 트러블 났다며 피부과 가자고 조르고, 비비크림에 입술·눈 화장은 기본이다.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고, 용돈 지출이 늘며, 외출도 잦아진다.
공부할 시간에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니 부모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꾸지람이 늘어나니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에는 가정의 평화가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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