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교회
빈민가에 사는 어느 수녀가 동네 골목에서
거지 할머니와 마주쳤습니다.
두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오가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할머니, 성당에 나오지 않으실래요?"
"제가 가도 됩니까?"
"왜 안 되겠어요. 오셔도 됩니다."
"정말 저 같은 사람이 그런 데 가도 됩니까?"
수녀는 그 순간 '정말 되는가?'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거지 할머니가 성당에 왔을 때,
모두가 할머니를 편안하게 맞아줄 만큼
성당 문이 활짝 열려 있는가?
정말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남루한 차림의 거지까지
반기며 사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마카오 빈민가에서 활동하시는
어느 수녀님한테 들은 것입니다.
그럼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수녀님이 가졌던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하셨는데, 그리고 그 일을
첫 번째 사명으로 여기라고 당부하셨는데,
진정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 김수환 추기경 < 사랑의 메시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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