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속의 철 학
'아치고절'(雅致高節)(우아한 풍치와 고상한 절개)
노영준.梅花 40號
매화는 이른 봄에 꽃망을 피웁니다. 모든 식물이 겨울의 위력에 숨죽이고 자신을 숨기고 있을 때 매화는 도도히 꽃을 피우기에 군자라 했지요. 인간 세계에 비유한다면 어떤 독재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절개를 군자답다 하는 것이지요. 매화의 작고도 치밀한 꽉 짜여진 모습의 매화의 절개를 아치고절(雅致高絶)이라고 말합니다.
1. 매화도의 시작
매화가 재배되고 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매우 오래 전부터였으나 수묵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북송 때였으며 창시자는 선승인 중인이었다. 그는 호남성 화광사의 주지승으로 매화를 사랑하고 이에 대한 시를 읊고 지내다가 우연히 창문으로 매화나무의 성근 그림자가 빗겨드는 것을 보고 그 소쇄한 맛이 너무 좋아 붓으로 그 형태를 따라 그리다가 묵매삼미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된 묵매화는 같은 선승인 묘고에 의해 이론적 체계화가 시도되었으며, 남송 때에는 꽃잎의 윤곽을 그리는 권법이 완성되기도 하였다. 묵매의 이러한 전통은 원대에 와서 왕, 오태소 등에 의해 크게 성행되었으며 구도에서 북방식인 형식보다 남방식인 관식이 더 유행하였다. 명대부터는 화보 등의 출현으로 다소 형식화되었지만 청대에 이르러 금농등의 개성파 화가들에 의해 보다 담채가 많이 곁들어진 화사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매화는 묵죽과 함께 고려 중기부터 그려졌으며, 조선시대에는 각 시기마다 구도와 기법을 달리하면서 독특한 양식으로 전개되었다. 조선 초, 중기에는 선비들의 기상과 밀착되어 고담한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후기에는 문인화의 담백한 분위기가 강조되다가 말기에 이르러 조희룡 등에 의해 봄의 화사한 계절적 정취와 함께 보다 회화성을 짙게 나타내었다.
난초를 곡선미, 대나무를 직선미로 본다면 매화는 굴곡미에서 그 조형적 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매화를 그리는 데는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의 필수적인 방법(五法)이 있다. 뿌리는 서로 얽혀야 하고 대목은 괴이해야 하고 가지는 말쑥해야 하며 줄기는 강건하고 꽃은 기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36가지의 병(三十六病)이 있다 하여 한 가지라도 잘못 그리면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기본수련의 중요성과 함께 매화 역시 높은 경지에 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으로 문제는 형식의 충실한 모방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자신의 감성과 뜻을 얼마만큼 구현시킬 수 있는가에 참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필법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세계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2. 매화의 필법
1) 오요(五要)
뿌리의 체세(體勢)는 서로 얽혀야 하고 간은 괴이하여야 하며 가지는 말쑥해야 하고 줄기는 강건하여야 하며 꽃은 기이(奇異)하여야 한다. 이를 5요(要)라 한다.
2) 전체적 마음가짐
매화는 끈기의 식물이기 때문에 화가는 먼저 의(意)를 세우고 그 자세가 엄숙하여야 하며 정숙하여야 하고 사화의 형세가 특수하고 사체가 마음속에 확립된 후에 이른바 비전(飛電)같이 낙필(落筆)하여 간(幹)부터 지(枝), 화(花), 꽃술 등을 차례로 그린다. 물론 묵의 농담을 잘 조화시켜 처리하여야 한다.
작가는 항상 마을을 온화하게 가져야 하고 손놀림은 신속하여야 한다. 묵은 반드시 담기(痰氣)가 있어야 하며 붓은 건필(乾筆)이어야 한다.
3) 가지, 꽃, 꽃술
가지는 늙은 고목의 형태와 연약한 형태의 분별이 있어야 하고 꽃술은 상하가 잘 조화되어야 하고 줄기는 장단의 도(度)가 있어야 한다. 꽃은 반드시 꽃잎으로 이루어지며 꽃잎은 가지 위에 배치하고 가지는 반드시 고목을 안고 있어야 하며 고목에는 나무껍질이 있어야 하고 껍질은 반드시 고절(古節)을 향해 있어야 하며 절(節)은 두 개가 나란히 있을 수 없고 삼화(三花) 또는 삼각구도가 있어야 하며 구분묵으로 衼와 꽃밭침을 이루고 가지가 고목일 때에는 반드시 한가로운 뜻이 있어야 하고 기지가 굽어 있을 때는 반드시 고요하고 정숙한 뜻이 있어야 한다.
꽃은 원형이되 국화를 닮아서는 안되고 가지는 깡마른 버드나무를 닮아야 한다. 즉, 이와 같은 것이 매화를 그리는 이론상의 화법이다.
