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믿음의 의미
우리는 무엇을 믿습니까?
믿음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한이 없음을 믿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물론 전지전능하시고
광대무변한 우주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신 어른이요,
따라서 말할 수 없이 존엄하신 분, 절대자·초월자이십니다.
그리고 성서에 보면, 이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신 분입니다.
우리 인간을 한없이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당신의 모습을 따라 창조하시고
당신처럼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배반하여 죄를 범하였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하느님을 거스르고 죄를 짓는지
우리 자신의 내면의 삶을 보면 압니다.
우리는 거의 하느님을 잊고 살면서 양심의 타이름을 쉽게 거스릅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보면 한마디로 죄악의 세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온갖 죄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인간이 당신을 등지고
당신의 뜻을 거슬러 죄를 범하는데도 인간을 저버리지 못하고
외아들을 보내시어 우리 구원의 제물로 삼으셨습니다.
외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본시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신데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모든 영광과 영예를 버리고
당신 자신을 비워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어 오셨을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분은 실로
우리 모두의 죄 사함을 위해 피 흘리시고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흘리시는 이 피를 가리켜 '새로운 계약의 피'라고 하셨습니다.
피는 생명 목숨입니다.
따라서 목숨을 건 계약, 즉 목숨을 다하면서 반드시 지켜질 약속입니다.
하느님이신 분이 우리에게 당신의 목숨을 걸고
사랑과 구원의 약속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체 성사를 세우시고
당신 자신을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양식으로 내놓으셨습니다.
우리에게 먹히는 존재-밥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남의 밥이 될 수 있습니까?
"저건 내 밥이야" 하면 그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상대방을 아주 멸시하는 표현입니다.
밥이 되는 것은 지옥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그렇게까지 당신 자신을 내주십니다.
이유는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사야서 54장 10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이 무너져도 나의 사랑은 결코 너를 떠나지 않는다."
하느님은 이렇게 큰 사랑으로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영세와 견진 성사에서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이 믿음을 주시고,
이 믿음을 깊이 사는 힘을 주십니다. 그것을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우리가 굳게 지니고 살 때,
우리는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마음에 빛과 희망을 지니고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이같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마음을 다하여 사랑해야겠습니다.
또한 우리 이웃도 이같이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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