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자가 사역하는 교회 정신3.
박영철교수
교회론에 비추어 본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는 교회의 본질, 교회의 사명과 사역 등에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교회의 본질 그 자체가 “불러냄을 받은 사람들”로서 그러한 불리움은 사명에의 불리움이며 사역에로의 불리움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가 사역자로서의 개인을 강조한다면 집단으로서의 교회는 그 개인의 사역을 개발시키는 핵심적인 모체가 되는 셈이다.
교회는 세상의 어떠한 조직이나 기관 및 기구들과도 독특하게 구분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신다. 사실상 이와 같은 교회는 그리스도와의 결합이 전제가 된다. 왜냐하면 이 결합만이 그리스도인간의 영적 교제를 가능케 만들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는 그 지체들간의 영적 교제를 통하여 그 속에 계신 그리스도의 현현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인들간의 영적 교제의 수준과 질은 단순한 교제의 차원을 넘어 가족으로서의 형제애를 전제로 한다. 마치 가족간의 혈연관계가 지니는 사랑의 교제가 곧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교인들간의 교제의 질과 수준이라는 말이다.
한편 교회의 사명과 책임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역시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는 교회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확인해 준다. 미국 서남침례신학대학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교회교육행정학 교수를 역임한 티드웰(Charles A. Tidwell)박사는 교회의 사명을 “하나님의 다중적 지혜(manifold wisdom)를 알게 하는 것”(엡 3:10)으로 요약하면서 이러한 사명을 수행키 위한 교회의 기능으로서 예배, 선포와 증거, 양육과 교육, 그리고 봉사 등을 제시한다. 이러한 교회의 기능은 결국 교회로 하여금 하나님의 다중적 지혜인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세상뿐 아니라 하늘의 영들에게도 전파하는 목적을 실현키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사명은 단순히 집단으로서의 교회 뿐 아니라 그 교회의 구성원인 개개 교인을 통해 성취되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모든 교인을 사역자로 개발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와 직결됨을 보게 된다.
미국 남침례신학대학원(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교수였던 힌슨(Hinson) 박사는 “교회의 사역은 전체 교인의 사역”이라고 말한다. 티드웰 교수도 “제자도에로의 부르심은 그 부르심의 의도대로 살아갈 때 교회의 본질을 이룬다“ 고 말함으로써 개개 교인이 결정적인 교회의 구성원이요 사명 감당자임을 강력히 암시해준다. 화이트(W. R. White)는 침례교회 특징 중 하나를 개인의 지고성(至高性; The primacy of the individual)으로 보았는데 이는 하나님의 사랑에 응답함에 따르는 사명과 책임도 개인이며 개인이 회개하고, 개인이 믿으며, 개인이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준다.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의 역사적 왜곡
확실히 초대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제사장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한 일은 단순히 1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적어도 4세기 초, 로마의 황제 콘스탄틴이 기독교를 공인할 때까지는 계속되었다. 신약성서의 수많은 언급들은 물론이고 주후 302년에 이르기까지의 270여 년 동안 계속된 기독교에 대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말살되기보다는 오히려 지중해 일대를 복음화 했다는 사실은 이 기간동안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사역자로서의 삶을 철저히 살았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그들은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기도 벅차고 어려운 가운데서 오히려 복음의 사역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의 신앙에 대한 이해가 처음부터 그리스도인 됨은 복음 사역자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있어서 복음을 믿고 받아들인다는 말은 곧 복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 혹독한 핍박도 그들의 본연의 신분의식에 기초한 사명에로의 불꽃을 꺼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에 흘러감에 따라, 특히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복음의 사역은 “성직자”들의 전유물화 했으며 “평신도”들은 복음 사역으로부터 배제되어갔으며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진 “평신도”들은 오히려 복음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 자신들로부터 “성직자”들에게로 전가된 것을 다행히 여기는 경향으로 굳어져 갔다.
혹자는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이 이루어진 주후 302년이 악의 세력에 대한 기독교 승리의 원년이었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주후 302년이야말로 기독교가 악의 세력에 패배한 패배의 원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그 전까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전하며 사역하는 자로서의 삶을 산 중거들을 명백히 가지고 있지만 그때로부터 시작된 교회와 세상 정권과의 이상야릇한 결탁은 기독교의 생명력을 송두리채 빼앗아 가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복음의 제사장으로서의 사역은 오로지 성직자들의 전유물로 만듦으로써 세계를 복음화하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셔던(Shurden)은 기독교가 1세기 이후 16세기경에 이르기까지 크게 세 가지 비극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제사장직의 성직자화, 은혜의 성례전화, 그리고 교회의 제도화이다. 제사장직의 성직자화라는 말은 일부 신자의 제사장직을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에 계층주의를 형성하여 직업적인 성직자 계층이 평신도(비성직자) 계층을 지배하게 된 결과를 의미한다.
은혜의 성례전화란 특정 계층에 의한 집례가 은혜와 구원을 가져다주는 주된 통로로 인식된 것으로서 이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찢어졌던 휘장을 다시 꿰매는 일과 같은 잘못이다. 그리고 교회의 제도화란 교회가 단순히 교인들이 출석하는 장소가 되었으며 평신도를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세상 속에서 살아 역사하는 몸이라기보다는 성직자들이 관리하는 건물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사역을 감당해야 할 그리스도의 제사장들이 구경꾼들로 전락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극적 경험은 특히 4세기초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과 함께 시작되어 로마 카톨릭의 중세 천년 동안 그 뿌리를 깊숙이 내렸던 것이다. 종교개혁자들로부터 재침례교도들, 그리고 침례교도들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문제의 교정은 부단히 시도되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 시정을 이룰 수 있었으나 특히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의 경우는 다른 어떤 왜곡보다도 교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로마 카톨릭 교회는 1962년부터 1965년 기간동안 제2차 바티칸 종교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 회의에서 로마 카톨릭은 가히 혁명적인 신학적, 교리적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것은 평신도들에게 사역을 허락하는 획기적 조치로서 “평신도의 사도직 교령”을 채택하는 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곧 평신도의 성례전 집행, 이를테면 세례 의식과 성만찬, 그리고 미사 집전 등과 같은 과거에 성직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들을 과감하게 평신도에게도 그러한 사역을 허락함으로써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의 실현에로의 거대한 변화의 몸짓을 시작했다.
이러한 로마 카톨릭의 변화를 개신교의 실제적인 목회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개신교가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의 실현에 미온적이거나 그러한 실현에의 의지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전신자 제사장직 교리의 역사적이 거대한 왜곡의 장본인은 그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반면 개신교는 그 왜곡의 한복판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금세기 중반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평신도 신학에의 새로운 각성, 현대제자훈련운동, 그리고 그러한 운동의 개 교회 접목 노력 등은 오늘 우리에게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사역자이며 교회는 개개 교인을 복음을 위한 사역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개발시키고 또 그러한 사역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의 실현을 촉구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의 결과, 전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으로 전개되어 오고 있는 셀 교회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 구조에로의 대전환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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