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117장] 은신자는 탁류에 몸을 맡기며 몸을 움츠린다. 藏巧於拙 用晦而明. 寓淸於濁 以屈爲伸. 장교어졸 용회이명. 우청어탁 이굴위신. 眞涉世之一壺 藏身之三窟也. 진섭세지일호 장신지삼굴야. 교묘함을 졸렬함으로써 감추고, 어둠을 써서 밝게 하며, 맑음을 흐림속에 깃들이게 하고, 굽힘으로써 펴는 근원을 삼는 것은 참으로 세상살이의 구급책이 되고 또 안전한 것이 되느니라. [해설] 무능한 척 가장하면서 재능을 숨기고 우둔한 척 보이면서 영지英知를 닦는다. 또 그 몸은 속세에 있으면서도 절조를 지키고, 몸을 낮게 처신하면서도 비약할 것에 대비한다. 이런 생활 태도야 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저자 홍자성은 타이른다. 얼핏 보기에는 소극적인 교훈 같지만 살기 힘든 세상을 헤쳐나간 중국인의 독특한 지혜를 엿보는 것 같지 않은가. [註] 교 ( 巧 ) : 아주 교묘한 재주를 뜻함. 용 ( 用 ) : 무엇으로 인하여. 우 ( 寓 ) : 붙이거나 의탁한다는 말이다. 청 ( 淸 ) : 청렴결백. 탁 ( 濁 ) : 흐리고 탁한 속세를 말함. 진 ( 眞 ) : 진실로. 섭 세(涉世) : 세상을 건너간다는 뜻으로 살아간다는 뜻임. 일호(一壺) : '갈관자'라는 책의 일호천금(一壺千金)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임. 배를 타고 건너던 중 배가 뒤집힐때 붙들고 목숨을 건질수가 있기 때문에 항아리 하나가 천금이나 되는 값어치가 있다는 뜻. 삼 굴(三窟) : '전국책(戰國策)'의 교토삼굴(校兎三窟)에서 비롯된 말이다. 교활한 토끼가 세개의 굴울 파놓은 다음에야 비로소 목숨을 온전히 보전할수 있었다는 말에서 비롯된 은신처를 뜻하는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