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채근담후집 제46장 - 봄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나른하게 만든다. 春日氣象繁華 令人心神태蕩. 춘일기상번화 영인심신태탕. 不若秋日雲白風淸 蘭芳桂馥. 불약추일운백풍청 난방계복. 水天一色 上下空明 使人神骨俱淸也. 수천일색 상하공명 사인신골구청야. 봄날은 기상이 번화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넓고 커지게 하거니와, 이것이 어찌 가을날의 구름 희고 바람 맑으며 난초 아름답고 계수나무 향기로우며 물과 하늘이 한 가지 빛이고 천지에 달이 밝아 사람으로 하여금 심신을 모두 맑게 함만 같으리오. [해설] 봄철이 좋으냐, 가을철이 좋으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옛날의 풍류객들도 그랬거니와 현대인들도 그 생각하는 바가 구구각색입니다. 봄철의 기화요초(琪花瑤草)를 찬양하며 시로 읊은 시인이 있는가 하면, 가을철의 단풍에 매료되어 이를 찬양한 풍류객도 있습니다. 저자 홍자성은 여기서 봄철의 감각성(感覺性)과 가을철의 정신성(精神性)을 대비 시킴으로써 나른한 봄철보다는 청량한 가을철을 우위(優位)에 두고 있습니다. 하기야 우리에게도 한때 보릿고개를 넘는 허기진 일도 있어서 춘궁기春窮期란 말도 생겨났었으니 풍요한 가을철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노년층은 아직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오죽했어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