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닮은 사람
사도 바오로는 1코린 2장9절에서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누리시는 생명과 영광을
우리가 누린다는 것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까?
현세의 부귀영화는 거기에 비하여
참으로 먼지와 같이 보잘 것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결코 그런 보잘 것 없는
현세를 위해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영원하고 무한한 생명,
하느님과 함께 우주 만물 위에서
만물울 다스리는 영광입니다.
하느님은 이를 위해 우리 인간을 창조하셨고,
이를 위해 우리 인간이 죄를 짓고
당신을 배반했는데도 버리지 못하시고
우리 인간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셨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아담과 하와의 범죄 후
그들을 벌하시면서 뱀의 탈을 쓴 악마에게
"나는 너를 여자의 원수가 되게 하리라"(창세3,15)
하심으로써 구세주의 어머니 성모님께서
태어나실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 여인을 통해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셨습니다.
원죄 없으신 이로 잉태되신 성모님을
모친으로 삼아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어
세상에 탄생케 하셨습니다.
인간이 되어 오신 외아들 그리스도는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믿음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나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이 사랑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믿음의 삶이란 역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그 사랑을 본받아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뜻 앞에 순종하고
그리스도와 같이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사회, 우리나라는
그리스도를 참으로 닮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거짓이 많고,
사기와 횡령이 창궐하며, 거기다 사치와 과소비,
도덕적 타락이 극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쇠망하는 내리막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달라져야 합니다.
거짓에서 참됨으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자기만을 생각지 않고 이웃을 생각하고
공익을 앞세우는 사람으로,
사랑하고 봉사하는 사람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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