4) 36병
1. 가지가 손가락으로 비튼 것 같이 되어있는 것은 안 된다.
2. 일단 그린 곳에 가필하는 것은 안 된다.
3. 붓이 정체(停滯)하여 마디가 되는 것은 안 된다.
4. 붓 놀림이 종횡으로 신속하지 못하면 안 된다.
5. 가지에 생기가 없는 것은 안 된다.
6. 가지에 앞의 것과 뒤의 것의 구별이 없으면 안 된다.
7 .늙은 가지에 가시가 없는 것은 안 된다.
8. 어린 가지에 가시가 몇 개 나있는 것은 안 된다.
9 .떨어진 꽃의 꽃잎이 많은 것은 안 된다.
10. 그린 달이 동그란 것은 안 된다.
11. 늙은 나무에 꽃이 많은 것은 안 된다.
12. 꼬불꼬불한 가지가 몇 개나 겹쳐있는 것은 안 된다.
13. 꽃에서 정면을 향한 것과 뒤를 향한 구별이 없는 것은 안 된다.
14. 가지에 남북의 구별이 없는 것은 안 된다.
15. 설매(雪梅)에서 꽃의 전체가 나타나 있는 것은 안 된다.
16. 눈(雪)이 들쭉날쭉하게 쌓여 있는 것은 안 된다.
17. 경치를 그렸는데 경치가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은 안 된다.
18. 연기나 안개가 끼어 있을 때에 달이 나타나 있는 것은 안 된다.
19. 늙은 가지를 그리면 묵색이 짙은 것은 안 된다.
20. 햇가지를 그리면서 묵색이 얕은 것은 안 된다.
21. 작은 가지에 꽃이 없는 것은 안 된다.
22 .마른 가지에 이끼가 붙어있지 않은 것은 안 된다.
23. 위로 뻗은 가지를 무리하게 굴절시킨 것은 안 된다.
24. 꽃의 윤곽이 너무 둥근 것은 안 된다.
25. 음양의 구별이 없는 것은 안 된다.
26. 주가 되는 꽃과 객이 되는 꽃 사이에 정다운 맛이 없는 것은 안 된다.
27. 꽃이 너무 커서 복사꽃 같은 것은 안 된다.
28. 꽃이 너무 작아서 오얏꽃 같은 것은 안 된다.
29. 햇가지에 꽃이 달린 것은 안 된다.
30. 줄기에 꽃이 달린 것은 안 된다.
31. 줄기가 가볍고 가지가 무거운 것은 안 된다.
32. 꽃을 그릴 때 금기를 범하는 것은 안 된다.
33. 양(陽)의 꽃이 너무 적은 것은 안 된다.
34. 음(陰)의 꽃이 너무 많은 것은 안 된다.
35. 두 꽃이 나란히 피어있는 것은 안 된다.
36. 두 개의 가지가 나란히 뻗어 있는 것은 안 된다.
3. 매화의 어휘와 이칭
[어휘] (1)설중매(雪中梅) : 눈 속에 핀 매화.
(2)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강남으로부터 매화 가지 하나를 친구에게 보냈다는 뜻
[이칭] (1)매실나무 (2)일지춘(一枝春) (3)청객(淸客) (4)경영(瓊英/宋璟․梅花賦)
(5)목모(木母) (6)옥골(玉骨/竹坡詩話) (7)화괴(花魁) (8)빙기옥골(氷肌玉骨/竹坡詩話)
[꽃말] 아름다운 덕
[품종] 매화의 품종으로는 백매, 홍매, 주매, 시매, 녹매, 천엽매, 구영매 등이 있다.
[화제] 월매, 설중매, 노매, 나부매(羅浮梅), 서호매(西湖梅), 정매(庭梅), 매, 야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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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이른봄(1~3월)에 추위를 이기고 모든 꽃 중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이다.
- 흰눈이 아직 남아 있을때 피는 매화는 그 모습이 청초하고 순결하여 얼음과 눈에
많이 비유되었다.
- 매화의 꽃잎은 다섯 잎으로 되어 있는 것과 여러개의 꽃잎으로 된 겹꽃이 있으며
색깔의 차이에 따라 백매,홍매로 나뉜다.
- 매화는 줄기와 가지가 겹쳐지는 구성에 아름다움이 있으며 열매를 맺는 나무인 만큼 자란가지, 잔가지, 늙은 줄기 등 다양한 선의 변화와 먹의 농담을 표현할 수 있다.
- 늙은 줄기와 가지에는 군데군데 옹이와 이끼가 있어, 점을 찍어 표현한다.
매화의 가지는 줄기에서 나온 늙은 가지,자란 가지, 어린가지가 어울려 골격을 이룬다.
