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골든타임 4분… 강하고, 빠르게” [헬스조선 명의]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응급의학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정성필 교수
4분.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이다. 여러 원인에 의해 심장이 뛰지 않으면 혈액 순환이 멈추고, 뇌에 4분 이상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뇌손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 골든타임 안에 응급처치를 실시하지 않으면 생존해도 영구적으로 후유증이 남을 위험이 있다. 심폐소생술은 심정지 환자의 혈액 순환과 호흡을 돕는 방법이다.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이 순환돼 뇌 손상을 지연시키고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은 시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3배 이상 높다. 모든 사람들이 심폐소생술 방법을 숙지해둬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어느 날 눈앞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수 있고, 반대로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정성필 교수를 만나 심폐소생술의 중요성과 올바른 심폐소생술 방법에 대해 들었다.
-심폐소생술은 어떤 상황에서 시행되나?
심폐소생술은 심정지 상태에서 인공적으로 심장 박동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심정지 발생 시점으로부터 최소 4~5분 이내에 시작해야 효과가 있고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환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할 경우, 병원까지 이송된 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보다 현장에서부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예후가 더 좋다. 10% 정도는 병원 도착 전에 심장 박동이 회복되기도 한다.
-왜 ‘4분’인가?
심장 박동이 멈추면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혈액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뇌 손상이 시작된다. 다른 장기는 산소 공급이 중단돼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뇌는 특정 시간 이상 산소 공급이 멈추면 손상된 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그 시간이 4분이다. 이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정지가 발생하는 원인은?
부정맥, 심근경색 등 심장과 관련된 질환들이 원인이 될 수 있고, 호흡 정지에 의해서도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하던 사람이 특정 원인에 의해 갑자기 심정지를 겪기도 한다. 최근 이태원 사고 피해자들의 경우 질식으로 인해 호흡성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심정지 발생률은 늘고 있나?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119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건수가 연간 3만 건 이상이다. 시행 대상 중 절반 정도가 70세 이상 고령자다. 최근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심폐소생술 시행 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가?
일단 의식이 있는지 확인한 뒤, 의식이 없으면 심정지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거나 큰 소리로 불러보는 등 자극을 가해도 반응이 없다면 심정지로 가정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게 좋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병행해야 하나?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압박과 인공호흡 두 가지다. 인공호흡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정확한 방법에 따라 실시할 수 있으면 두 가지 방법을 교대로 시행하는 게 좋다. 그러나 정확한 방법을 모른다면 가슴압박만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 인공호흡은 가슴압박과 달리 일반인이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어렵다. 단순히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닌 기도를 열고 유지해야 하는데, 훈련받지 않으면 이 과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결과들을 보면 일반인이 효과적으로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공호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가슴압박까지 중단되면 가슴압박만 실시했을 때보다 오히려 효과가 떨어질 위험도 있다. 인공호흡은 입과 입을 접촉해야 하다 보니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면 쉽게 시행하지 못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심폐소생술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어, 가슴압박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하고 있다.
-체형·연령에 따라 심폐소생술 방법이 다른가?
일반적으로는 가슴압박을 실시할 때 가슴을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강하게’란 5~6cm 깊이로 누르는 것을 의미하며 ‘빠르게’는 1분당 100~120회를 뜻한다. 다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체격이 작기 때문에 4.5~5.5cm, 약 5cm로 권고하고 있다. 소아는 센티미터로 깊이를 정하지 말고 가슴 두께의 3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령자의 경우 뼈가 약하기 때문에 세게 압박하지 않도록 누르는 깊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실제 상황에서는 ‘5cm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때 압박 깊이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강하고 빠르게’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적절한 깊이로 마네킹의 가슴을 압박했을 때 신호가 들어오는 방식으로 압박 깊이를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반드시 환자의 상의를 탈의시킨 뒤 실시해야 하나?
상의를 탈의시키는 이유는 정확한 압박 지점을 찾기 위해서다. 가슴 중앙 복장뼈, 흉골 아래쪽 절반 부위를 압박해야 하는데, 일반인의 경우 위치를 찾기 어려울 수 있어 환자의 상의를 탈의시키도록 교육하고 있다. 압박 지점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면 굳이 탈의할 필요는 없다.
