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
제2절 불교의 핵심교리
6. 생활속의 연기법 수행
불교 교리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개념은 모두 불교 수행과 연관되어 있고,
그 수행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일과 속에서,
늘 부딪치는 구체적인 일 속에서 실천 가능한 것이다.
내 집안, 내 일터 등과 같은 내가 처한 환경에서
바로 실천해 그 효력이 즉각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잠자는 일상사 그대로가 수행이 되어야 하는데,
일상사 모두가 수행이 되는 경지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수행의 시작이 일상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배운 교리와 일상사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기 때문에 아무리 불교 교리 공부를 오래 해도
불자의 삶에서 수행의 향기가 배어나오지 않는 것이다.
수행은 처음부터 일상사가 그대로 수행이 되어야 한다.
언제 어느 때나 누구나 마음만 내면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주부가 가정에서 요리나 집안일을 할 때,
직장인이 직장에서 업무를 볼 때,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할 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행을 즉각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장에서 우리는 연기법을 배웠다.
연기의 원리를 일상사에 그대로 적용하여 생활할 때,
이것이 바로 연기법 수행이다.
먼저 연기법을 복습해 보자.
연기법이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존재의 상호 연관성을 나타내는 삶의 근원적 원리이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네가 괴로우면 나도 괴롭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자연환경이 오염되면 인간도 오염되고, 생명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환경과 생명이 살아나면 인간도 건강하게 살아난다.
존재의 상호 의존성과 연관성이 연기법의 기본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존재는
첫째, 시간적으로 나를 낳아주신 부모와 조부모 등 무수한 조상님들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둘째, 공간적으로 지구촌이라고 하는 공간에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셋째, 외부세계에서 감각기관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와 의식 공간에 존재하던
기존의 개념, 관념, 가치 등 무수한 심리적 정보들과 결합하여
연기적으로 형성된 ‘나’이다.
넷째,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겨난 상대적 개념이 만들어낸 ‘나’에는
온갖 종류의 욕망과 집착, 그리고 생각과 앎의 거품이 가득하다.
이와 같은 ‘나’는
연기적 존재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연기법 수행의 출발이다.
이 4가지 연기법의 기본 틀을 염두에 두고
연기법 실천을 생활 속에서 응용해 보자.
연기법 수행 ① - 공경과 감사의 생활
어느 날 갑자기 ‘나’라는 존재가 지구촌에 툭 떨어져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거슬러 올라가면 조부모님,
그 위의 모든 조상님들이 있었기에 지금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 있게 된 것이다.
나로부터 20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약 2백만 명 이상이,
30대를 소급해서 올라가면 약 21억이 넘는 조상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엄격히 따져 보면, 30대 앞에 계셨던 21억의 조상님 가운데
한 분만 계시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역사의 모든 인물들이
직ㆍ간접적으로 나와 연관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분들 중에는 부처님과 같은 위대한 영적 스승님이 있을 수도 있고,
인류의 문명을 질적으로 변화시킨 많은 성자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삶은 성장과 성숙 쪽으로 진화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주의 진리가 흐르는 방향이다.
사람이 길을 가더라도 앞으로 가는 것이 쉬운 것은
단순히 눈이 앞을 향해 있어서가 아니라 우주의 흐름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을 올라가더라도 사람 본능적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은
우주의 흐름이 성장하기 때문이며,
더 멀리 여행하고 더 높이 나는 것도,
우주의 성향이 확대와 팽창, 그리고 완성과 성숙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기법의 이런 시간적 의미를 음미해 보면
모든 존재에 대한 경의와 공경의 태도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공경은 ‘나’라는 존재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한 웃어른들을 올려다보는 것이요,
내 마음이 위로 향하는 행이다.
이런 연기의 원리를 모르면
일상의 삶에서 남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잘 났어 정말!’이라는 어느 연예인의 말처럼,
우리 개개인 모두가 다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에게 고개 숙이고 남을 잘 모시기는 참 힘든 일이다.
누구나 윗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지,
자신이 상대를 공경하고 대접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내 앞에 인사하고 굽실거리는 저 분은
단지 지위가 나보다 못하거나 여건이 어쩔 수 없어 그러한 것일 뿐,
속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나 역시 나보다 높은 분들에게 웃는 낯으로 공손하지만,
내 마음까지 상대를 공경해서 그러는 것이 아닐 경우도 있다.
참으로 진정 공경심을 일으켜 진솔하게 이웃을 모시기는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공경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공경이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나이 적은 자가 많은 자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경은 신분, 나이, 계급 및 서열의 고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서로에게 해야 한다.
예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웃어른이란, 나이만 많은 거만한 어른이 아니라
자비하고 지혜로우며 인자한 마음을 가진 이를 말한다.
우리 가정이나 사회에 갈등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서로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무지 남의 고통, 남의 처지를 이해해 줄 줄을 모른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남을 무시하고 비난하며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한다.
모든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모든 관계 속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이다.
인간관계를 쉽고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경이며 감사이다.
즉 공경은 만행의 근본이며,
인간관계, 개인의 성장, 자연과의 친화는 바로 감사에서 시작된다.
감사하는 마음은 공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부처님과 부모님을 모시듯,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고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지극한 정성으로 공경하게 된다.
이처럼 내가 지금 여기에 있게 한 모든 분들을 공경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연기법 수행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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