늙은 가지는 굵고 거칠게 그려 줄기와 어린 가지를 잇고 그림에 균형과 구도를 결정지어 준다. 늙은 가지는 흐린 먹으로 붓을 끌 듯이 긋고, 가지는 난잎처럼 곡선이 되거나, 대나무의 가지처럼 직선이 되는 것을 피한다.
가지의 방향은 평행이 되거나 잔가지의 길이가 서로 같지 않게 그린다. 꽃을 그릴 자리와 그릴 꽃의 수를 염두에 두고 가지의 수도 이에 맞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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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를 그리는 방법에는 줄기의 윤곽선을 그리고 나서 그 위에 흐린 먹으로 칠하는 방법과 윤곽선이 없이 붓의 측면을 사용하여 거칠게 그리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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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의 측면으로 거칠게 그린 예▲ |
▲윤곽선을 먼저 그린 예 |
늙은 줄기나 가지에는 군데 군데 점을 찍어 줄기에 있는 옹이나 이끼, 거친 껍질을 나타낸다. |
꽃잎은 흐린 먹으로 원을 그리듯이 한번에 한 잎씩 다섯잎을 그린다. 붓을 바로 잡아 한 잎을 그리더라도 손끝으로 그리지 말고 팔 전체를 움직여 다섯 꽃잎을 연속해서 그려본다.
한잎 한 잎이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게 그리지 말고 약간 타원형에 가깝게 그린다. |
먼저 정면을 향한 꽃을 그리고 그 옆에 옆을 향한 꽃, 뒤에 보이는 꽃을 그려 안정감을 만든다. 한 가지에는 활짝핀 꽃을 한송이 이상 그리지 말고 옆을 보는 꽃이나 반쯤 핀 꽃을 그린다.
가지가 많은 곳에는 많은 꽃과 꽃봉오리를, 적은 데는 적게 붙인다. |
매(梅)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눈 속에서 피는 강인하면서도 고귀한 운치를 그 특성으로 한다.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풍기는 매화의 향기는 맑고 깨끗한 인품으로,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는 봄을 알려주는 선구자적인 뜻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반드시 늦겨울 이른봄의 추위속에 피는 강건한 특성은 훌륭한 덕성을 지닌 군자의 강인한 절개와 지조 및 세속을 초월한 은일로 상징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매화를 가리켜 雪中君子, 淸香, 玉骨, 花御史, 淸客, 世外佳人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매화가 재배되고 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매우 오래 전부터였으나 수묵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북송 때였으며 창시자는 선승인 仲仁이었다. 그는 호남성 華光寺의 주지로 문인사대부였던 蘇東坡, 黃庭 등과 교유하면서 매화를 사랑하고 이에 대한 시를 읊고 지내다가 우연히 창문으로 매화나무의 성근 그림자가 빗겨드는 것을 보고 그 소쇄한 맛이 너무 좋아 붓으로 그 형태를 따라 그리다가 墨梅三味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된 묵매화는 같은 禪僧인 妙高에 의해 이론적 체계화가 시도되었으며, 南宋 때에는 꽃잎의 윤곽을 그리는 圈法이 완성되기도 하였다. 묵매의 이러한 전통은 원대에 와서 王, 吳太素 등에 의해 크게 성행되었으며 구도에서 북방식인 形式보다 남방식인 貫式이 더 유행하였다. 명대부터는 화보 등의 출현으로 다소 형식화되었지만 청대에 이르러 金農등의 개성파 화가들에 의해 보다 담채가 많이 곁들어진 화사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매화는 묵죽과 함께 고려 중기부터 그려졌으며, 조선시대에는 각 시기마다 구도와 기법을 달리하면서 독특한 양식으로 전개되었다. 조선 초, 중기에는 선비들의 기상과 밀착되어 고담한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후기에는 문인화의 담백한 분위기가 강조되다가 말기에 이르러 趙熙龍 등에 의해 봄의 화사한 계절적 정취와 함께 보다 회화성을 짙게 나타내었다.
난초를 곡선미, 대나무를 직선미로 본다면 매화는 굴곡미에서 그 조형적 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매화를 그리는 데는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의 필수적인 방법(五法)이 있다. 뿌리는 서로 얽혀야 하고 대목은 괴이해야 하고 가지는 말쑥해야 하며 줄기는 강건하고 꽃은 기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36가지의 병(三十六病)이 있다 하여 한 가지라도 잘못 그리면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기본수련의 중요성과 함께 매화 역시 높은 경지에 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으로 문제는 형식의 충실한 모방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자신의 감성과 뜻을 얼마만큼 구현시킬 수 있는가에 참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필법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세계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매화의 품종으로는 白梅, 紅梅, 朱梅, 時梅, 綠梅, 千葉梅, 九英梅 등이 있다. 그리고 많이 다루어졌던 화제로는 月梅, 雪中梅, 老梅, 羅浮梅, 西湖梅, 庭梅, 梅, 夜梅 등이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