-심폐소생술로 인해 환자가 골절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는데?
심정지가 발생한 상황은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다. 골절을 비롯한 합병증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심폐소생술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 그래서 응급의료법에서는 선의로 응급처치한 일반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다. 일반인이 현장에서 선의로 도움을 주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을 때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해도 면책해주는 법이다.
-정확한 방법을 모르는 경우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119에 신고한 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상담원 안내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된다. 이후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환자를 구급대원에게 인계한다. 정확한 방법을 숙지하고 실시할 때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는 있으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국내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영화·드라마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홍보가 전보다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에는 시행률만큼 심정지 환자 생존률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교육 효율성이나 정확성 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세동기 사용방법 등을 교육에 포함시켜 실제 응급상황에서 더 많은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주기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도 요구된다.
-코로나19 발생 후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감소했는데?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심폐소생술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졌을 수 있다. 공공장소 방문이 줄면서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점, 코로나19로 환자 이송이나 응급실 이용이 어려워진 점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면 어떤 방식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심폐소생술은 구조자 본인이 희망할 때 시행하는 것이다.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감염이 우려됨에도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 비말을 차단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마스크가 없을 경우 옷으로 코나 입을 가리는 것도 방법이다. 인공호흡을 병행하는 것보다 가슴압박만 시행하는 게 낫고, 응급처치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심폐소생술 관련 연구가 있다면?
일반인이 정확하게 인공호흡을 실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슴압박만 실시하는 방향으로 심폐소생술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새로운 심폐소생술 자세 등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눕힌 자세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보다 머리를 살짝 들어 올린 상태에서 실시할 때 결과가 좋다는 식이다. 다만 연구 중인 내용일 뿐, 지침이나 교육에 반영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심폐소생술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려면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까?
교육 과정에 심폐소생술을 추가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교육하고, 외국처럼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심폐소생술,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에 대해 교육 받는 것도 방법이다. 주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정 날짜를 지정하는 방안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심폐소생술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비치하는 장소를 늘리는 식으로 접근해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같은 심정지 환자여도 심전도, 즉 심장박동 리듬에 따라서는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으므로, 이 같은 내용도 함께 교육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종종 뉴스를 통해 심정지 환자가 제대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현장에 있던 사람 중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제세동기를 일찍 사용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그 환자는 살았을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심폐소생술을 배워두고 주변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시 시행한다면 환자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눈앞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면 환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반응을 확인하고, 반응이 없다면 즉시 큰 소리로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환자의 얼굴과 가슴을 10초 이내로 관찰해 호흡 여부를 확인한 뒤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라면 심정지로 판단하고 흉부압박을 실시하도록 한다. 한쪽 손을 펴고 다른 쪽 손으로 편 손의 손등 쪽에 깍지를 낀 다음, 환자의 양 젖꼭지 중간을 압박하면 된다. 이때 환자의 가슴과 시술자의 팔 각도는 직각이 돼야 하며, 분당 100~120회, 가슴이 5cm가량 들어가도록 눌러준다.
자동제세동기(AED)는 전극 패드를 환자 기준
▲오른쪽 빗장뼈 바로 아래
▲왼쪽 젖꼭지 옆 겨드랑이의 맨살에 부착해 사용한다.
‘분석 중’이라는 음성 지시가 나온 뒤 ‘심장충격(제세동)이 필요합니다’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면 설정된 에너지로 충전이 시작된다. 충전되는 동안에도 가슴압박을 시행해야 한다. 이후 깜박이는 버튼을 눌러 제세동을 시행하도록 한다.
정성필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진료 분야는 소생의학, 임상독성학, 성인응급의학이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심폐소생협회 사무총장과 대한응급의학회 이사, 대한임상독성학회 이사 등 국내 주요 응급의학 관련 학회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국제 심폐소생술 지침 제작에 참여한 정 교수는 오랜 기간 응급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한편, 다양한 성인 응급질환 관련 연구에도 힘써왔다. 앞으로도 분초를 다투는 응급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동시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독성물질 급성 중독 치료지침을 개발하는 일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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