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되어 주세요
한때 크리스마스 카드에 '밥이 됩시다,'
'제가 밥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문구를 즐겨 써서 부쳤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영혼과 육신이 허기진 이들을 위해
'밥'이 될 만큼
자기 자신을 내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어수룩한 사람을 얕잡아보고
"저 사람은 내 밥이야!"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을 한없이 낮추고 비워
우리 모두에게 '밥'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십자가 죽음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셨습니다.
현대인들은 오늘도
"나는 결코 밥이 될 수 없다"며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뿐 아니라 타인을 '내 밥'으로
삼기 위해 혈안이 돼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인간다운 사회가 되려면
타인에게 밥이 되어주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지려는 마음도
밥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나눌 것이 없다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이기주의와
약육강식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말씀 모음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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